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규정을 바꿀 때 직원 의견만 들으면 되나요? — 근로기준법 제94조, '의견 청취'와 '동의'는 다르다

입력 2026.09.26. 오전 10:08

결론부터: 상황에 따라 다르다

회사(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바꿀 때 근로자 쪽에서 받아야 하는 것은 두 가지 중 하나다.

  •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바꾸거나, 불리·유리를 가리기 애매한 경우 → 근로자 쪽의 의견을 듣기만 하면 된다.
  •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바꾸는 경우 → 의견을 듣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근로자 쪽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구분은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안에서 본문과 단서로 나뉘어 있다. “직원 의견만 들으면 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은 “불리하게 바꾸는 게 아니라면 의견 청취로 충분하지만, 불리하게 바꾸는 것이라면 의견 청취가 아니라 동의가 필요하다”이다.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 본문과 단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①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한 문장 안에 두 개의 서로 다른 절차가 들어 있다.

① 본문 — 의견 청취. 취업규칙을 작성하거나 변경할 때는 원칙적으로 근로자 쪽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여기서 “의견을 듣는다”는 것은 찬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이지, 동의를 얻어야 효력이 생긴다는 뜻은 아니다.

② 단서 — 동의. 다만 그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때는 의견을 듣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근로자 쪽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즉 “직원 의견만 들으면 되나요?”라는 질문 자체가, 지금 바꾸려는 규정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변경인지 아닌지를 먼저 가려야 답이 나오는 질문이다. 불리한 변경이라면 의견 청취만으로는 부족하고 동의가 필요하다.

‘누구의’ 의견·동의인가 — 개별 근로자가 아니다

여기서 자주 오해가 생기는 지점이 있다. 제94조 제1항이 말하는 의견 청취·동의의 상대방은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아니다.

법 문언대로라면 상대방은 다음 둘 중 하나다.

  •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 그 노동조합
  • 그런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 → 근로자의 과반수

바꿔 말하면, 직원 1명, 2명의 개별 동의를 받았다고 해서 법이 요구하는 절차를 거친 것이 되지 않는다. 노동조합이 있으면 그 노동조합이, 없으면 근로자 과반수라는 집단적 단위가 의견 청취·동의의 주체가 된다. 뒤에서 보는 대법원 판례도 이를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라고 표현하고 있다.

제94조 제2항 — 신고할 때 첨부하는 것은 ‘의견을 적은 서면’

제94조 제2항은 다음과 같다.

② 사용자는 제93조에 따라 취업규칙을 신고할 때에는 제1항의 의견을 적은 서면을 첨부하여야 한다.

주의할 점은, 여기서 첨부해야 하는 서면은 “동의서”가 아니라 “제1항의 의견을 적은 서면”이라는 것이다. 불리한 변경이어서 동의를 받은 경우라면 그 동의의 취지가 담긴 서면이 되겠지만, 조문 자체가 지칭하는 명칭은 ‘의견을 적은 서면’이다.

취업규칙 작성·신고 의무 — 제93조

취업규칙에 관한 절차를 이해하려면 제93조도 함께 봐야 한다. 제93조는 상시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취업규칙을 작성해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할 의무를 지우고, “이를 변경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고 정해 변경할 때도 같은 신고 의무가 있음을 명시한다. 취업규칙에 담아야 할 사항은 업무 시작·종료 시각, 휴게시간, 휴일·휴가, 임금의 결정·계산·지급 방법, 퇴직에 관한 사항, 퇴직급여·상여·최저임금, 안전·보건,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등 제1호부터 제13호(제9호의2 포함 14개 호)까지에 걸쳐 있다.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의 관계 — 제97조

취업규칙이 정한 기준에 못 미치는 근로조건을 근로계약에서 정했다면 어떻게 될까. 제97조는 이렇게 정한다.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는 무효로 한다.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따른다.

여기서 무효가 되는 것은 근로계약 전체가 아니라 미달하는 그 부분뿐이다. 그리고 무효가 된 부분은 계약서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되는 게 아니라, 취업규칙이 정한 기준으로 채워진다.

제96조 —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관계, 어미가 항마다 다르다

제96조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관계를 정하는데, 같은 조 안에서도 제1항과 제2항의 성격이 다르다.

① 취업규칙은 법령이나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 적용되는 단체협약과 어긋나서는 아니 된다. ② 고용노동부장관은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어긋나는 취업규칙의 변경을 명할 수 있다.

제1항은 “어긋나서는 아니 된다”는 금지 규정이다. 반면 제2항은 고용노동부장관이 변경을 “명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으로, 반드시 명해야 하는 의무 규정이 아니다. 두 항의 어미가 다르다는 점을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감급 제재의 상한 — 제95조

취업규칙에서 근로자에게 감급(減給)의 제재를 정하는 경우에는 상한이 있다. 제95조는 “그 감액은 1회의 금액이 평균임금의 1일분의 2분의 1을, 총액이 1임금지급기의 임금 총액의 10분의 1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정한다.

핵심 쟁점: 동의를 못 받은 불리한 변경, 늘 무효일까 —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여기서 실무상 가장 자주 다투어지는 문제가 등장한다.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바꾸면서 근로자 쪽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그 변경 내용이 “사회통념상 합리적”이라면 동의가 없어도 유효하다고 볼 수 있는가.

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7다35588, 35595 판결(부당이득금반환·부당이득금)은 이 문제에 대해 종전 판례를 변경하는 다수의견을 냈다.

다수의견의 핵심.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다.

판결은 그 근거로, 취업규칙 불리한 변경에 대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이 헌법 제32조 제3항(근로조건 법정주의)과 근로기준법 제4조(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의 취지를 실현하는 중요한 절차적 권리이며,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가 강행규정이라는 점 등을 들었다. 이로써 종전에 사회통념상 합리성만으로 동의 없는 불이익변경의 효력을 인정해 온 기존 판례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변경되었다.

다만 예외는 있다 — 집단적 동의권의 ‘남용’. 같은 판결은 동의가 없어도 불이익변경이 유효할 수 있는 경우도 함께 제시했다.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동의가 없어도 그 변경을 유효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판결이 말하는 ‘남용’이란,

  • 관계 법령이나 근로관계를 둘러싼 사회 환경의 변화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인정되고,
  •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구하려는 사용자의 진지한 설득과 노력이 있었음에도,
  •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 제시 없이 변경에 반대한 경우

를 가리킨다. 판결은 이 남용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신의성실·권리남용금지 원칙은 강행규정에 관한 것이어서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아도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의할 점. 이 판결이 “동의 없는 불이익변경은 무조건 무효”라고 선언한 것은 아니다. 원칙적으로 동의 없는 불이익변경은 유효성을 인정받기 어렵되, 집단적 동의권 남용이라는 엄격한 예외 사유가 인정되면 유효할 수 있다는 구조다. 또한 이 판결에는 별개의견이 있었다는 점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다. 별개의견은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가 여전히 타당하므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으나, 다수의견이 판례를 변경하는 결론을 채택했다.

앞으로 시행될 개정 — 지금은 적용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에는 2026-09-26 기준으로 아직 시행되지 않은 개정 법률이 여러 건 예정되어 있다(각각 2026-10-08, 2026-12-10, 2027-01-01 시행). 다만 이 개정들은 취업규칙에 관한 제93조부터 제97조까지의 조문을 고치지 않으며, 문언도 지금과 동일하다. 즉 이 글에서 설명한 의견 청취·동의 구분, 제96조·제97조의 내용은 개정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된다.

요약

구분요건상대방
취업규칙 작성·변경 (일반)의견 청취과반수 노조 또는 근로자 과반수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동의 필요과반수 노조 또는 근로자 과반수
신고 시 첨부 서류제1항의 의견을 적은 서면—
동의 없는 불리한 변경의 효력원칙적으로 유효성 인정 불가 (집단적 동의권 남용의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예외적으로 유효)2017다35588, 35595 판결

“회사 규정을 바꿀 때 직원 의견만 들으면 되나요?”라는 질문의 답은, 그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리한지에 달려 있다. 불리한 변경이 아니라면 의견 청취로 충분하지만, 불리한 변경이라면 의견 청취를 넘어 근로자 과반수(또는 과반수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그 동의 없이 이루어진 불리한 변경은 특별한 사정(집단적 동의권 남용)이 없는 한 유효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참고 법령·조문

  • 근로기준법 제93조(취업규칙의 작성ㆍ신고)
  • 근로기준법 제94조(규칙의 작성, 변경 절차) 제1항, 제2항
  • 근로기준법 제95조(제재 규정의 제한)
  • 근로기준법 제96조(단체협약의 준수) 제1항, 제2항
  • 근로기준법 제97조(위반의 효력)
  • 헌법 제32조 제3항
  • 근로기준법 제4조

참고 판례

  • 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7다35588, 35595 판결(부당이득금반환·부당이득금)

관련 법령: 근로기준법 제93조 · 근로기준법 제94조 · 근로기준법 제95조 · 근로기준법 제96조 · 근로기준법 제97조

관련 판례

대법원 2017다35588,35595 — 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7다35588,35595 판결

[다수의견] (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헌법 제32조 제3항, 근로기준법 제4조, 제94조 제1항의 취지와 관계에 비추어 보면,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하여 근로자가 가지는 집단적 동의권은 사용자의 일방적 취업규칙의 변경 권한

판결문 원문 (2023-05-11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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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한 1차 출처

최종 확인일: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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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법률브리프 에디터가 작성 및 검수하였으며, 일부는 AI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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