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피해자는 완전히 저항 못 할 정도가 아니어도 처벌되나요?
결론부터: ‘항거곤란’은 ‘항거불능’보다 낮은 단계의 상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6조제4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사람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사람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예에 따라 처벌한다.”
여기서 핵심은 조문이 “항거불능”과 “항거곤란”을 나란히, ‘또는’으로 연결해 놓았다는 점이다. 즉 피해자가 완전히 저항할 수 없는 상태(항거불능)뿐 아니라, 저항이 곤란한 정도의 상태(항거곤란)에 있었던 것을 이용한 행위도 이 조문의 처벌 대상이 된다.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다 — 피해자가 전혀 저항할 수 없는 상태였어야만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
형법 제299조와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해진다
일반적인 준강간·준강제추행을 규정한 형법 제299조는 다음과 같다.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
형법 제299조의 문언에는 ‘항거곤란’이라는 표현이 없다. 요건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뿐이다. 이에 비해 성폭력처벌법 제6조제4항은 장애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할 때 ‘항거곤란’ 상태까지 처벌 범위에 포함시켜 놓았다. 두 조문이 요구하는 상태는 다른 것이며, 같은 것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또 하나 다른 점은 상태의 ‘원인’을 조문이 적고 있는지 여부다. 성폭력처벌법 제6조제4항은 그 항거불능·항거곤란 상태가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생긴 것일 것을 명시하고 있다. 반면 형법 제299조는 심신상실·항거불능의 원인을 문언에 적지 않는다. 즉 성폭력처벌법 제6조제4항은 장애라는 특정 원인으로 생긴 상태를 겨냥한 조문이고, 형법 제299조는 원인을 가리지 않는 일반 조문이다.
‘상태가 있었다’만으로는 안 되고, 그 상태를 ‘이용’해야 한다
두 조문 모두 공통된 요건 하나를 두고 있다. 바로 그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했을 것이다. 피해자가 항거불능이나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범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그 상태를 이용해서 간음·추행했다는 점까지 요건으로 요구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성폭력처벌법 제6조제2항은 “폭행이나 협박으로” 특정 행위를 한 경우를 처벌하는데, 같은 조 제4항의 문언에는 “폭행이나 협박”이라는 표현이 없다. 제4항은 폭행·협박이 아니라 장애로 인한 항거불능·항거곤란 상태를 이용했다는 점이 요건이다. 두 유형을 섞어서 “폭행·협박이 있어야 제4항이 성립한다”는 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제4항이 성립하면 어떤 형이 적용되나 — 독자적 법정형이 없다
여기서 많이들 놓치는 부분이 있다. 성폭력처벌법 제6조제4항 자체에는 독자적인 법정형이 없다. 조문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예에 따라 처벌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이다. 즉 제4항에 해당하는 행위가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인지에 따라, 제1항~제3항 중 대응하는 항의 형이 적용된다.
- 제1항(강간에 해당하는 행위)의 예에 따르면: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 제2항(구강·항문 등 신체 내부에 성기를 넣는 행위, 성기·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 일부나 도구를 넣는 행위)의 예에 따르면: 5년 이상의 유기징역
- 제3항(강제추행에 해당하는 행위)의 예에 따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3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의 벌금
형법 제299조도 마찬가지로 독자적인 법정형이 없다.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고만 정하고 있어서, 구체적인 형량은 그 각 조문을 따로 확인해야 한다. (이 각 조의 구체적 형량은 이 글이 참고한 자료 범위 밖이므로 여기서 숫자를 단정하지 않는다.)
제5항·제6항(위계·위력)과 혼동하지 말 것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는 제4항과 별개로, 위계 또는 위력을 수단으로 하는 행위를 규정한 항들이 있다.
- 제5항: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장애가 있는 사람을 간음한 경우 — 5년 이상의 유기징역
- 제6항: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장애가 있는 사람을 추행한 경우 —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
이들은 ‘항거불능·항거곤란 상태를 이용’하는 제4항과는 요건과 법정형이 모두 다른 별개의 유형이다. 위계·위력에 의한 행위와 항거곤란 상태를 이용한 행위를 섞어서 설명하면 안 된다.
보호·교육시설 종사자가 범한 경우의 가중
성폭력처벌법 제6조제7항은 “장애인의 보호, 교육 등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의 장 또는 종사자가 보호, 감독의 대상인 장애인에 대하여 제1항부터 제6항까지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고 정한다. 문언이 “2분의 1까지”라고 되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는 일률적으로 형의 2분의 1을 더한다는 뜻이 아니라, 가중할 수 있는 상한이 2분의 1이라는 의미다.
정리
| 구분 | 요건이 되는 상태 | 상태의 원인(문언상) | 법정형 |
|---|---|---|---|
| 성폭력처벌법 제6조제4항 |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 독자 형 없음 — 제1항~제3항의 예 |
| 형법 제299조 |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 문언에 적지 않음 | 독자 형 없음 — 제297조·제297조의2·제298조의 예 |
성폭력처벌법 제6조는 전체 7개 항으로 구성되어 있고, 호는 제2항에 2개(제1호·제2호)가 있을 뿐 다른 항에는 호가 없다. 참고로 이 조문의 현재 문언은 법률 제17264호(공포 2020. 5. 19.) 개정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2026. 9. 29.자 일부개정(법률 제21997호)은 이 조문을 바꾸지 않았다 — 해당 개정이 함께 고친 조문은 제26조의2(사법경찰관의 사건송치)뿐이고, 부칙의 적용례(제2조) 역시 제26조의2에 관한 것이다. 형법 제299조 역시 2026. 9. 29.자 개정(법률 제22007호)으로 내용이 바뀐 것이 아니며, 그 부칙은 시행일(2026년 10월 2일)만 정하고 있다.
두 조문 모두 ‘항거곤란’·‘항거불능’·‘심신상실’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상태를 가리키는지를 조문 자체에서 괄호로 정의하고 있지 않다. 개별 사안에서 피해자의 상태가 이 요건에 해당하는지는 구체적 사정에 따라 판단될 문제이며, 이 글은 그 판단 기준을 단정하지 않는다.
참고 법령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제1항, 제2항, 제3항, 제4항, 제5항, 제6항, 제7항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부칙 <제21997호, 2026.9.29> 제1조, 제2조
- 형법 제299조
- 형법 부칙 <제22007호, 2026.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