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두 번 팔면 배임죄, 자동차를 두 번 팔면 왜 무죄인가요?
요약 및 결론: 부동산을 판 사람이 매수인에게서 중도금까지 받은 뒤 그 집을 제3자에게 다시 팔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쳐주면 형법 제355조제2항의 배임죄가 성립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업무상 임무를 위배해 같은 행위를 했다면 형법 제356조가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한이 올라간다. 다만 매매 대상이 자동차나 기계 같은 동산이라면 대법원은 매도인에게 배임죄를 묻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매도인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제3자에게 같은 집을 다시 파는 사례는 집값이 출렁일 때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분쟁 유형이다. 매도인이 중도금까지 받아 놓고 돌아서서 다른 매수인에게 등기를 넘겨주면 먼저 계약한 매수인은 돈을 돌려받는 것 외에 형사처벌까지 물을 수 있는지가 늘 쟁점이 된다. 반면 자동차나 인쇄기 같은 동산을 이중으로 판 경우에는 대법원이 정반대 결론을 내렸다는 점에서, 두 유형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집을 이중으로 팔면 왜 배임죄가 되나요?
형법 제355조제2항의 문언 자체에는 ‘부동산’, ‘동산’, ‘중도금’, ‘이중매매’라는 말이 전혀 없다. 조문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라고만 되어 있을 뿐이다. 집과 동산의 결론이 달라지는 이유는 조문이 다른 게 아니라, 대법원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어떻게 해석했는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판결은 부동산 매매에서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 단계의 매도인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인정했다. 매수인이 중도금을 지급하면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들어서게 된다고 본 것이다.
매도인은 언제부터 처벌 대상이 되나요?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매도인이든 매수인이든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하면 자유롭게 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단계의 매도인은 아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다. 매도인이 그 지위를 얻는 것은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그때부터”다.
판결문은 이 지위가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유지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즉시 형사책임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중도금을 받고도 계약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집을 넘겨야 비로소 문제가 된다.
어떤 행위를 해야 배임죄가 완성되나요?
대법원이 배임죄 성립을 인정한 행위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것이다. 단순히 제3자와 매매계약만 맺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등기까지 넘어가야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 또는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로 평가된다.
실제 사건에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서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은 뒤 제3자에게 같은 부동산을 팔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쳐 주었고, 당시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기소되었다. 원심은 이를 무죄로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이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즉 이 판결로 유죄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법리에 따라 다시 심리하라는 취지로 돌려보낸 것이다.
매도인이 “해제하겠다”고 통고했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매수인에게 요구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하겠다고 통고한 것만으로는 계약이 해제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그런 통고서가 “계약 해제의 의사표시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은 이상 매도인의 신임관계는 그대로 유지되고, 그 상태에서 제3자에게 등기를 넘기면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동산(자동차·기계 등)을 이중으로 팔면 왜 처벌되지 않나요?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판결은 매도인이 매수인에게서 계약금·중도금을 받은 뒤 같은 동산(인쇄기)을 다른 채권자에게 양도한 사안에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유는 동산 매매에서는 매도인이 목적물을 인도하는 순간 계약 이행이 끝나고 매수인이 바로 권리를 취득하므로, 매도인에게 ‘동산을 인도할 의무’ 외에 매수인의 재산을 별도로 보호·관리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매도인이 동산을 매수인에게 인도하지 않고 타에 처분했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명시했다. 원심 역시 매도인의 인도의무를 ‘민사상의 채무’로만 보았는데, 이는 매도인에게 아무 책임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인 배임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매수인은 계약 위반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 등을 별도로 청구할 수 있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해 무죄로 본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두 판결 모두 반대의견이 있었다는데, 결론이 바뀔 수도 있나요?
두 판결 모두 다수의견과 다른 반대의견이 있었지만, 법원의 결론은 다수의견을 따른다. 부동산 판결에서는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도 매매계약에 따른 ‘자기의 사무’일 뿐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다는 반대의견이 있었다. 동산 판결에서는 반대로 동산도 중도금이 수수되는 등 계약 이행이 일정 단계를 넘으면 배임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이 있었다. 두 반대의견 모두 현재 판례의 결론은 아니며, 각 판결의 다수의견이 확정된 법리다.
행위별 분해
| 어떤 행위 | 적용 조문 | 법정형ㆍ결과 |
|---|---|---|
| 중도금 수령 후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쳐준 매도인 | 형법 제355조제2항 |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
|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위와 같은 행위를 한 매도인 | 형법 제356조 |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
| 중도금 수령 후 동산(자동차·기계 등)을 제3자에게 처분한 매도인 | 형법 제355조제2항(적용 배제) | 배임죄 불성립 — 형사처벌 없음 |
실제 처벌 수위
형법 제355조제2항은 형을 별도로 정하지 않고 “전항의 형과 같다”고 규정해, 배임죄의 법정형은 같은 조 제1항의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이다. 매도인이 업무상 임무를 위배해 이중매매를 했다면 형법 제356조가 적용되어 10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한이 올라간다. 이 글이 근거로 삼은 자료에는 부동산 이중매매 배임죄의 실제 선고형 통계나 양형기준 수치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 이 부분은 공표 자료 없음으로 밝혀둔다.
관련 법령
제355조(횡령, 배임) ①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제355조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관련 판례
[1] [다수의견]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된다.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
[1] [다수의견] (가) 매매와 같이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의 경우(민법 제563조), 쌍방이 그 계약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나) 매매의 목적물이 동산일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계약에 정한 바에 따라 그 목적물인 동산을 인도함으로써 계약의 이행을 완료하게 되고 그때 매수인은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것이므로, 매도인에게 자기의 사
자주 묻는 질문
계약금만 받고 다른 사람한테 팔아도 배임죄인가요?
아니다.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매도인이 계약금 배액을 상환하면 자유롭게 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어, 아직 매수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가 생기지 않는다. 대법원은 매도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되는 시점을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부터로 보았다.
중도금까지 받았는데 아직 제3자에게 등기를 안 넘겼으면 처벌되나요?
대법원이 배임죄로 인정한 행위는 제3자에게 부동산을 처분하고 그 처분에 따른 등기까지 마쳐 준 경우다. 등기를 마치기 전 단계에 대한 처벌 여부는 근거 자료에 별도로 확인되지 않으므로 단정할 수 없다.
중고차나 기계 같은 동산을 이중으로 팔아도 처벌되나요?
대법원은 동산 매매에서 매도인이 중도금을 받은 뒤 제3자에게 동산을 넘겨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매도인이 동산을 인도하는 순간 계약 이행이 끝나고 매수인이 권리를 취득하므로, 매도인에게 매수인의 재산을 별도로 보호·관리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