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 묘가 있는 땅, 형제들이 상속분대로 나눠 가질 수 있나요

입력 2026.09.29. 오전 10:08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상속재산을 정리하다 보면 예금이나 아파트는 법정상속분대로 나누면서도, 유독 선산이나 묘가 있는 땅, 족보, 제사용 그릇 같은 것은 “이건 좀 다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민법은 이런 재산을 일반 상속재산과 다르게 취급한다. 다만 그 근거와 범위, 그리고 “그럼 누가 갖는가”에 대한 답은 조문 하나만 봐서는 알기 어렵고, 대법원 판례를 함께 봐야 한다.

민법 제1008조의3 — 조문이 정한 것

현행 민법 제1008조의3은 다음과 같다.

제1008조의3(분묘 등의 승계) 분묘에 속한 1정보 이내의 금양임야와 600평 이내의 묘토인 농지, 족보와 제구의 소유권은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이를 승계한다.

조문이 특별하게 취급하는 대상은 딱 네 가지로 한정된다.

  • 분묘에 속한 1정보 이내의 금양임야(조상의 분묘를 보호하기 위해 벌목을 금지한 산림)
  • 600평 이내의 묘토인 농지(제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경작하는 농지)
  • 족보
  • 제구(제사에 쓰는 기구)

이 재산들은 상속인 각자의 법정상속분에 따라 지분대로 쪼개는 것이 아니라, “제사를 주재하는 자” 한 사람에게 그대로 승계된다. 이것이 조문이 말하는 전부다. 조문에는 항이나 단서, 괄호 안 정의도 없는 단문 하나뿐이며, 이 문언은 1990년 1월 13일 개정(법률 제4199호)으로 만들어졌다. 그 이전 1958년 제정 민법 제996조는 이 재산을 ‘호주상속인’이 승계한다고 정하고 있었는데, 호주 개념을 특정 지위가 아니라 실제 ‘제사를 주재하는 자’로 바꾼 것이 지금 조문의 뿌리다. 참고로 유해·유골은 이 조문이 열거한 목록에 들어 있지 않다. 유해를 이 재산에 준해서 다룬다는 것은 아래에서 볼 판례의 법리이지, 조문 자체의 내용은 아니다.

그럼 “제사를 주재하는 자”는 누가 정하나

조문은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승계한다’고만 할 뿐,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정하지 않는다. 이 공백을 메운 것이 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8다248626 판결이다. 이 판결이 정리한 결정 순서는 다음과 같다.

1단계. 공동상속인들의 협의 제사주재자는 우선적으로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로 정한다.

2단계. 협의가 안 될 때 — 최근친의 연장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남녀와 적서를 가리지 않고 최근친의 연장자가 제사주재자로 우선한다.

이 부분이 이 판결의 핵심 변경 지점이다. 종전에는 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이 “협의가 안 되면 장남(장남이 사망했으면 장손자), 아들이 없으면 장녀”라는 순서를 제시했다. 2018다248626 판결은 이 기준이 성별에 따라 상속인을 차별하는 것이어서 더 이상 조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판결과 배치되는 범위에서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을 변경했다. 즉 지금은 ‘장남 우선’이 아니라 ‘남녀·적서를 불문한 최근친 연장자 우선’이 원칙이다.

3단계. 최근친 연장자라도 배제되는 특별한 사정 최근친의 연장자라 해도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으면 제사주재자가 되지 못할 수 있다.

  • 장기간 외국에 거주해 온 경우
  • 평소 부모를 학대하거나 모욕·위해를 가한 행위가 있는 경우
  • 조상의 분묘를 수호·관리하지 않거나 제사를 거부해 온 경우
  • 합리적 이유 없이 부모의 유지나 유훈에 현저히 반하는 행위를 한 경우
  • 그 밖에 피상속인의 명시적·추정적 의사, 공동상속인 다수의 의사, 생전의 생활관계 등을 종합할 때 그 사람이 제사주재자가 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

공동 승계가 아니라 ‘특정한 1인’

이 판결은 왜 공동상속인 여럿이 나눠 갖게 하지 않고 굳이 한 사람을 정하도록 했는지도 밝히고 있다. 민법 제1008조의3이 일반 상속재산과 별도로 이런 재산의 특별승계를 규정한 취지는, 제사용 재산을 유지·보존하고 그 승계 관계를 간명하게 처리하려는 데 있다는 것이다. 판결은 공동상속인들이 장례 방법이나 장지를 둘러싸고 서로 권리를 주장할 때 공동의 제사주재자를 인정하는 것은 분쟁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래서 예측 가능하면서도 사회통념상 정당하다고 인정될 수 있는 특정한 1인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배우자는 포함되지 않는다 —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의 차이

이 판결에는 대법관 4인의 별개의견이 있다. 별개의견은 협의가 안 될 경우 법원이 망인의 명시적·추정적 의사, 생전의 동거·부양·왕래 관계, 장례 경위와 관리 상태, 공동상속인들의 의사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개별·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이때 배우자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는 별개의견일 뿐이고, 다수의견의 기준은 ‘직계비속 중’ 최근친의 연장자다. 배우자가 이 우선순위 판단에 당연히 들어간다고 보는 것은 다수의견이 아니라는 점을 구분해야 한다.

이 판결로 사건 자체가 결론 난 것은 아니다

주의할 점이 있다. 이 판결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을 뿐이다. 대법원이 새로 제시한 기준(직계비속 중 최근친 연장자 우선)에 따라 구체적으로 누가 제사주재자에 해당하는지, 그 사람에게 배제 사유가 있는지는 환송 후 다시 심리해서 판단할 사항으로 남겨졌다. 즉 이 판결 자체가 “누가 제사주재자다”라고 확정한 것은 아니다.

새 기준은 언제부터 적용되나

판례 변경은 원칙적으로 장래를 향해서만 효력을 가진다. 이 판결이 제시한 새로운 법리는 판결 선고일인 2023년 5월 11일 이후에 제사용 재산의 승계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적용된다. 반대로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일인 2008년 11월 20일부터 2018다248626 판결 선고 전까지 승계가 이루어진 사안에는 종전의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 법리(장남·장손자 우선)가 그대로 적용된다. 다만 재판규범으로서의 성격상 이 사건 자체에는 새 법리가 소급해서 적용되었다.

요약

  • 조상 묘가 딸린 땅(금양임야·묘토인 농지)과 족보·제구는 일반 상속재산처럼 지분대로 나누지 않고, 제사를 주재하는 한 사람에게 그대로 승계된다(민법 제1008조의3).
  • ‘제사를 주재하는 자’는 먼저 공동상속인의 협의로 정하고, 협의가 안 되면 원칙적으로 남녀·적서를 불문한 최근친의 연장자가 우선한다(대법원 2018다248626).
  • 종전의 ‘장남·장손자 우선’ 기준은 이 판결로 변경되었고, 최근친 연장자라도 학대·분묘 관리 소홀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제사주재자가 되지 못할 수 있다.
  • 유해·유골 자체는 조문이 열거한 재산이 아니며, 이를 제사용 재산에 준해 다룬 것은 판례의 법리다.

참고 법령·판례

  • 민법 제1008조의3(분묘 등의 승계)
  • 민법 제1조, 제877조
  • 민법 부칙 <법률 제21454호, 2026. 3. 17.> 제1조부터 제4조 (제1008조의3에 관한 경과규정은 없음)
  •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6호
  •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3항
  •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16조
  •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16조
  • 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8다248626 판결
  • 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위 2018다248626 판결과 배치되는 범위에서 변경)

관련 법령: 민법 제1008조의3

관련 판례

대법원 2018다248626 — 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8다248626 판결

[다수의견] 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라 한다)은 제사주재자는 우선적으로 망인의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에 의해 정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망인의 장남(장남이 이미 사망한 경우에는 장손자)이 제사주재자가 되고, 공동상속인들 중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망인의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제사주재자 결정방법에 관

판결문 원문 (2023-05-11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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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한 1차 출처

최종 확인일: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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