마약 사건 구속 심사, 국선변호인이 꼭 붙나요
마약 사건으로 체포되어 구속영장 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앞두고 있다면, “마약 사건이니까 국가가 변호사를 붙여주겠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을 그대로 보면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법이 국선변호인을 반드시 선정하도록 정한 사유는 ‘마약’이라는 죄명이 아니라 구속 여부·피의자·피고인의 개인적 사정·법정형이다. 아래에서 조문을 근거로 정리한다.
결론부터: “마약 사건이라서”가 아니라 “구속되었기 때문”
형사소송법 제33조제1항은 다음 각 호 중 하나에 해당하고 변호인이 없을 때 법원이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고 정한다.
- 피고인이 구속된 때
- 피고인이 미성년자인 때
- 피고인이 70세 이상인 때
- 피고인이 듣거나 말하는 데 모두 장애가 있는 사람인 때
- 피고인이 심신장애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때
-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때
이 여섯 가지 사유 가운데 ‘마약류 사건’이라는 항목은 없다. 즉 마약 사건 자체가 국선변호인 선정 사유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구속되었다는 사실(제1호)**이 선정 사유가 되는 것이다. 마약 사건이 아니라도 구속되면 같은 규정이 적용되고, 마약 사건이라도 구속되지 않았다면 제1호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제6호를 보면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때”도 직권 선정 사유다. 마약 관련 범죄 중 어떤 유형이 이 법정형 기준을 충족하여 기소되는지는 개별 사건의 적용 법령과 혐의 내용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이고, 여기서 다루는 글감에는 그 세부 법정형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마약 사건이면 제6호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실제로는 **제1호(구속)**가 가장 흔하게 작동하는 경로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구속영장 심사 단계: 피의자에게도 국선변호인이 선정된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 흔히 ‘구속영장 심사’라 부르는 절차는 아직 기소 전, 즉 피의자 신분에서 이루어진다. 제33조는 ‘피고인’을 대상으로 한 규정이지만, 이 심문 단계는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가 별도로 규정한다.
제201조의2제8항은 “심문할 피의자에게 변호인이 없는 때에는 지방법원판사는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즉 구속영장 심사를 받는 피의자가 변호인이 없으면, 심문을 담당하는 지방법원판사가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해야 하는 의무 규정이다. 이것이 마약 사건에서 “국가가 변호사를 붙여주느냐”는 질문에 가장 직접적으로 답이 되는 조문이다. 마약 사건이라서가 아니라, 구속영장 심문을 받는 피의자인데 변호인이 없기 때문에 선정되는 것이다.
이렇게 선정된 변호인의 효력 범위도 조문에 명시되어 있다. 같은 항 후문은 “변호인의 선정은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어 효력이 소멸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1심까지 효력이 있다”고 정한다. 정리하면:
-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면 → 그 선정의 효력은 소멸한다.
- 구속영장 청구가 **인용(발부)**되거나 이후 절차가 진행되면 → 그 변호인 선정은 제1심까지 이어진다.
또한 제9항은 “법원은 변호인의 사정이나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 선정결정이 취소되어 변호인이 없게 된 때에는 직권으로 변호인을 다시 선정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는 “하여야 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이다. 즉 최초 심문 단계의 선정은 의무지만, 이후 선정이 취소되어 다시 선정하는 것은 법원의 재량 사항이다.
기소 이후: 청구에 의한 선정, 그리고 법원 판단에 의한 선정
구속영장 심사를 넘어 기소된 이후에도 국선변호인이 붙는 경로가 더 있다.
첫째, 청구 선정(제33조제2항). “법원은 피고인이 빈곤이나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피고인이 청구하면 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피고인이 청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빈곤이나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라는 요건도 있다. 법원이 묻지 않아도 저절로 붙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청구하는 절차를 거쳐야 의무적으로 선정된다.
둘째, 제33조제3항에 따른 선정. 흔히 ‘재량 선정’으로 불리지만 문언 자체는 “선정하여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다. “법원은 피고인의 나이·지능 및 교육 정도 등을 참작하여 권리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피고인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한다.” 법원이 재량으로 판단하는 부분은 ‘권리보호를 위하여 필요한지’ 여부이고, 그 판단 결과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선정은 의무가 된다. 다만 피고인이 명시적으로 반대하는 범위에서는 선정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국선변호인이 선정된 사건은 변호인 없이 재판을 열 수 없다
형사소송법 제282조(필요적 변호)는 다음과 같이 정한다. “제33조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건 및 같은 조 제2항·제3항의 규정에 따라 변호인이 선정된 사건에 관하여는 변호인 없이 개정하지 못한다. 단, 판결만을 선고할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이 조문은 두 가지를 구분하고 있다.
- 제33조제1항 각 호에 해당하기만 하면(구속된 경우 등) 그 자체로 필요적 변호 대상 사건이 된다.
- 제33조제2항·제3항에 따른 사건은 실제로 변호인이 선정되어야 필요적 변호 대상이 된다.
구속된 상태로 기소된 마약 사건이라면 제1호(구속)에 해당하므로, 변호인 없이는 재판을 열 수 없다. 다만 판결만을 선고하는 경우는 예외로, 변호인 없이도 개정할 수 있다.
정리
마약 사건이라는 죄명 자체가 국선변호인 선정 사유는 아니다. 형사소송법이 정한 선정 경로는 다음과 같이 나뉜다.
- 구속영장 심사 단계: 변호인이 없는 피의자에게 지방법원판사가 직권으로 선정(제201조의2제8항).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면 효력 소멸, 그 외에는 제1심까지 효력.
- 기소 후 구속된 피고인: 제33조제1항제1호(구속)에 해당하여 법원이 직권으로 선정.
- 빈곤 등으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피고인이 청구한 경우: 제33조제2항에 따라 법원이 선정.
- 나이·지능·교육 정도 등을 참작해 권리보호가 필요하다고 법원이 인정한 경우: 제33조제3항에 따라 선정하되, 피고인의 명시적 반대 의사가 있으면 그 범위에서는 선정하지 않는다.
즉 마약 사건에서 구속영장 심사를 받는 경우, 변호인이 없다면 지방법원판사가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하는 것은 맞다. 다만 그 근거는 ‘마약 사건’이라는 죄명이 아니라 ‘구속영장 심문을 받는 변호인 없는 피의자’라는 지위이며, 선정의 효력 범위와 이후 단계의 선정 요건은 조문별로 다르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을 구분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참고 법령
- 형사소송법 제33조(국선변호인)
-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구속영장 청구와 피의자 심문)
- 형사소송법 제282조(필요적 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