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 — 공직자 비판과 민사 손해배상의 경계
공직자를 비판했다가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을 물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대개 두 개의 서로 다른 절차가 뒤섞여 있다. 형사 명예훼손죄와 민사 손해배상은 근거 조문도, 판단하는 절차도, 결론이 나는 시점도 따로다. 이 글은 그중 민사 손해배상, 즉 민법 제750조의 문제를 다룬다.
기준이 되는 판결은 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5다220404 판결이다. 이 판결의 판시사항은 공직자의 도덕성·청렴성이나 업무처리에 관한 표현 행위를 어떤 틀로 판단할지, 그리고 어느 지점을 넘으면 보호받지 못하는지를 정리하고 있다.
핵심 정리
| 항목 | 내용 |
|---|---|
| 민사 손해배상의 근거 조문 |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
| 형사 명예훼손 | 형법 제307조 — 민사와 별개 절차 |
| 기준 판결 | 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5다220404 |
| 핵심 판시 문구 |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 |
| 선행 대표판례 | 대법원 2002다62494 |
1. 형사와 민사는 다른 문이다
명예훼손 사건을 검색하면 형법 제307조가 먼저 나온다. 이는 형사 처벌에 관한 조항이다. 그러나 “손해배상을 물 수 있느냐”는 질문의 근거 조문은 형법이 아니라 민법이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민법 제750조는 항 번호가 붙지 않은 본문 한 개로 이루어져 있고, 호나 목이 따로 없다. 조문 자체는 명예훼손을 명시하지 않는다.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라는 일반 요건 안에서, 어떤 표현이 위법행위에 해당하는지를 법원이 판단하는 구조다. 그래서 공직자 비판 사건에서 실제 쟁점은 조문의 문언이 아니라 위법성을 어떻게 가릴 것인가에 몰린다.
형사와 민사는 절차가 분리되어 있으므로, 한쪽의 결론이 다른 쪽의 결론을 자동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두 절차의 관계를 개별 사안에서 어떻게 정리하는지는 사건마다 다르며, 이 글은 특정 사건의 결론을 다루지 않는다.
2. 대법원 2025다220404 판결의 판시사항
이 판결의 판시사항은 두 갈래다. 아래는 판시사항 원문이다.
[1] 명예훼손과 관련하여 정당의 정치적 주장의 위법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고려되어야 할 특수성
[2] 표현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를 설정할 때 고려할 사항 및 공공적ㆍ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의 경우,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 특히 공직자의 도덕성ㆍ청렴성이나 업무처리가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관한 표현 행위가 쉽게 제한될 수 있는지 여부(한정 소극) 및 이때 그 표현 행위가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인지 판단하는 방법
대법원은 이 기준에 따라 문제된 글·발언에 대해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이 사건의 당사자가 누구인지, 어느 쪽 주장이 옳았는지는 이 글의 관심사가 아니다. 남는 것은 판단의 틀이다.
3. ‘한정 소극’을 정확히 읽는 법
판시사항 [2]에서 가장 오해되기 쉬운 대목이 “쉽게 제한될 수 있는지 여부(한정 소극)“이다.
‘한정 소극’은 원칙적으로는 그렇지 않지만, 일정한 경우에는 그렇다는 뜻이다. 즉 공직자의 도덕성·청렴성이나 업무처리에 관한 표현 행위는 원칙적으로 쉽게 제한되지 않지만, 한정된 경우에는 제한된다.
따라서 이 판결을 “공직자 비판은 무조건 허용된다”로 읽으면 틀린 독해가 된다. 판시사항이 정한 구조는 다음과 같다.
- 원칙: 공직자의 도덕성·청렴성이나 업무처리에 관한 표현 행위는 쉽게 제한되지 않는다.
- 예외: 그 표현 행위가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인 경우.
예외의 문턱은 문언 자체가 높게 설정되어 있다. ‘악의적’ 또는 ‘심히 경솔한’에 더해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이라는 표지가 겹쳐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판단을 구체적으로 어떤 요소들로 하는지에 관한 세부 설시는 이 글을 작성하며 확인한 자료만으로는 확인하지 못했다. 판시사항은 그 항목을 “판단하는 방법”이라고만 표기하고 있다.
4. 왜 공직자에 대한 표현은 다르게 다뤄지나
판시사항 [2]는 표현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를 설정할 때, 공공적·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의 경우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한다고 본다(적극).
여기서 갈라지는 축은 ‘누구를 비판했는가’보다 ‘그 사안이 공공적·사회적 의미를 갖는가’에 가깝다. 공직자의 도덕성·청렴성, 업무처리가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그 성격상 공적 검증의 대상이 되는 영역이고, 그래서 표현이 쉽게 제한되지 않는 쪽에 놓인다.
반대로 표현이 공직자 개인을 향한 공격으로 성격이 바뀌는 지점에서 예외가 작동한다. 판시사항이 “공직자 개인에 대한”이라는 수식을 붙인 것은 이 전환을 가리킨다.
5. 정당의 정치적 주장이라는 특수성
판시사항 [1]은 정당의 정치적 주장에 대해 위법성을 판단할 때 고려되어야 할 특수성이 있다고 짚는다. 정치적 주장은 사실 적시와 의견 표명, 논쟁적 표현이 섞이는 영역이고, 일반적인 사인 간 표현과 같은 잣대로만 재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다.
그 특수성의 구체적 내용이 판결문 이유에서 어떻게 설시되었는지는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판시사항 단계에서는 ‘고려되어야 할 특수성이 있다’는 항목 표기까지가 확인되는 범위다.
6. 세 개의 사건번호를 섞지 말 것
이 법리를 검색하면 서로 다른 사건번호가 함께 떠다닌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5다220404 판결 — 이 글이 다루는 판결.
- 대법원 2002다62494 — 이 법리의 선행 대표판례.
- 2021다270654 — 2024년 판결로, 이 사건과는 다른 사건이다.
인용할 때 사건번호와 선고일을 함께 적어 두면 혼동이 줄어든다.
자주 묻는 질문
Q. 공무원을 비판했다가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을 물 수 있나요? 민사 손해배상의 근거는 민법 제750조다.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배상 책임이 발생한다. 다만 공직자의 도덕성·청렴성이나 업무처리에 관한 표현 행위는 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5다220404 판결의 판시사항에 따라 쉽게 제한되지 않는 쪽에 놓인다(한정 소극). 형사 명예훼손(형법 제307조)은 이와 별개 절차다.
Q. 공직자에 대한 비판은 어디까지 허용되나요? 판시사항은 상한선을 숫자로 정하지 않는다. 대신 예외의 표지를 제시한다. 표현 행위가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인지가 갈림길이다. 공공적·사회적 의미를 가진 사안일수록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완화된다.
Q. 의혹 제기가 명예훼손이 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민사에서는 민법 제750조의 위법성 판단 문제로 들어온다. 대상이 공직자의 도덕성·청렴성이나 업무처리라면 위 판결의 틀이 적용되고, 그 표현이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었는지가 심사된다. 그 판단을 구성하는 세부 요소는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정리
- 손해배상 질문의 근거 조문은 민법 제750조다. 형법 제307조를 근거로 답하면 질문과 조문이 어긋난다.
- 기준 판결은 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5다220404이며, 선행 대표판례는 대법원 2002다62494다.
- 판시 구조는 ‘무조건 허용’이 아니라 **원칙(쉽게 제한되지 않음) + 예외(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경우)**다. ‘한정 소극’이 그 구조를 가리킨다.
- 갈림길에 놓인 문구는 하나다.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
참고 법령·판례
법령
-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법령/민법
-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 형사 절차의 근거 조항으로, 이 글에서는 민사와 구별하기 위해 조문 번호만 표기했다. 조문 원문은 이 글에서 대조하지 않았다.
판례
- 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5다220404 판결
- 대법원 2002다62494 판결(선행 대표판례)
관련 판례
사건명은 손해배상(기)이다. 판시사항 [1]은 명예훼손과 관련하여 정당의 정치적 주장의 위법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고려되어야 할 특수성이다. 판시사항 [2]는 표현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를 설정할 때 고려할 사항 및 공공적ㆍ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의 경우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 특히 공직자의 도덕성ㆍ청렴성이나 업무처리가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관한 표현 행위가 쉽게 제한될 수 있는지 여부(한정 소극) 및 이때 그 표현 행위가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인지 판단하는 방법이다. '한정 소극'은 원칙적으로 쉽게 제한되지 않지만 일정한 경우에는 제한된다는 뜻이고, 공직자 비판이 무조건 허용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대법원은 위 기준에 따라 문제 된 글·발언이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이 법리의 선행 대표판례로는 대법원 2002다62494 판결이 있으며, 2021다270654는 2024년의 다른 사건이므로 세 사건번호를 섞으면 안 된다. 구체적 사실관계와 원심의 판단, 상고심의 주문은 확인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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