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에서 행정처분이 취소되면, 행정청은 언제까지 다시 처분할 수 있나요?
결론부터: “확정된 날부터 1년(합의제행정기관은 2년)”
행정심판 재결이나 법원 판결로 제재처분이 취소·철회된 경우, 행정청은 그 재결이나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1년(합의제행정기관은 2년)이 지나기 전까지는 그 취지에 따른 새로운 제재처분을 할 수 있습니다. 행정기본법 제23조 제3항에 규정된 내용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조문이 “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이라는 것입니다. 재결이나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해서 행정청이 반드시 그 기간 안에 새로운 처분을 해야 한다는 의무는 조문상 없습니다. 다만 그 기간이 지나기 전까지는 다시 처분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이 규정이 적용되는 국면은 “행정심판의 재결이나 법원의 판결에 따라 제재처분이 취소·철회된 경우”로 한정됩니다. 그 밖의 사유로 처분이 없어졌거나 변경된 경우까지 이 1년(또는 2년) 규정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근거는 조문에 없습니다.
왜 이런 규정이 따로 있을까 — 원래의 5년 제척기간과의 관계
행정기본법 제23조 제1항은 기본적으로 법령등의 위반행위가 종료된 날부터 5년이 지나면 해당 위반행위에 대해 제재처분을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제재처분”은 이 조문 안에서 인허가의 정지·취소·철회, 등록 말소, 영업소 폐쇄와 정지를 갈음하는 과징금 부과를 가리킵니다(제23조 제1항, “이하 이 조에서 같다”).
기산점이 “적발일”이나 “처분일”이 아니라 위반행위가 종료된 날이라는 점을 먼저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혼동되는 지점입니다.
그런데 만약 행정청이 원래의 5년 제척기간 안에 제재처분을 했는데, 그 처분이 행정심판이나 소송에서 취소되어 확정되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재결이나 판결이 확정될 무렵에는 위반행위 종료일로부터 이미 5년이 다 지나버렸거나 임박해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1항의 5년 제척기간만 그대로 적용한다면, 행정청은 재결·판결의 취지에 따라 새로 처분을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 하지 못하는 결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23조 제3항은 제1항의 5년과는 별도로, 재결이나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1년(합의제행정기관은 2년) 안에는 그 취지에 따른 새로운 제재처분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둔 것입니다. 조문 문언상 “제1항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제척기간 자체를 배제하는 네 가지 경우 — 제3항과는 별개
행정기본법 제23조 제2항은 다음 네 가지 중 하나에 해당하면 제1항(5년 제척기간)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인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한 경우
- 당사자가 인허가나 신고의 위법성을 알고 있었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
- 정당한 사유 없이 행정청의 조사·출입·검사를 기피·방해·거부하여 제척기간이 지난 경우
- 제재처분을 하지 아니하면 국민의 안전·생명 또는 환경을 심각하게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여기서 유의할 점은 제2항이 배제하는 대상이 제1항뿐이라는 것입니다. 조문 문언상 제2항의 예외가 제3항(재결·판결 후 1년/2년 규정)이나 제4항까지 함께 배제한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즉 재결·판결로 처분이 취소된 뒤 다시 처분하는 국면에서는, 제2항의 네 가지 사유와는 별도로 제3항이 정한 기간이 그대로 문제 됩니다.
다른 법률에 별도 기간이 있다면 — 제4항
행정기본법 제23조 제4항은 다른 법률에서 제1항 및 제3항의 기간보다 짧거나 긴 기간을 규정하고 있으면 그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재처분은 언제나 5년, 재결·판결 후에는 언제나 1년”이라고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개별 법률에 별도의 제척기간이나 재처분 기간이 정해져 있다면 그 법률이 우선합니다. 다만 제4항의 문언은 제1항·제3항의 기간에 관한 것이고, 제2항이 정한 네 가지 예외 사유 자체를 다른 법률이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내용까지 규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재량 처분에서 함께 봐야 할 기준 — 제22조
행정기본법 제22조는 제재처분의 근거 법률이 처분의 주체·사유·유형·상한을 명확히 규정하도록 하고(제1항), 행정청이 재량이 있는 제재처분을 할 때는 위반행위의 동기·목적·방법, 위반행위의 결과, 위반행위의 횟수,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고려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제2항). 재결이나 판결의 취지에 따라 새로운 제재처분을 하는 경우에도, 그 처분이 재량처분이라면 이러한 고려 요소가 함께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정리
- 원칙: 위반행위가 종료된 날부터 5년이 지나면 제재처분(인허가 정지·취소·철회, 등록 말소, 영업소 폐쇄와 정지를 갈음하는 과징금 부과)을 할 수 없습니다(제23조 제1항).
- 예외 네 가지에 해당하면 이 5년 규정 자체가 적용되지 않습니다(제23조 제2항).
- 행정심판 재결이나 법원 판결로 처분이 취소·철회된 경우, 행정청은 그 재결·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1년(합의제행정기관은 2년)**이 지나기 전까지는 그 취지에 따른 새로운 제재처분을 할 수 있습니다(재량 규정, 제23조 제3항).
- 다른 법률에 별도의 기간이 정해져 있으면 그 법률이 우선합니다(제23조 제4항).
이 글에서 다룬 제23조 관련 판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개별 사건에서 실제 기산일이나 적용 여부는 근거 법률과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참고 법령
- 행정기본법 제22조(제재처분의 기준) 제1항, 제2항
- 행정기본법 제23조(제재처분의 제척기간) 제1항, 제2항, 제3항, 제4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