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규정을 바꿀 때 직원 의견만 들으면 되나요? — 취업규칙 변경의 '의견 청취'와 '동의'
한 줄 답
아닙니다.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 본문은 취업규칙을 작성하거나 변경할 때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정하지만, **단서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정합니다. 즉 바꾸는 내용이 근로자에게 불리하다면 의견을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1. 조문이 갈리는 지점 — 본문과 단서
근로기준법 제94조(규칙의 작성, 변경 절차) 원문입니다.
①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② 사용자는 제93조에 따라 취업규칙을 신고할 때에는 제1항의 의견을 적은 서면을 첨부하여야 한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구분 | 근거 | 요건 |
|---|---|---|
| 취업규칙을 작성하거나 변경하는 경우(일반) | 제94조 제1항 본문 | 의견을 들어야 한다 (의견 청취) |
|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 제94조 제1항 단서 |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동의) |
두 요건을 “의견을 듣거나 동의를 받으면 된다”는 식으로 뭉뚱그리면 조문을 잘못 읽은 것입니다. 불리한 변경에서 요구되는 것은 동의이고, 의견 청취로 대체되지 않습니다.
상대방은 누구인가
제94조 제1항이 정한 상대방은 개별 근로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아닙니다.
-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 그 노동조합
- 그러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 → 근로자의 과반수
따라서 직원 몇 명에게 개별적으로 물어보고 서명을 모으는 방식이 곧바로 이 조문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조문은 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라는 집단을 상대방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신고할 때 첨부하는 것은 ‘의견을 적은 서면’
제94조 제2항은 제93조에 따라 취업규칙을 신고할 때 **“제1항의 의견을 적은 서면”**을 첨부하도록 합니다. 조문 문언은 ‘동의서’가 아니라 ‘의견을 적은 서면’입니다. 이 점을 바꿔 적으면 조문 인용이 틀어집니다.
2. ‘불리한 변경’이면 왜 동의까지 필요한가 — 대법원 2017다35588, 35595
이 쟁점에 관한 현재의 기준은 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7다35588, 35595 판결(부당이득금반환·부당이득금)입니다.
다수의견의 결론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
즉 “내용이 합리적이니 동의 없이도 유효하다”는 논리는 원칙적으로 통하지 않습니다. 판결이 든 이유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 헌법 제32조 제3항, 근로기준법 제4조, 제94조 제1항의 취지와 관계에 비추어, 불리한 변경에 대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은 절차적 권리이며 “변경되는 취업규칙의 내용이 갖는 타당성이나 합리성으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 집단적 동의는 “단순히 요식적으로 거쳐야 하는 절차 이상의 중요성을 갖는 유효요건”이다.
- 근로조건의 유연한 조정은 사용자의 일방적 변경을 승인함으로써가 아니라 “단체교섭이나 근로자의 이해를 구하는 사용자의 설득과 노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 ‘사회통념상 합리성’은 개념 자체가 매우 불확정적이어서 당사자가 미리 알기 어렵고, 법원의 판단도 사후적 평가라는 한계가 있어 법적 불안정성이 컸다.
- 종전 해석은 강행규정인 제94조 제1항 단서의 명문 규정에 반하는 해석이다.
이 판결로 사회통념상 합리성만으로 유효성을 인정했던 종전 판례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모두 변경되었습니다.
다만 — 예외가 있습니다 (‘무조건 무효’가 아닙니다)
같은 판결은 동시에 예외를 인정합니다.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동의가 없더라도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을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판결이 정의한 **‘집단적 동의권 남용’**은 다음 두 요소를 갖춘 경우입니다.
- 관계 법령이나 근로관계를 둘러싼 사회 환경의 변화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인정되고,
-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진지한 설득과 노력이 있었음에도,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 제시 없이 변경에 반대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
여기에 판결은 두 가지를 덧붙입니다.
- 제94조 제1항 단서의 입법 취지와 절차적 권리로서 동의권이 갖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남용에 해당하는지는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 신의성실·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적용은 강행규정에 관한 것이므로, 집단적 동의권 남용에 해당하는지는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래서 “동의가 없으면 자동으로·무조건 무효”라고 쓰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원칙은 유효성 부정이고, 남용이라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예외적으로 유효할 여지가 열려 있으며, 그 예외의 문턱은 엄격합니다.
이 판결에는 별개의견이 있습니다
대법관 6인의 별개의견은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가 “현재에도 여전히 법리적으로나 실무적으로 타당하므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 논거로는 1989년 근로기준법 개정이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배제한 것이 아니라 판례 법리를 전면 수용한 것이라는 점, 누가 보더라도 합리성이 있는 변경까지 제한할 이유가 없다는 점, 이 법리는 신의성실 원칙이나 조리 등 법의 일반원칙을 적용한 것이어서 법문에 명시되지 않았다고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등을 듭니다. 결론을 인용할 때는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을 구별해 두는 편이 정확합니다.
이 사건의 처리 경과
사안의 구조는 이렇습니다. 사용자가 법정근로시간 단축(주 5일 근무제)에 맞추어 일정 직급 이상에만 적용되는 별도 취업규칙을 제정했고, 그 내용에는 월차휴가제도 폐지와 상한이 없던 연차휴가에 상한 신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원심은 이를 불이익변경으로 보았고, 대법원도 그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원심이 사회통념상 합리성만 따지고 집단적 동의권 남용에 해당하는지는 전혀 판단하지 않은 점을 잘못으로 보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원고(선정당사자)들의 상고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함께 정리된 부수적 판단도 참고할 만합니다.
- 일부 근로자집단만 대상으로 하는 취업규칙: 근로조건·근로형태·직종 등의 특수성에 따라 근로자 일부에 적용되는 별도 취업규칙을 작성할 수 있으므로, 그 자체로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 동의 주체의 범위: 원심은 변경 당시 해당 직급이었던 직원뿐 아니라 장래 그 직급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있던 직원들까지 포함한 근로자 집단이 동의 주체가 된다고 보았고, 대법원은 이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했다.
- 주 5일제 도입과 별도로 이루어진 기본급 인상 등 보전 조치는 취업규칙 제정·시행과 별개의 조치이므로 불이익변경 여부 판단 시 고려 요소가 아니라고 본 원심 판단도 유지되었다.
3. 함께 봐야 하는 조문들
취업규칙 변경은 제94조 하나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제93조 — 작성·신고 의무와 대상 사항
상시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제93조 각 호의 사항에 관한 취업규칙을 작성하여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하고, **“이를 변경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고 정합니다. 각 호는 제9호의2를 포함해 14개이며, 근로시간·휴게·휴일·휴가·교대 근로, 임금의 결정·계산·지급 방법과 승급, 가족수당, 퇴직, 퇴직급여·상여·최저임금, 식비·작업 용품 부담, 교육시설, 출산전후휴가·육아휴직 등 모성 보호 및 일·가정 양립 지원, 안전과 보건, 사업장 환경 개선, 재해부조,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표창과 제재, 그 밖에 근로자 전체에 적용될 사항이 들어갑니다.
참고로 제93조의 현행 문언을 만든 개정은 **법률 제16272호(공포 2019. 1. 15.)**입니다.
제95조 — 감급 제재의 한도
취업규칙에서 감급(減給)의 제재를 정할 경우, 그 감액은 1회의 금액이 평균임금의 1일분의 2분의 1을, 총액이 1임금지급기의 임금 총액의 10분의 1을 초과하지 못합니다.
제96조 — 단체협약·법령과의 관계 (어미가 갈립니다)
- 제1항: 취업규칙은 법령이나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되는 단체협약과 “어긋나서는 아니 된다” → 금지
- 제2항: 고용노동부장관은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어긋나는 취업규칙의 “변경을 명할 수 있다” → 재량
제2항을 “반드시 변경을 명한다”로 읽어 의무로 승격시키면 조문을 잘못 옮긴 것입니다.
제97조 — 취업규칙에 미달하는 근로계약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는” 무효이고,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따릅니다. 계약 전부가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4. 자주 틀리는 지점 7가지
- “의견만 들으면 된다” → 불리한 변경이면 제94조 제1항 단서에 따라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 “동의를 개별 직원에게 받으면 된다” → 조문이 정한 상대방은 과반수 노동조합, 없으면 근로자 과반수입니다.
- “신고할 때 동의서를 붙인다” → 제94조 제2항의 문언은 “제1항의 의견을 적은 서면”입니다.
- “내용이 합리적이면 동의 없이도 유효” → 2017다35588, 35595 판결 다수의견은 사회통념상 합리성만으로는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고, 종전 판례를 그 범위에서 변경했습니다.
- “동의 없는 불이익변경은 무조건·자동으로 무효” → 집단적 동의권 남용이라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유효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남용 판단은 엄격하며,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 “제96조 제2항은 변경 명령 의무” → “명할 수 있다”(재량)입니다.
- “취업규칙보다 불리한 계약은 전부 무효” → 제97조는 “그 부분에 관하여는” 무효입니다.
5. 벌칙과 형량에 관하여
제94조 위반에 대한 벌칙·과태료 조문과 그 법정형은 이 글이 근거로 삼은 자료(근로기준법 제93조~제97조 및 위 판결)의 범위 밖입니다. 형량이나 선택형 여부를 단정할 수 없으므로 여기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6. 시행일 관련 확인 사항 (기준일 2026-09-26)
인용한 근로기준법은 [시행 2026. 8. 20.] [법률 제21373호, 2026. 2. 19., 타법개정] 기준이며 소관은 고용노동부입니다.
기준일 현재 시행 전인 개정법 3건이 있습니다.
| 개정 | 시행일 | 기준일(2026-09-26) 상태 |
|---|---|---|
| 법률 제21533호 | 2026-10-08 (단계 시행) | 미시행 |
| 법률 제21784호 | 2026-12-10 (단계 시행) | 미시행 |
| 법률 제21472호 | 2027-01-01 | 미시행 |
다만 이 3건은 제93조~제97조를 고치지 않으며, 해당 조문들의 문언은 시행예정본에서도 동일합니다. 따라서 이 글에서 다룬 제93조~제97조의 문언은 위 개정들로 달라지지 않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제94조에는 연혁 표기가 없어 현재 문언을 만든 개정이 무엇인지 자료상 확인되지 않습니다. 상단 공포번호(법률 제21373호)를 제94조를 만든 개정인 것처럼 적지 않는 것이 정확합니다.
요약 (질문별 답)
Q. 회사 규정을 바꿀 때 직원 의견만 들으면 되나요? A. 변경 내용이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다면 제94조 제1항 본문의 의견 청취가 요건이지만,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같은 항 단서에 따라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Q. 누구의 의견·동의인가요? A.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으면 그 노동조합, 없으면 근로자 과반수입니다.
Q. 동의를 못 받았는데 변경 내용이 합리적이면요? A. 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7다35588, 35595 판결 다수의견에 따르면, 집단적 동의권 남용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Q. 동의 없이 유효가 되는 경우는 전혀 없나요? A. 있습니다. 변경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사용자의 진지한 설득과 노력이 있었음에도 합리적 근거나 이유 제시 없이 반대한 경우 등 집단적 동의권 남용으로 볼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유효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판단은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Q. 신고 서류에는 무엇을 붙이나요? A. 제94조 제2항은 제93조에 따라 신고할 때 “제1항의 의견을 적은 서면”을 첨부하도록 정합니다.
참고 법령 및 판례
법령
- 헌법 제32조 제3항
- 근로기준법 제4조
- 근로기준법 제93조(취업규칙의 작성ㆍ신고) — 제1호~제13호(제9호의2 포함)
- 근로기준법 제94조(규칙의 작성, 변경 절차) 제1항 본문·단서, 제2항
- 근로기준법 제95조(제재 규정의 제한)
- 근로기준법 제96조(단체협약의 준수) 제1항·제2항
- 근로기준법 제97조(위반의 효력)
- 구 근로기준법(1990. 1. 13. 법률 제42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5조 제1항(현행 제94조 제1항 참조)
-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조 (근로기준법 제93조 제5호에서 인용)
- 민법 제2조
판례
- 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7다35588, 35595 판결(부당이득금반환·부당이득금) — 다수의견 및 별개의견
기준 버전
- 근로기준법 [시행 2026. 8. 20.] [법률 제21373호, 2026. 2. 19., 타법개정], 소관 고용노동부
- 시행 여부 기준일: 2026-09-26 / 미시행 개정: 법률 제21533호(2026-10-08), 법률 제21784호(2026-12-10), 법률 제21472호(2027-01-01) — 모두 제93조~제97조를 고치지 않음
관련 판례
[다수의견] (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헌법 제32조 제3항, 근로기준법 제4조, 제94조 제1항의 취지와 관계에 비추어 보면,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하여 근로자가 가지는 집단적 동의권은 사용자의 일방적 취업규칙의 변경 권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