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이중으로 판 매도인은 배임죄로 얼마나 처벌받나
요약 및 결론: 집 매도인이 중도금까지 받았다고 하자.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넘기기 전에 집을 제3자에게 다시 팔고 그 제3자 앞으로 등기를 마쳐 주면, 대법원 판례상 형법 제355조제2항의 배임죄가 성립한다. 형은 같은 조 제1항의 형을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한 경우(형법 제356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다만 계약금만 오간 단계에서는 판례가 정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가 아직 생기지 않는다. 집이 아닌 동산을 이중으로 판 사건에서는 대법원이 배임죄 성립을 부정했다.
2026년 10월 2일 형법 일부개정(법률 제22007호)이 시행됐다. 하지만 배임죄를 정한 제355조와 업무상 배임을 정한 제356조의 문언은 1995년 12월 29일 공포된 법률 제5057호가 만든 그대로다. 이 조문에는 '부동산'도 '중도금'도 '이중매매'도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같은 조문을 두고 집 이중매매는 배임죄, 동산 이중매매는 무죄로 결론이 갈린다. 그 기준은 모두 대법원 판례의 해석에서 나온다.
형법 조문에는 무엇이 적혀 있나
형법 제355조제2항이 정한 배임죄 요건은 네 가지뿐이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다. 형은 직접 적지 않고 “전항의 형과 같다”고만 하므로, 제1항의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그대로 적용된다.
집 이중매매에서 핵심 쟁점은 매도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느냐다. 집을 판 매도인이 언제부터 이 지위에 서는지, 동산 매도인은 왜 그렇지 않은지는 조문이 아니라 대법원 판례가 정한다.
집 매도인은 언제부터 배임죄의 주체가 되나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판결의 다수의견은 시점을 이렇게 정했다.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르면 “그때부터” 매도인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든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해 계약의 구속력에서 자유롭게 벗어날 수 있다고 보았다.
중도금 단계에 관해 판결이 든 이유는 이렇다.
- 해제할 수 없게 된다: 매수인이 중도금을 지급하면 당사자가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구속력이 생긴다(민법 제565조 참조).
- 매수인을 지킬 수단이 없다: 매수인이 매매대금의 상당 부분인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냈더라도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막을 보편적이고 충분한 수단이 없다.
- 그 신뢰를 알고 돈을 받는다: 매수인은 등기를 넘겨받을 것이라 믿고 중도금을 낸다. 매도인도 그 신뢰를 알면서 중도금을 받는다.
판결은 이런 사정 때문에 중도금 지급 단계부터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 보전에 협력하는 신임관계가 생기고, 그 관계가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된다고 보았다. 또 부동산이 국민의 기본적 생활의 터전이고 개인 재산가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부동산 이중매매에 배임죄를 인정해 온 판례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어떤 행위를 해야 배임죄가 성립하나
2017도4027 판결이 배임죄로 본 행위는 이렇다. 위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행위다. 판결은 이 행위가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이나 보전에 지장을 주고,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임무위배행위라고 보았다.
매도인의 지위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유지된다. 이 사건에서 매수인 측은 “요구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통고서를 보냈다. 대법원은 이 통고서가 그 자체로 해제의 의사표시를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매도인이 임차인 문제로 부동산을 인도하지 못하고 있었고, 양측이 손해배상 이야기를 주고받았더라도 결론은 같았다. 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고 유효하게 남아 있는 한 신임관계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보았다.
배임의 고의(범의)는 다음과 같이 인정된다. 중도금까지 받은 매도인이 제3자와 새 매매계약을 맺고 등기를 마쳐 주었다면 다음과 같은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범의가 인정된다.
- 처음 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된 경우
- 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됐다고 믿었고, 그렇게 믿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이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매도인이 해제됐다고 믿었더라도 그 믿음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행위별로 처벌은 어떻게 갈리나
| 어떤 행위 | 적용 조문 | 법정형ㆍ효과 |
|---|---|---|
| 집 매도인이 중도금까지 받은 뒤, 소유권 이전 전에 제3자에게 팔고 제3자 앞으로 등기를 마쳐 줌 | 형법 제355조제2항 (대법원 2017도4027 판결) |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제355조제1항의 형) |
| 위 행위를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저지름 | 형법 제356조 |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
| 집 매도인이 계약금만 받은 단계에서 제3자에게 처분 | 형법 제355조제2항의 주체 요건 (2017도4027 판결 이유) | 판례가 정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지위가 생기기 전 단계. 계약금 포기나 배액 상환으로 계약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음 |
| 동산 매도인이 중도금까지 받은 뒤 목적물을 제3자에게 양도 | 형법 제355조제2항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판결) | 형법상 배임죄 성립하지 않음. 목적물 인도 의무는 민사상의 채무로 남음 |
| 부동산 이중매매가 특별법 위반으로 기소된 경우 |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6. 1. 6. 법률 제13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제1항제2호 (2017도4027 사건의 기소 죄명) | 가중 요건과 법정형은 이 글의 근거 자료로 확인되지 않음 |
실제 처벌 수위는 어느 정도인가
법정형 상한은 단순 배임 기준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조문이 ‘또는’으로 이어져 있으므로 법원은 징역형과 벌금형 가운데 하나를 고른다. 업무상 배임이면 상한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올라간다.
부동산 이중매매 배임의 실제 선고형 분포나 양형기준 수치는 이 글이 근거로 삼은 자료에 없다(공표 자료 없음). 따라서 법정형과 실제 선고형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는 수치로 제시할 수 없다.
2017도4027 사건은 형이 선고되어 확정된 사례가 아니다. 이 사건은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기소됐다. 제1심은 유죄였지만 원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에 법리오해가 있다며 해당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 이 판결이 정한 것은 배임죄 성립 여부의 법리이고, 형량은 아니다.
집은 배임인데 동산은 왜 무죄인가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매매 당사자가 계약대로 이행할 채무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로 보았다. 동산은 매도인이 목적물을 인도하면 이행이 끝나고, 그때 매수인이 권리를 취득한다. 그래서 매도인에게는 자기의 사무인 동산인도채무 외에 매수인의 재산 보호·관리에 협력할 별도의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동산 매도인이 목적물을 인도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 사건은 인쇄기를 팔기로 하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은 매도인이 그 인쇄기를 자기 채권자에게 기존 채무 변제에 갈음해 넘긴 사안이다.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수긍해 상고를 기각했다.
다음 설명들은 다수의견 본문의 이유가 아니라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 나온다.
- 민법이 부동산은 등기로, 동산은 인도로 물권변동의 효력이 생기게 한 형식주의(민법 제186조, 제188조제1항)
- 의용민법·일본·독일 법제와의 비교
- 부동산등기절차의 고유한 특성
대법원 안에서도 의견이 갈렸나
두 판결 모두 대법관 5명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법원의 결론은 각 판결의 다수의견이다.
- 2017도4027(부동산)의 반대의견: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도 매매계약에 따른 ‘자기의 사무’일 뿐 ‘타인의 사무’가 아니다. 다수의견은 형법 문언을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확장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는 입장이었다.
- 2008도10479(동산)의 반대의견: 동산매매도 중도금이 수수되는 등 계약 이행이 일정 단계를 넘으면, 매도인이 목적물을 다른 데 처분하는 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일관된다는 입장이었다.
동산 매도인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나
책임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2008도10479 판결의 결론은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까지다. 이 사건 원심도 매도인의 인쇄기 인도 의무를 ‘민사상의 채무’라고 표현했다.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것과 민사상 의무가 없어진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관련 법령
제355조(횡령, 배임) ①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제355조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관련 판례
[1] [다수의견]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된다.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
[1] [다수의견] (가) 매매와 같이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의 경우(민법 제563조), 쌍방이 그 계약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나) 매매의 목적물이 동산일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계약에 정한 바에 따라 그 목적물인 동산을 인도함으로써 계약의 이행을 완료하게 되고 그때 매수인은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것이므로, 매도인에게 자기의 사
자주 묻는 질문
중도금 받고 집을 다른 사람에게 팔면 배임죄인가요?
판례상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 대법원 2017도4027 판결은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부터 매도인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본다. 이런 매도인이 소유권 이전 전에 집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등기를 마쳐 주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형법 제355조제2항·제1항).
계약금만 받은 상태에서 집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도 처벌되나요?
대법원 2017도4027 판결은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든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배액을 상환해 계약의 구속력에서 자유롭게 벗어날 수 있다고 보았다. 판결이 매도인을 배임죄의 주체로 본 시점은 중도금 지급 등 본격적인 이행 단계에 이른 "그때부터"다. 따라서 계약금 단계는 그 지위가 생기기 전으로 정리된다.
중고 물건 같은 동산을 이중으로 팔면 배임죄인가요?
대법원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은 중도금을 받은 동산 매도인이 목적물을 제3자에게 양도해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동산은 인도로 이행이 끝나므로 매도인에게 매수인의 재산 보호·관리에 협력할 별도 의무가 없다는 이유다. 다만 이것은 형사처벌에 관한 결론이다. 매도인의 인도 의무는 민사상의 채무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