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유포죄'로 처벌받나요? — 형법에 없는 죄명, 실제로는 제307조·제313조·제314조로 갈린다
거짓 소문을 퍼뜨렸다는 이유로 “허위사실유포죄로 고소하겠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형법을 아무리 찾아봐도 ‘허위사실유포죄’라는 이름의 조문은 없다. 실제로 문제되는 조문은 상황에 따라 갈린다 — 명예훼손인지, 신용훼손인지, 업무방해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조문과 법정형이 다르다. 이 글은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제313조(신용훼손), 제314조(업무방해) 조문 원문을 근거로 세 조문이 어떻게 갈리는지 정리한다.
‘허위사실유포죄’라는 죄명은 형법에 없다
형법 제307조·제313조·제314조의 표제는 각각 다음과 같다.
- 제307조 — 명예훼손
- 제313조 — 신용훼손
- 제314조 — 업무방해
세 조문 어디에도 ‘허위사실유포죄’라는 표제나 죄명은 등장하지 않는다. “허위의 사실을 유포”라는 표현은 제313조(신용훼손) 문언 안에 나오지만, 이는 신용훼손죄를 구성하는 행위 방식을 가리키는 표현일 뿐 별도의 독립된 죄명이 아니다. 일상에서 ‘허위사실유포죄’라고 부르는 상황은 실제로는 아래 세 조문 중 하나(또는 그 이상)에 해당하는지를 따져야 한다.
무엇을 훼손했는지에 따라 조문이 갈린다
세 조문은 훼손 대상과 행위 문언이 서로 다르다.
제307조(명예훼손) — 대상은 ‘명예’
제307조(명예훼손)
①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07조는 항이 둘이다. 제1항은 “사실”을 적시한 경우, 제2항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경우로 문언이 갈린다. 즉 같은 명예훼손이라도 적시한 내용이 사실이었는지 허위였는지에 따라 항이 나뉘고, 법정형도 달라진다.
- 제1항(사실 적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 제2항(허위사실 적시):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일상에서 흔히 ‘허위사실유포죄’라고 부르는 상황 중 상당수는 실제로는 이 제307조제2항, 즉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것이 유일한 조문은 아니라는 점이 이 글의 핵심이다.
두 항 모두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요건이 “공연히”다. 뒤에서 보듯 이 “공연히”라는 문언은 제313조·제314조에는 없다.
제313조(신용훼손) — 대상은 ‘신용’
제313조(신용훼손)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사람의 신용을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13조는 항 구분 없는 단일 문장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보호하는 것은 명예가 아니라 ‘신용’이며, 행위 방식은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로써”다.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제307조에는 있던 “공연히”라는 문언이 제313조에는 없다. 즉 공연성을 세 조문에 공통으로 요구되는 요건처럼 이해하면 안 된다 — 적어도 조문 문언상으로는 제307조제1항·제2항에만 “공연히”가 명시되어 있고, 제313조·제314조 문언에는 이 표현이 없다.
제314조(업무방해) — 대상은 ‘업무’
제314조(업무방해)
①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컴퓨터등 정보처리장치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거나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여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제314조제1항은 행위 방법을 스스로 정의하지 않고 “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라고 앞 조문을 그대로 인용한다. 즉 이 조항이 실제로 어떤 행위를 처벌하는지 확정하려면 제313조를 함께 봐야 한다 — “제313조의 방법”이란 곧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를 뜻하고, 여기에 “위력”이 추가된 것이 제314조제1항의 행위 방법이다. 법정형은 제313조와 동일하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제314조제2항은 별도의 유형을 규정한다.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나 전자기록을 손괴하거나,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시켜 업무를 방해한 경우다. 이 항은 스스로 법정형을 적지 않고 “제1항의 형과 같다”로 마무리된다 — 따라서 법정형을 확인하려면 반드시 제1항을 함께 봐야 한다.
세 조문을 나란히 보면
| 조문 | 표제 | 보호 대상 | 행위 문언(핵심) | 공연성 요건 | 법정형 |
|---|---|---|---|---|---|
| 제307조제1항 | 명예훼손 | 명예 | 공연히 사실 적시 | 있음 | 2년 이하 징역·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 |
| 제307조제2항 | 명예훼손 | 명예 | 공연히 허위의 사실 적시 | 있음 | 5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
| 제313조 | 신용훼손 | 신용 | 허위의 사실 유포 또는 위계 | 문언에 없음 |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 |
| 제314조제1항 | 업무방해 | 업무 | 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 | 문언에 없음 |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제313조와 동일) |
| 제314조제2항 | 업무방해 | 업무 | 정보처리장치 손괴·허위정보 입력 등으로 업무방해 | 문언에 없음 | 제1항의 형과 같음 |
같은 “거짓말을 퍼뜨린 행위”라도 그로 인해 침해된 것이 개인의 명예인지, 신용인지, 업무인지에 따라 적용 조문이 달라지고 법정형도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 이 표에서 드러난다. “허위사실유포죄로 고소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실제로는 이 중 어느 조문이 문제되는 상황인지를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
이번 개정과는 무관한 조문들이다
형법은 2026년 3월 12일 법률 제21450호로 일부개정되어 2026년 9월 13일 시행되었다. 다만 이 개정에서 고쳐진 조문은 제98조(적국을 위한 간첩), 제98조의2(외국 등을 위한 간첩), 제99조(일반이적), 제100조(미수범), 제101조(예비, 음모, 선동, 선전), 제102조(준적국), 제104조(동맹국), 제123조의2(법왜곡)이며, 이 글에서 다룬 제307조·제313조·제314조는 이번 개정 대상이 아니다.
이 세 조문의 현재 문언은 1995년 12월 29일 법률 제5057호 개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제314조제2항은 당시 신설되었다). 즉 상단에 표시되는 법률 제21450호라는 공포번호는 형법 전체 개정 이력을 나타낼 뿐, 이 세 조문의 문언 자체는 그보다 훨씬 앞서 확정되어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
부칙 제21450호는 “이 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다만, 제123조의2의 개정규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고만 정하고 있을 뿐, 제307조·제313조·제314조에 관한 별도의 적용례나 경과조치는 두고 있지 않다.
정리하며
“거짓 소문을 퍼뜨리면 허위사실유포죄로 처벌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우선 그런 이름의 죄가 형법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실제로 문제되는 상황은 다음 중 하나로 구분된다.
- 불특정 다수가 알 수 있는 상태에서(공연히) 거짓 사실을 말해 누군가의 명예를 떨어뜨렸다면 → 제307조제2항(명예훼손)
- 거짓 사실을 퍼뜨리거나 위계를 써서 누군가의 신용을 떨어뜨렸다면 → 제313조(신용훼손)
- 그런 방법이나 위력으로, 또는 정보처리장치를 이용한 방법으로 누군가의 업무를 방해했다면 → 제314조(업무방해)
각 조문이 보호하는 법익(명예·신용·업무)과 요구하는 행위 요건이 서로 다르므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어느 조문이 적용될지가 갈린다. ‘허위의 사실’, ‘유포’, ‘위계’, ‘위력’ 같은 표현이 구체적으로 어디까지를 의미하는지는 이 조문 원문만으로는 확정할 수 없으며, 개별 사안의 판단은 법령과 구체적 사실관계를 함께 살펴야 하는 영역이다.
참고 법령
-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제1항·제2항
- 형법 제313조(신용훼손)
- 형법 제314조(업무방해) 제1항·제2항
- 형법 부칙 <법률 제21450호, 2026. 3.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