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재산

차명계좌에 맡긴 돈, 명의자가 쓰면 횡령인가: 판단의 출발점은 ‘보호할 가치 있는 신임’

입력 2026.08.27.

다른 사람 명의의 계좌에 돈을 맡겼고, 계좌 명의자가 그 돈을 임의로 사용했다면 곧바로 횡령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2026년 6월 25일 선고된 2025도13722 판결은 계좌가 차명계좌인지라는 형식만으로 답하지 않는다. 먼저 돈을 맡긴 관계가 형사법으로 보호할 만한 신임에 기초한 것인지 살핀다.

이 글은 특정 사안에서의 유무죄나 반환 가능성을 판단하지 않는다. 다만 이 판결이 제시한 횡령죄 판단의 출발점과, ‘그 사정만으로는’이라는 한정의 의미를 정리한다.

판단의 첫 관문: 보관 관계는 보호할 가치 있는 신임인가

횡령죄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다른 사람의 돈을 손에 쥐고 있었는지가 아니다. 판결의 판시사항은 다음과 같다.

횡령죄에서 말하는 ‘보관’의 의미 / 횡령죄의 성립에 필요한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되는지 여부(적극)

따라서 계좌 명의자와 돈을 맡긴 사람 사이에 ‘임의로 사용하지 않기로 한 약정’이 있었다고 해도, 그 약정의 성질과 위탁의 경위를 함께 보게 된다. 차명계좌라는 명칭은 판단의 끝이 아니라 검토의 시작일 뿐이다.

신임의 가치를 부정하는 문턱

판결은 약정 등 법률행위로 위탁관계가 만들어진 경우, 보호할 만한 신임이 아니라고 보려면 다음 기준에 이르러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물의 보관에 관한 위탁관계 설정이 약정 등 법률행위에 근거한 경우, 그 위탁관계가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보기 위해서는 그 위탁관계를 형사법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전체 법질서상 허용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지 여부(적극)

핵심은 ‘전체 법질서상 허용하기 어려운 정도’라는 기준이다. 어떤 사정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위탁관계의 보호 가치를 바로 없애는 방식이 아니라, 그 관계를 형사법으로 보호하는 것이 전체 법질서와 양립하기 어려운 수준인지를 본다는 뜻이다.

‘채무초과 상태’만으로는 결론이 나지 않는다

이 판결이 특히 분명히 한 한정은 다음과 같다.

위탁자가 다른 사람 이름으로 개설된 예금계좌(이른바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금융거래를 하면서 그 차명계좌에 돈을 보관하되 계좌 명의인인 수탁자는 이를 임의로 사용하지 않기로 하는 약정을 체결한 경우, 위탁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차명계좌를 이용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그 약정에 따른 재물 위탁행위가 강제집행면탈죄의 실행행위 등과 같이 범죄 실현의 수단으로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 이때 차명계좌에 보관된 돈의 위탁행위가 범죄 실현의 수단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판단하는 기준

여기서 빠뜨리면 안 되는 말은 ‘그 사정만으로’다. 채무초과 상태에서 차명계좌를 이용했다는 한 사정만으로는 위탁관계가 보호할 가치를 잃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 판단을 ‘차명계좌에 맡긴 돈은 언제나 보호된다’는 뜻으로 넓혀서도 안 된다. 구체적 관계가 범죄 실현의 수단으로 이루어졌는지는 전체 경위와 관계의 성질을 기준으로 판단 대상이 된다.

또한 차명계좌 이용 자체에 관한 별도 규율 가능성과, 이 판결이 다룬 횡령죄 성립 여부는 구별해야 한다. 이 판결의 결론은 파기환송이며, 특정 사안에 대한 무죄 확정 판단이 아니다.

자주 묻는 질문

다른 사람 계좌에 맡긴 돈을 명의자가 쓰면 횡령인가요

명의자의 임의 사용이라는 사실만으로 자동 결론이 나오지는 않는다. 돈을 보관하기로 한 위탁관계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 관계가 형사법으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기초했는지가 먼저 검토 대상이다.

차명계좌에 넣어둔 돈도 법으로 보호받나요

차명계좌라는 형식만으로 보호 여부가 일률적으로 정해지지는 않는다. 이 판결은 채무초과 상태에서 차명계좌를 이용했다는 사정만으로 위탁관계의 보호 가치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했지만, 모든 차명계좌 이용을 보호한다는 판단은 아니다.

빚이 많아 남의 계좌에 돈을 보관했는데 돌려받을 수 있나요

돈의 반환 여부는 횡령죄 성립 여부와는 별도로 검토될 문제다. 이 판결은 반환 가능성에 대해 일률적인 답을 제시하지 않았고, 개별 사실관계에 대한 결론도 확정하지 않았다.

형법 제355조의 법정형: 사기죄 조문과 혼동하지 않기

「형법」 제355조는 횡령과 배임을 함께 규정한다. 제1항의 법정형은 다음과 같다.

①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제2항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②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제355조의 법정형은 제347조의 20년 상향과 무관하다. 차명계좌를 둘러싼 논점에서도 먼저 확인할 것은 계좌의 이름이 아니라, 돈을 맡긴 관계가 보호할 만한 신임인지와 그 관계 전체의 성질이다.

참고 법령

관련 법령: 형법 제355조 제1항 · 형법 제355조 제2항

관련 판례

대법원 2025도13722 — 차명계좌 위탁관계와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 — 횡령, 파기환송

사건명은 「횡령」이고 결론은 파기환송이다. 판시사항 [1]은 횡령죄에서 말하는 '보관'의 의미와, 횡령죄의 성립에 필요한 위탁관계가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되는지 여부를 적극으로 본 것이다. 판시사항 [2]는 재물의 보관에 관한 위탁관계 설정이 약정 등 법률행위에 근거한 경우, 그 위탁관계가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보려면 그 위탁관계를 형사법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전체 법질서상 허용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지 여부를 적극으로 본 것이다. 판시사항 [3]은 위탁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차명계좌를 이용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그 약정에 따른 재물 위탁행위가 강제집행면탈죄의 실행행위 등과 같이 범죄 실현의 수단으로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소극으로 본 것이다. '그 사정만으로'라는 한정이 핵심이다.

판결문 원문 (2026-06-25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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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한 1차 출처

최종 확인일: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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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법률브리프 에디터가 작성 및 검수하였으며, 일부는 AI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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