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범 위험이 낮으면 판사가 취업제한을 안 할 수도 있나요?
결론부터
그렇다. 성범죄나 아동학대관련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해서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이 자동으로 따라붙는 것은 아니다. 법률은 법원에게 취업제한 명령을 판결과 동시에 선고할 의무를 지우면서도, 바로 그 뒤에 예외를 두는 단서를 함께 적어 두었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성보호법) 제56조제1항과 「아동복지법」 제29조의3제1항은 거의 같은 구조로 이렇게 규정한다.
“다만,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 그 밖에 취업을 제한하여서는 아니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즉 법원이 재범 위험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하거나, 그 밖에 취업을 제한해서는 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면, 취업제한 명령을 선고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이것은 조문의 단서가 정한 ‘예외 판단’이고, 자동으로 면제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사건마다 판단하는 사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원칙: 판결과 “동시에 선고하여야 한다”
예외를 이해하려면 먼저 원칙을 알아야 한다. 두 법 모두 다음과 같은 의무 규정을 제1항 본문에 두고 있다.
- 청소년성보호법 제56조제1항: 법원은 아동ㆍ청소년대상 성범죄 또는 성인대상 성범죄(이하 “성범죄”라 한다)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하는 경우에는 판결(약식명령 포함)로 취업제한 명령을 성범죄 사건의 판결과 동시에 선고(약식명령의 경우에는 고지)하여야 한다.
- 아동복지법 제29조의3제1항: …동시에 선고(약식명령의 경우에는 고지를 말한다)하여야 한다.
두 조문 모두 “하여야 한다”라는 의무 어미를 쓰고 있다. 다시 말해 원칙적으로는 법원이 임의로 취업제한 명령 선고 여부를 재량으로 고를 수 있는 게 아니라, 유죄 판결·치료감호 선고와 동시에 반드시 선고해야 하는 구조다. 바로 이 ‘원칙적 의무’ 바로 뒤에 “다만”으로 시작하는 예외 단서가 붙어 있는 것이다.
예외의 두 가지 사유
단서가 정한 예외 사유는 두 가지다.
-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
- 그 밖에 취업을 제한하여서는 아니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이 두 사유는 청소년성보호법 제56조제1항 단서와 아동복지법 제29조의3제1항 단서에 동일한 구조로 들어 있다. 조문은 “현저히 낮은 경우”라는 표현을 쓰고 있으므로, 단순히 재범 위험이 ‘낮은 편’이라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그 정도가 뚜렷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다만 ‘현저히 낮다’는 판단을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으로 가르는지는 이 조문 자체에는 적혀 있지 않다.
두 번째 사유인 “그 밖에 취업을 제한하여서는 아니 되는 특별한 사정”은 재범 위험성과는 별개로 작동할 수 있는 포괄적 예외다. 다만 이 역시 조문에 구체적 기준이 열거되어 있지 않으므로, 어떤 사정이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추측하지 않는다.
취업제한 명령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취업제한 명령은 ‘일정기간’ 동안 특정 시설·기관·사업장을 운영하거나 그곳에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할 수 없게 하는 명령이다. 두 법 모두 이 기간에 상한을 두고 있다.
- 청소년성보호법 제56조제2항: 취업제한 기간은 10년을 초과하지 못한다.
- 아동복지법 제29조의3제2항: 취업제한기간은 10년을 초과하지 못한다.
조문이 정한 것은 “10년을 초과하지 못한다”는 상한일 뿐이고, 기간이 일률적으로 10년이라고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기간은 법원이 상한 이내에서 정하는 구조다.
기산점도 조문에 명시되어 있다. 형 또는 치료감호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집행이 유예·면제된 날부터 계산하고,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그 형이 확정된 날부터 계산한다.
대상 기관의 범위는 두 법이 다르다
취업제한의 대상이 되는 기관·시설·사업장 목록도 두 법이 서로 다르게 정하고 있다는 점을 짚어 둘 필요가 있다.
- 청소년성보호법 제56조제1항은 호(제1호부터 제26호까지, 그 사이 가지번호 포함)로 유치원, 「초ㆍ중등교육법」상 학교뿐 아니라 「고등교육법」 제2조의 학교, 학원·교습소(교육부장관이 고시하는 것으로 한정), 아동ㆍ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개인과외교습자, 체육시설, 의료기관, 게임산업 관련 사업장, 경비업, 청소년단체, 대중문화예술기획업소 등 광범위한 기관을 열거한다.
- 아동복지법 제29조의3제1항은 제1호부터 제28호까지로 아동복지시설, 「초ㆍ중등교육법」상 학교 등, 학원·교습소(교육부장관이 지정하는 것으로 한정)를 열거하지만, 「고등교육법」상 학교나 개인과외교습자는 목록에 들어 있지 않다.
즉 “모든 학원”이나 “모든 학교”가 일률적으로 취업제한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각 조문이 호로 열거한 기관에만 적용되고, 학원·교습소의 경우는 주무부처 장관이 고시·지정하는 것으로 범위가 다시 한정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 의견 청취는 “할 수 있다”— 재량 사항
청소년성보호법 제56조제3항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심리학자, 사회복지학자, 그 밖의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아동복지법 제29조의3제3항은 이들에 더해 아동학대 관련 전문가의 의견도 들을 수 있다고 정한다. 이 규정은 “들을 수 있다”는 재량 표현을 쓰고 있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절차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다. 재범 위험성 판단의 참고 자료로 전문가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지, 모든 사건에서 반드시 전문가 감정을 거쳐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반면 기관 운영자나 취업자에 대한 성범죄·아동학대관련범죄 전력 확인·조회 요청은 기관의 장에게 “하여야 한다”는 의무로 규정되어 있다(청소년성보호법 제56조제4항·제5항, 아동복지법 제29조의3제4항·제5항). 다만 청소년성보호법상 교육감·교육장이 특정 교육기관의 취업자등에 대해 성범죄 경력을 확인하는 것은 “할 수 있다”는 재량으로 규정되어 있다(청소년성보호법 제56조제8항).
주의할 점
이 조문들 자체에는 취업제한 명령을 위반했을 때의 벌칙이나 과태료가 규정되어 있지 않다. 또한 ‘아동학대관련범죄’의 구체적 범위는 아동복지법 제29조의3 자체에 정의되어 있지 않다. 학원·교습소의 고시·지정 범위, 체육시설의 고시 범위, 가정방문 등 학습교사 사업장의 고시, 경력 조회의 절차·범위 등은 대통령령이나 주무부처 고시 등 하위 규범에 위임되어 있어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난다.
끝으로, 재범 위험성이 “현저히 낮다”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판단은 사건마다 법원이 구체적 사정을 토대로 내리는 것이다. 이 글은 조문의 구조와 문언을 설명하는 데 그치며, 특정 사건에서 취업제한이 선고되거나 선고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나 특정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다.
참고 법령
-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제1항부터 제9항까지)
- 아동복지법 제29조의3(제1항부터 제7항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