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카드로 결제됐다면…책임은 통지 시점 아닌 사용 유형에서 먼저 갈린다
통지 전 60일은 신용카드 사용에 관한 기간…회원 부담 계약은 서면 또는 전자문서라야 효력
카드를 잃어버리거나 도난당한 뒤 다른 사람이 쓴 금액을 누가 부담하는지는 분실·도난을 알린 시점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6조는 통지 시점을 기준으로 삼는 항과 카드가 어떤 방식으로 쓰였는지를 기준으로 삼는 항을 따로 두고 있다. 이 조항은 제1항부터 제10항까지 열 개 항으로 이뤄져 있고, 호는 제5항에만 세 개가 붙어 있다.
제1항은 신용카드업자가 신용카드회원이나 직불카드회원으로부터 그 카드의 분실ㆍ도난 등의 통지를 받은 때부터 그 회원에 대하여 카드 사용에 따른 책임을 진다고 정한다. 제4항은 통지를 받으면 즉시 접수자와 접수번호 등 접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을 통지인에게 알리도록 하고 있다.
통지 전에 쓰인 금액은 제2항이 다룬다. 제2항은 통지 전에 생긴 신용카드의 사용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의 범위에서 카드업자가 책임을 진다고 정하고, 시행령 제6조의9 제1항은 그 기간을 통지를 받은 날부터 60일 전까지로 규정한다.
제1항이 신용카드회원과 직불카드회원을 함께 드는 것과 달리, 제2항의 문언은 신용카드의 사용에 관한 것이다.
다만 이 60일이 해당 기간의 사용액을 카드업자가 모두 부담한다는 뜻은 아니다. 제3항은 분실ㆍ도난 등에 대하여 책임의 전부 또는 일부를 회원이 지도록 할 수 있다는 취지의 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계약 내용에 따른 책임을 지도록 할 수 있다고 정한다.
제3항에는 단서가 붙어 있다.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ㆍ신체에 대한 위해 때문에 비밀번호를 누설한 경우 등 회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정해, 계약이 있어도 책임을 넘길 수 없는 경우를 남겼다.
사용 유형을 따로 정한 것은 제5항이다. 위조되거나 변조된 신용카드등의 사용, 해킹ㆍ전산장애ㆍ내부자정보유출 등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신용카드등의 정보를 이용한 사용,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발급받은 신용카드등의 사용에 대해 카드업자가 책임을 진다.
이 가운데 회원 부담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은 제6항이 드는 제5항 제1호와 제2호뿐이다. 제6항은 카드업자가 회원등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증명하고 그 취지의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한해 계약 내용에 따른 책임을 지도록 할 수 있다고 정한다.
명의도용으로 발급받은 카드의 사용을 규정한 제5항 제3호는 제6항의 대상이 아니다. 대신 회원등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를 제3호 문언 자체에서 제외하고 있다.
제3항과 제6항의 계약에는 형식 요건이 따로 있다. 제7항은 이 계약이 서면 또는 전자문서로 한 경우에만 효력이 있으며, 회원등의 중대한 과실은 계약서에 적혀 있는 것만 해당한다고 정한다.
중대한 과실의 범위는 제9항이 대통령령에 위임했다. 시행령 제6조의9 제2항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비밀번호를 누설하는 경우,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양도 또는 담보의 목적으로 제공하는 경우,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 제2항 제1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8조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를 든다.
양도 자체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5조가 따로 금지하고 있다. 이 조항은 신용카드를 양도ㆍ양수하거나 질권을 설정할 수 없다고 정한다.
이용금액에 이의를 제기하는 통로는 제10항이 정한다. 신용카드회원이 서면, 전화, 전자문서 등으로 이용금액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면 카드업자는 이에 대한 조사를 마칠 때까지 그 회원으로부터 그 금액을 받을 수 없다. 이 항의 대상은 이의를 제기한 그 금액이고, 조사를 언제까지 마쳐야 하는지는 이 항에 정해져 있지 않다.
서면 외의 방법이 이 문언에 들어온 것은 2023년이다. 법률 제19260호는 제7항의 ‘서면으로’를 ‘서면 또는 전자문서로’, 제10항의 ‘서면으로’를 ‘서면, 전화, 전자문서 등으로’ 고쳤고, 이 법은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는 부칙에 따라 2023년 6월 22일 시행됐다.
현행 법령 상단에 표시된 법률 제21065호는 이 문언을 만든 법률이 아니다. 이 법률이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서 고친 부분은 제2조 제14호의2의 기관명을 ‘통계청장’에서 ‘국가데이터처장’으로 바꾼 것이다.
카드업자가 제16조를 위반했을 때의 효과는 형벌이 아니라 행정처분 쪽에 있다. 제57조 제1항 제2호는 제16조 위반을 6개월의 범위에서 업무 정지를 명할 수 있는 사유로 들고, 시행령 별표 2는 제16조 제1항부터 제7항까지 및 제10항 위반에 업무정지 3개월 또는 과징금 5천만원을 정하고 있다. 제8항은 이 항목에 들어 있지 않다.
벌칙 조항인 제70조 제1항은 제16조를 인용하지 않는다. 다만 같은 항 제3호는 분실하거나 도난당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판매하거나 사용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해, 카드를 사용한 쪽의 형사책임을 따로 정하고 있다. 제72조의 과태료 열거에는 제16조 위반이 들어 있지 않다.
분실ㆍ도난 카드를 둘러싼 법원 판결은 그동안 개별 약관의 해석 문제로 다뤄져 왔다. 서울지방법원은 1998년 2월 17일 선고한 97나44804 판결에서 당시 신용카드 개인회원약관상 회원의 면책요건을 판단했는데, 이 사건의 참조조문은 1997년 폐지되기 전의 구 신용카드업법 제12조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04년 6월 18일 선고한 2003나52790 판결에서 카드업자가 부정사용금액도 보상한다는 취지로 오해될 수 있는 안내문을 보냈더라도 이를 새로운 약관의 교부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다만 잘못된 안내와 즉각 도난신고를 접수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지 못한 점이 부정사용의 한 원인이 됐다고 보아 회원의 책임을 감경했다.
대법원은 2009년 10월 15일 선고한 2009다31970 판결에서 비밀번호 유출로 인한 부정사용을 보상에서 제외한다는 약관 조항이 회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는 경우까지 손해를 부담시키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 증명책임은 면책을 주장하는 회원에게 있다고 보아, 비밀번호가 누설된 경위가 밝혀지지 않은 사정만으로는 무과실이 증명되지 않는다고 했다.
세 판결 모두 당시의 법과 약관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현행 제16조를 직접 해석한 판결은 아니다.
제18조는 제16조에 따른 신용카드회원등에 대한 책임을 총리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회원등과 가맹점에 알리도록 카드업자에게 의무를 지우고 있다. 개별 약관에 적힌 처리 기간이나 실제 운용은 법률 문언 자체가 아니어서 이 글의 확인 범위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참고 법령
-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5조(신용카드의 양도 등의 금지)
-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6조(신용카드회원등에 대한 책임) 제1항ㆍ제2항ㆍ제3항ㆍ제4항ㆍ제5항ㆍ제6항ㆍ제7항ㆍ제8항ㆍ제9항ㆍ제10항
-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8조(거래조건의 주지의무) 제3호
- 여신전문금융업법 제57조(허가ㆍ등록의 취소 등) 제1항 제2호
-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벌칙) 제1항 제3호
-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2조(과태료)
-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제6조의9(신용카드회원등에 대한 책임) 제1항ㆍ제2항
-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별표 2
-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의 책임) 제2항 제1호
-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제8조(고의나 중대한 과실의 범위)
- 법률 제19260호(2023. 3. 21. 일부개정, 2023. 6. 22. 시행)
- 법률 제21065호(2025. 10. 1. 타법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