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 범죄를 저지르면 누구나 얼굴과 이름이 공개되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흉악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모든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이 자동으로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신상정보 공개는 법이 정한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는 조치이지, 특정 범죄를 저지르면 곧바로 뒤따르는 자동적 결과가 아니다. 그 근거는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법률 제19743호, 2023. 10. 24. 제정, 2024. 1. 25. 시행)이다.
1. 신상정보 공개의 대상: ‘특정중대범죄’란 무엇인가
이 법이 정한 공개 대상은 아무 범죄가 아니라 법 제2조가 열거한 “특정중대범죄”에 해당하는 죄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다(제2조 제1호~제11호).
- 「형법」 내란의 죄, 외환의 죄
- 「형법」 제114조 범죄단체 등의 조직죄
- 「형법」 제119조 폭발물 사용죄
- 「형법」 제164조 제2항 현주건조물 등 방화죄
- 「형법」 상해와 폭행의 죄 중 중상해·존속중상해(제258조), 특수상해(제258조의2), 상해치사(제259조), 폭행치사상(제262조, 다만 중상해 또는 사망에 이른 경우에 한정)
-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2조의 특정강력범죄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의 성폭력범죄
-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의 아동ㆍ청소년대상 성범죄(다만 같은 법 제13조, 제14조제3항, 제15조제2항ㆍ제3항, 제15조의2의 죄는 제외)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8조의 죄(다만 같은 조 제4항의 죄는 제외)
-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제6조 및 제9조제1항의 죄
- 위 각 죄로서 다른 법률에 따라 가중처벌되는 죄
즉 “흉악 범죄”라는 일반적 인상만으로는 부족하고, 위 목록에 해당하는 죄여야 신상정보 공개 제도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2. 요건을 모두 갖춰야 “공개할 수 있다” — 자동 공개가 아니다
법 제4조 제1항은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특정중대범죄사건의 피의자에 대해 얼굴, 성명, 나이(법에서 “신상정보”라 정의)를 공개할 수 있다고 정한다. 다만 이는 다음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 한한다.
-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였을 것 — 단, 이 요건은 제2조 제3호부터 제6호까지의 죄, 즉 폭발물 사용죄, 현주건조물 등 방화(제164조 제2항), 중상해ㆍ특수상해ㆍ상해치사ㆍ폭행치사상, 특정강력범죄에 한정하여 적용된다. 성범죄나 마약범죄 등 다른 특정중대범죄에까지 이 잔인성ㆍ중대피해 요건이 똑같이 걸리는 것은 아니다.
-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것
그리고 이 세 요건을 모두 갖추었더라도 피의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공개하지 아니한다(제4조 제1항 단서). 이는 요건 충족 여부와 별개로 작동하는 예외다.
여기서 핵심은 조문의 표현이 “공개하여야 한다”가 아니라 “공개할 수 있다”라는 점이다. 요건을 갖췄다고 해서 반드시 공개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와 사법경찰관에게 재량이 주어진 것이다.
3. 재량이라도 아무렇게나 행사할 수는 없다
법은 이 재량에 여러 제약을 둔다.
- 종합적 고려 의무: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할 때 범죄의 중대성, 범행 후 정황, 피해자 보호 필요성, 피해자(사망한 경우 유족 포함)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제4조 제2항).
- 남용 금지: 신상정보를 공개할 때에는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하고 이를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제4조 제3항).
즉 제1항의 “공개할 수 있다”는 자유로운 재량이 아니라, 제2항의 고려 요소와 제3항의 남용 금지라는 틀 안에서 행사되어야 하는 재량이다.
4. 얼굴 공개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
공개가 결정되더라도 얼굴 공개의 방식에는 별도 규정이 있다.
- 공개하는 피의자의 얼굴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공개 결정일 전후 30일 이내의 모습으로 한다. 다른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수집ㆍ보관하고 있는 사진ㆍ영상물이 있으면 이를 활용해 공개할 수 있다(제4조 제4항).
- 필요한 경우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식별할 수 있도록 얼굴을 촬영할 수 있고, 피의자는 이에 따라야 한다(제4조 제5항).
5. 공개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 — 의견진술 기회와 유예기간
신상정보 공개가 결정되더라도 곧바로 얼굴과 이름이 뿌려지는 것이 아니다. 법은 두 가지 절차적 보호장치를 의무로 규정한다.
① 의견진술 기회 (제4조 제6항)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하기 전에 피의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다만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에서 이미 피의자의 의견을 청취한 경우에는 이를 생략할 수 있다. 즉 의견진술 기회는 원칙적으로 반드시 보장되지만, 심의위원회를 거친 경우라는 특정한 예외가 있다.
② 유예기간 (제4조 제7항)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피의자에게 신상정보 공개를 통지한 날부터 5일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고 신상정보를 공개하여야 한다. 다만 피의자가 신상정보 공개 결정에 대하여 서면으로 이의 없음을 표시한 때에는 유예기간을 두지 아니할 수 있다. 유예기간을 생략하려면 단순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을 넘어, 서면으로 명시적인 이의 없음 표시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 요건이다.
6. 공개는 어떻게, 얼마나 오래 이루어지나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신상정보를 30일간 공개한다(제4조 제8항). 공개 등에 관한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되어 있다(제4조 제9항).
7. 이미 재판에 넘겨진 뒤 사건 성격이 바뀐 경우는? — 피고인 신상정보 공개(제5조)
수사 단계에서는 특정중대범죄사건이 아니었지만, 재판 과정에서 공소사실이 변경되어 특정중대범죄사건이 된 경우도 있다. 이 경우 검사는 제4조 제1항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춘 피고인에 대해 피고인의 현재지 또는 최후 거주지를 관할하는 법원에 신상정보 공개를 청구할 수 있다(다만 피고인이 미성년자인 경우는 제외).
이 절차는 수사기관의 결정이 아니라 법원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제4조와 구조가 다르다.
- 청구는 해당 특정중대범죄 피고사건의 항소심 변론종결 시까지 해야 한다(제5조 제2항).
- 이 청구에 관해서는 해당 피고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아닌 별도의 재판부에서 결정한다(제5조 제3항).
-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검사, 피고인, 그 밖의 참고인으로부터 의견을 들을 수 있다(제5조 제4항).
- 청구를 받은 법원은 청구의 허부에 관한 결정을 하여야 하고(제5조 제5항), 이 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제5조 제6항).
- 법원의 공개 결정은 검사가 집행하며, 이 집행에는 제4조 제4항ㆍ제5항ㆍ제8항ㆍ제9항이 준용된다(제5조 제7항).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 준용 범위에 제6항(의견진술 기회 의무)과 제7항(유예기간 의무)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즉 피고인 신상정보 공개의 집행 절차에는 법 제4조가 정한 의견진술 기회·유예기간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고, 얼굴 공개 방식(제4항ㆍ제5항)과 공개 방법ㆍ기간(제8항), 시행령 위임(제9항)만 준용된다.
8. 시행일과 적용 범위
이 법은 부칙 제1조에 따라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인 2024년 1월 25일부터 시행되었고, 2026년 9월 27일 현재도 시행 중이다. 부칙 제2조의 적용례는 “이 법 시행 당시 수사 또는 재판 중인 사건에도 적용한다”고 정하여, 법 시행 이전부터 진행 중이던 사건에도 이 법이 적용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부칙 제3조는 이 법 제정과 함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를 삭제하고,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의2를 삭제하는 등 다른 법률의 관련 조항도 함께 정리했다.
요약
- 흉악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만으로 얼굴ㆍ이름이 자동 공개되지 않는다. 대상은 법 제2조가 열거한 “특정중대범죄”에 한정된다.
- 공개는 검사ㆍ사법경찰관의 재량(“공개할 수 있다”)이며,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하고 피의자가 미성년자이면 공개하지 않는다.
- 잔인성ㆍ중대피해 요건은 모든 특정중대범죄가 아니라 제2조 제3호~제6호의 죄에만 적용된다.
- 공개를 결정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의견진술 기회와 5일 이상의 유예기간을 거쳐야 하며, 각각 심의위원회 청취ㆍ서면 이의 없음 표시라는 별도 예외 요건이 있을 때만 생략할 수 있다.
- 공소사실 변경으로 뒤늦게 특정중대범죄사건이 된 피고인의 경우에는 법원이 별도 재판부를 통해 결정하며, 이때는 의견진술 기회ㆍ유예기간 규정이 준용되지 않는다.
참고 법령
-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
- 제2조(정의)
- 제4조(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 제1항~제9항
- 제5조(피고인의 신상정보 공개) 제1항~제7항
- 부칙 제1조~제3조 (법률 제19743호, 2023. 10. 24. 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