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인권, 학교 책임인가 부모 책임인가 — 법에 쓰인 답
“학생 인권은 학교가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래도 결국 가정교육 아닌가요?” 이런 질문은 자주 나오지만, 법은 이 문제를 ‘둘 중 하나’로 답하지 않는다. 초·중등교육법과 교육기본법은 학교와 보호자 양쪽에 서로 다른 강도의 의무를 각각 따로 정해 두고 있다. 이 글은 그 조문을 순서대로 짚어본다.
1. 학생 인권을 ‘보장하여야’ 하는 주체는 따로 있다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제1항은 이렇게 정한다.
“학교의 설립자ㆍ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의무를 지는 주체가 막연히 ‘학교’가 아니라 학교의 설립자·경영자와 학교의 장으로 특정되어 있다. ‘학교가 알아서 잘 해주겠지’라는 식으로 뭉뚱그릴 수 있는 조문이 아니라, 법인·개인인 설립자·경영자와 학교장 개인에게 구체적으로 지워진 책무다.
둘째, 보장 대상이 ‘학생 인권 전반’이 아니라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으로 한정되어 있다. 즉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이라는 근거 문서에 담긴 인권을 보장하라는 것이지, 조문 자체가 인권의 목록을 새로 만들어 나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조항의 어미는 “보장하여야 한다”다. 뒤에서 볼 교육기본법 제12조제1항의 “존중되고 보호된다”는 서술형과는 강도가 다른, 명시적인 의무 규정이다.
2. 학생에게도 지켜야 할 몫이 있다 — 다만 효과는 이 조문 안에 없다
같은 조 제2항은 학생 쪽 의무를 정한다.
“학생은 교직원 또는 다른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즉 인권 보장이 학교·보호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 스스로도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 규정이 함께 있다. 이 조항은 2022년 12월 27일 신설되었고, 그때 조 제목도 ‘학생의 인권보장 등’으로 바뀌었다.
다만 여기서 분명히 해둘 점이 있다. 이 조문은 학생에게 ‘~하지 말라’는 금지만 정할 뿐, 이를 위반했을 때 어떤 제재나 절차가 따르는지는 이 조문 안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 위반의 효과나 징계 절차는 이 조항 밖의 문제이므로, “인권 침해 행위를 하면 이런 제재를 받는다”는 식으로 요건과 효과를 이어 붙여 서술하는 것은 이 조문만으로는 근거가 없다.
3. 교육기본법도 학생의 인권을 다루지만, 어미가 다르다
교육기본법 제12조제1항은 이렇게 정한다.
“학생을 포함한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은 학교교육 또는 평생교육의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호된다.”
앞서 본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제1항의 “보장하여야 한다”와 문형이 다르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제12조제1항은 “존중되고 보호된다”는 서술형 문장이고, 특정 주체에게 ‘~하여야 한다’는 의무를 직접 지우는 문형이 아니다. 두 조문을 같은 강도의 의무 규정처럼 섞어 인용하면 정확하지 않다.
같은 조 제2항은 교육내용·교육방법·교재·교육시설이 학습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개성을 중시하도록 마련되어야 한다고 정하고, 제3항은 학생 쪽에도 윤리의식 확립, 학교 규칙 준수, 교원의 교육·연구활동 방해 금지, 학내 질서 문란 금지라는 의무를 지운다. 즉 교육기본법 역시 ‘학교 시설·운영은 학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학생도 지킬 것은 지켜야’라는 양방향 구조를 취하고 있다.
4. 그렇다면 보호자의 책임은 무엇인가 — 권리이자 책임, 그리고 협조 의무
질문의 핵심으로 돌아가 보자. 부모 등 보호자의 책임은 교육기본법 제13조에 정해져 있고, 이 조문은 항마다 어미가 다르다는 점이 중요하다.
제1항 —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바른 인성을 가지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교육할 권리와 책임을 가진다.” 이는 ‘~를 가진다’는 서술형으로, 보호자에게 자녀 교육에 관한 권리이자 책임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규정이다.
제2항 —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의 교육에 관하여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학교는 그 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 이 항은 한 문장 안에서 성격이 갈린다. 보호자 쪽은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라는 가능 규정이고, 학교 쪽은 그 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다. 다만 여기서 정확히 볼 부분이 있는데, 학교의 의무는 보호자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지 그 의견을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존중 의무와 수용 의무는 다른 개념이며, 제13조제2항은 존중까지만 정하고 있다.
제3항 — “부모 등 보호자는 교원과 학교가 전문적인 판단으로 학생을 교육ㆍ지도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존중하여야 한다.” 2023년 9월 27일 신설된 이 항이 보호자의 협조 의무를 직접 정한 조항이다. 보호자는 교원과 학교의 전문적 판단에 협조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의무형 문장으로 되어 있다. 제1항이 ‘권리와 책임을 가진다’는 서술형인 것과 달리, 제3항은 ‘협조하고 존중하여야 한다’는 명시적 의무 규정이라는 점에서 어미의 차이가 뚜렷하다.
5. 정리하면 — 학교와 보호자는 서로 다른 층위의 책임을 진다
조문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 학교의 설립자·경영자와 학교의 장: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제1항) — 명시적 의무.
- 학생: 교직원·다른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같은 조 제2항) — 금지 규정. 위반 시 효과는 이 조문에 없다.
- 학습자(학생 포함)의 기본적 인권: 학교교육·평생교육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호된다”(교육기본법 제12조제1항) — 서술형.
- 보호자: 자녀가 바르게 성장하도록 교육할 “권리와 책임을 가진다”(교육기본법 제13조제1항),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같은 조 제2항), 교원·학교의 전문적 판단에 “협조하고 존중하여야 한다”(같은 조 제3항).
- 학교: 보호자의 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같은 조 제2항) — 의무.
즉 법은 ‘학생 인권 보장’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학교의 설립자·경영자·학교장에게 명시적 의무로, 보호자에게는 권리이자 책임 그리고 학교 운영에 대한 협조 의무로, 학생 스스로에게는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을 금지 의무로 각각 나눠 놓았다고 볼 수 있다. ‘학교만의 일’도 ‘가정만의 일’도 아니라, 조문마다 정해진 각자의 몫이 따로 있는 구조다.
6. 앞으로 바뀌는 부분 — 아직 시행 전인 조문들
초·중등교육법은 2026년 안에 단계적으로 개정 조문이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이 글 발행일(2026-09-25) 기준으로는 아직 시행 전이므로 현재 적용되는 내용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
- 법률 제21580호(2026. 4. 28. 일부개정)의 개정규정은 2026년 10월 29일부터 시행된다. 제18조의7, 제18조의8, 제25조의2, 제29조, 제34조의2, 제35조, 제37조, 제67조, 제60조의7을 고치며, 부칙 제1조 단서에 따라 제25조의2 및 제67조의 개정규정은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부칙 제2조는 시행 전 설치·운영 중인 학부모지원센터를 개정규정에 따른 학부모지원센터로 본다는 경과조치를 둔다.
- 법률 제21659호(2026. 5. 19. 일부개정)의 개정규정은 2026년 11월 20일부터 시행된다. 제28조의2, 제65조의2, 제3조를 고치며, 부칙 제1조 단서에 따라 제28조의2 및 제60조의5의 개정규정과 부칙 제3조는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부칙 제3조는 다른 법률(다문화학생 관련 표현을 이주배경학생등으로 고치는 개정)을, 제4조는 다른 법령과의 관계를 정한다.
다만 이번 글에서 다룬 제18조의4는 두 시행예정본 모두에서 문언이 동일하게 유지된다. 즉 학교의 설립자·경영자·학교장의 인권보장 의무와 학생의 인권침해 금지 규정 자체는 이번 단계 시행과 무관하게 그대로 이어진다.
참고 법령
-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학생의 인권보장 등) 제1항, 제2항
- 초·중등교육법 부칙 <제21424호, 2026. 3. 10.>
- 초·중등교육법 부칙 <제21580호, 2026. 4. 28.> 제1조, 제2조
- 초·중등교육법 부칙 <제21659호, 2026. 5. 19.> 제1조 ~ 제4조
- 교육기본법 제12조(학습자) 제1항, 제2항, 제3항
- 교육기본법 제13조(보호자) 제1항, 제2항, 제3항
- 교육기본법 부칙 <제21608호, 2026.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