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불편해 육교를 못 오르면 그냥 차도를 건너도 되나요?
결론부터: 지체장애인에게는 예외가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10조제2항은 횡단보도·지하도·육교나 그 밖의 도로 횡단시설이 설치된 도로에서는 “그 곳으로 횡단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즉, 원칙은 의무입니다.
다만 같은 항 단서는 이렇게 정합니다.
“다만, 지하도나 육교 등의 도로 횡단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지체장애인의 경우에는 다른 교통에 방해가 되지 아니하는 방법으로 도로 횡단시설을 이용하지 아니하고 도로를 횡단할 수 있다.”
이 단서는 “할 수 있다”, 즉 재량 규정입니다. 조건을 나눠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대상: 지하도나 육교 등의 도로 횡단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지체장애인
- 방법: 다른 교통에 방해가 되지 아니하는 방법
이 두 조건을 함께 충족할 때만 육교·지하도를 이용하지 않고 도로를 횡단할 수 있습니다.
단서를 넓혀 읽으면 안 되는 이유
이 단서는 “지체장애인”이라는 특정 대상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조문에 “노약자”, “임산부”, “급한 사정이 있는 사람” 같은 표현은 없습니다. 법문에 적힌 대상과 조건 그대로만 적용되는 예외이므로,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를 일반적인 사정으로 넓혀 적용할 근거는 이 조문 자체에는 없습니다.
또한 단서가 면제하는 것은 “도로 횡단시설을 이용하지 아니하고 도로를 횡단”하는 것, 즉 횡단시설 이용 의무뿐입니다. “다른 교통에 방해가 되지 아니하는 방법”이라는 조건은 그대로 남습니다. 이 조건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요구하는지는 조문에 더 자세히 적혀 있지 않습니다.
횡단보도가 없는 도로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제10조제3항은 다음과 같이 정합니다.
“보행자는 제1항에 따른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지 아니한 도로에서는 가장 짧은 거리로 횡단하여야 한다.”
이 조항은 횡단 자체를 막는 규정이 아닙니다. 횡단보도가 없는 도로에서 횡단하는 방법(가장 짧은 거리로)만 정합니다. 따라서 “횡단보도가 설치된 도로에서 그곳으로 횡단할 의무”와 “횡단보도가 없는 도로에서 가장 짧은 거리로 횡단할 의무”는 서로 다른 상황에 적용되는 별개의 규정입니다.
횡단 중 지켜야 할 다른 규정
지체장애인의 단서에 따라 도로를 횡단하더라도, 제10조제4항과 제5항은 그대로 적용됩니다.
- 제4항: 보행자는 차와 노면전차의 바로 앞이나 뒤로 횡단하여서는 아니 됩니다. 다만 횡단보도를 횡단하거나 신호기·경찰공무원등의 신호나 지시에 따라 횡단하는 경우는 예외입니다.
- 제5항: 안전표지 등에 의하여 횡단이 금지되어 있는 도로의 부분에서는 횡단하여서는 아니 됩니다. 이 항에는 별도의 단서가 없습니다.
즉, 지체장애인 단서가 있더라도 안전표지로 횡단이 금지된 지점에서까지 횡단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위반하면 어떻게 되나요
제157조제1호는 제10조제2항부터 제5항까지를 위반한 보행자를 벌칙 대상으로 정합니다. 법정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이는 선택형이며, 상한이나 선택지를 줄여서 읽어서는 안 됩니다. 참고로 제1항(횡단보도 설치)은 시·도경찰청장의 재량 규정(“설치할 수 있다”)이라서 벌칙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보행자에게 벌칙이 적용되는 것은 제2항부터 제5항까지의 의무·금지 규정을 어겼을 때입니다.
보도가 있는 도로 자체에서의 원칙
횡단 문제와 별도로, 제8조제1항은 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에서 보행자의 기본 통행 원칙을 정합니다.
“보행자는 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에서는 언제나 보도로 통행하여야 한다. 다만, 차도를 횡단하는 경우, 도로공사 등으로 보도의 통행이 금지된 경우나 그 밖의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조항 역시 제157조제1호의 벌칙 대상입니다. 횡단을 위해 차도에 잠시 들어서는 것은 이 조항의 단서(“차도를 횡단하는 경우”)로 커버되지만, 그 뒤 실제 횡단 행위는 제10조의 각 항이 따로 규율합니다.
정리
- 횡단시설이 설치된 도로는 원칙적으로 그 시설로 횡단해야 합니다(제10조제2항 본문).
- 지하도·육교 등을 이용할 수 없는 지체장애인은 다른 교통에 방해가 되지 않는 방법으로 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횡단할 수 있습니다(제10조제2항 단서) — 이 예외는 법문에 적힌 대상과 조건 그대로만 적용됩니다.
- 횡단보도가 없는 도로에서는 가장 짧은 거리로 횡단해야 합니다(제10조제3항) — 이는 횡단 자체를 막는 규정이 아니라 방법을 정하는 규정입니다.
- 차·노면전차 바로 앞뒤 횡단 금지(제10조제4항), 안전표지에 의한 횡단금지 구간(제10조제5항)은 지체장애인 단서와 별개로 그대로 적용됩니다.
- 위반 시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제157조제1호)입니다.
횡단보도 설치 기준 등 세부 사항은 행정안전부령에 위임되어 있어 이 글에서 다루는 법률 조문의 범위를 넘어섭니다. 구체적인 상황에서의 판단이 필요하다면 관할 경찰관서나 관련 기관에 문의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참고 법령
- 도로교통법 제8조(보행자의 통행) 제1항
- 도로교통법 제10조(도로의 횡단) 제1항, 제2항, 제3항, 제4항, 제5항
- 도로교통법 제157조(벌칙) 제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