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규칙 변경 시 의견 청취와 동의의 차이
회사가 취업규칙을 바꿀 때, 직원들의 ‘의견을 들었다’는 것과 ‘동의를 받았다’는 것은 법적으로 전혀 다르다. 많은 회사가 두 요건을 혼동하거나 의견 청취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근로기준법과 대법원 판례는 명확한 구분을 요구한다.
취업규칙의 법적 지위와 변경 규칙
상시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두는 사용자(회사)는 반드시 취업규칙을 작성하고 고용노동부에 신고해야 한다. 취업규칙은 단순한 사내 지침이 아니라 근로조건을 정하는 법규범이므로, 근로자들의 일급·휴가·퇴직금 같은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담는다.
이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는 절차와 실체 모두에서 법적 요건을 지켜야 한다.
제94조: 의견 청취와 동의 요건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은 두 가지를 규정한다.
본문: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에 관해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또는 노동조합이 없으면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단서: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는 근본적인 차이를 만든다. 의견 청취는 의사를 청취하는 절차지만 반대 의견이 있어도 회사가 진행할 수 있다. 반면 동의는 근로자 측의 수락이 필수 요건이다.
어떤 변경이 ‘불리한’ 변경인가
취업규칙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리한지는 변경 전후 근로조건을 비교해 판단한다. 예를 들어:
- 월차휴가를 폐지하거나 일수를 줄이는 경우
- 연차휴가 상한을 새로 정하는 경우
- 수당·상여 조건을 악화시키는 경우
- 징계 규정을 강화하는 경우
이런 경우들이 불리한 변경에 해당하면 단순한 의견 청취가 아니라 근로자 측의 동의가 필수가 된다.
2023년 대법원 판결의 전환
2023년 5월 대법원(2017다35588, 35595 판결)은 중요한 판단을 했다. 종전 판례는 불리한 변경이라도 그 내용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동의 없이 유효하다고 본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변경했다.
새로운 원칙: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하면서 근로자 과반수 노동조합(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그 변경에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효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근거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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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과 법률의 원칙: 헌법 제32조 제3항과 근로기준법 제4조는 근로조건을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로 결정’해야 한다고 정한다. 불리한 변경에 대한 동의권은 이 원칙을 실현하는 절차적 권리이고, 변경 내용의 합리성으로 대체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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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행규정의 문언: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는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확히 정했다. 이는 강행규정이고, 내용의 합리성이 절차적 요건을 면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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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가능성과 안정성: ‘사회통념상 합리성’은 불확정적이어서 당사자가 사전에 판단하기 어렵고, 사후 분쟁이 계속되며, 법적 불안정성을 초래한다.
다만, 동의권 남용의 예외
대법원도 절대적이지는 않다. 근로자 측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는 경우는 다르다.
동의권 남용이란: 관계 법령이나 근로관계의 사회 환경 변화로 취업규칙 변경의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회사가 근로자 측을 설득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했는데도 근로자 측이 합리적 근거 없이 반대하는 경우.
다만 대법원은 이 요건을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동의권 남용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일 뿐이다. 또한 이런 남용 여부는 당사자의 주장이 없어도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
신고 시 제출 서류
제94조 제2항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할 때 반드시 “제1항의 의견을 적은 서면”을 첨부해야 한다고 정한다. 이는 근로자 측으로부터 받은 의견의 기록이다. 불리한 변경의 경우라면, 동의 내용을 기록한 서면이 되어야 한다.
실무적 의미
회사 입장에서는:
- 단순한 의견 청취로는 부족할 수 있다
- 불리한 변경인지 먼저 판단해야 한다
- 불리한 변경이면 근로자 과반수 노동조합(없으면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수다
- 동의 없이 변경하면 그 부분은 법적으로 효력이 없을 수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 불리한 변경에는 동의 권리가 있다
- 이를 거부할 수 있고, 그 권리는 기존 근로조건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 다만 권리 자체를 명백히 남용하면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
참고 법령
- 근로기준법 제93조(취업규칙의 작성·신고)
- 근로기준법 제94조(규칙의 작성, 변경 절차)
- 근로기준법 제96조(단체협약의 준수)
- 근로기준법 제97조(위반의 효력)
- 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7다35588, 35595 판결
관련 판례
[다수의견] (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헌법 제32조 제3항, 근로기준법 제4조, 제94조 제1항의 취지와 관계에 비추어 보면,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하여 근로자가 가지는 집단적 동의권은 사용자의 일방적 취업규칙의 변경 권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