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로 명예가 훼손돼도 사실이고 공익이면 책임을 안 지나요? — 언론중재법 제5조가 정한 두 가지 면책 사유

입력 2026.09.25. 오전 10:08

언론 보도로 명예나 사생활 등이 침해됐다고 느낄 때 흔히 듣는 말이 있다. “사실이잖아”, “공익을 위한 보도였잖아”라는 반박이다. 그런데 이 말이 법적으로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어떤 조건을 갖춰야 실제로 책임을 면하는지는 조문을 직접 봐야 알 수 있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언론중재법) 제5조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담고 있는 조문이다.

원칙은 ‘침해 금지’다 — 면책은 예외다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언론중재법 제5조의 출발점이다. 제1항은 언론·인터넷뉴스서비스·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조문은 이를 묶어 “언론등”이라 부른다)이 타인의 생명, 자유, 신체, 건강, 명예,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초상, 성명, 음성, 대화, 저작물 및 사적 문서, 그 밖의 인격적 가치 등에 관한 권리(조문은 이를 “인격권”이라 부른다)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되며”, 침해한 경우에는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문장의 어미를 눈여겨봐야 한다. 제1항은 “아니 되며”, “구제하여야 한다”는 의무형 문장이다. 원칙은 침해 금지이고, 침해가 일어났다면 신속한 구제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조문의 기본 골격이다. 뒤에 이어지는 제2항의 면책 사유는 이 원칙에 대한 ‘예외’로 자리잡는다. 제2항이 재량이나 임의 조항처럼 읽혀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면책되려면 세 겹의 조건이 겹쳐야 한다

제5조제2항은 이렇게 규정한다.

“인격권 침해가 사회상규(社會常規)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언론등은 그 보도 내용과 관련하여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이 문장은 한 번에 읽으면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세 개의 조건이 순서대로 걸려 있는 구조다.

  1.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여야 한다. 즉 아래 두 호 중 하나에 해당하더라도, 그 침해 방식이나 정도가 사회상규를 넘어서면 이 한도를 벗어나 면책이 성립하지 않는다.
  2. 다음 각 호(제1호 또는 제2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해야 한다.
  3.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어야 한다. 다른 법률이 별도로 정한 바가 있다면 그 규정이 우선한다.

이 세 조건이 모두 충족될 때 비로소 “언론등은 그 보도 내용과 관련하여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효과가 생긴다. 두 호 중 하나에 해당한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면책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 조문의 핵심이다.

두 가지 면책 사유

제5조제2항이 정한 두 호는 다음과 같다.

제1호 — 피해자의 동의를 받아 이루어진 경우

피해자가 보도에 동의했다면 면책 사유가 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위에서 본 ‘사회상규’ 한도와 ‘다른 법률의 특별 규정 부재’라는 조건은 그대로 적용된다.

제2호 —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진실한 것이거나 진실하다고 믿는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바로 이 호가 질문에서 말한 “사실이고 공익이면”에 해당하는 사유다. 그런데 조문을 그대로 읽으면 두 가지 요소가 “으로서”로 연결되어 함께 요구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 보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어야 하고,
  • 그 내용이 진실한 것이거나, 진실하다고 믿는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여야 한다.

즉 공익성만으로는 부족하고, 진실성(또는 진실이라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만으로도 부족하다. 두 요소가 함께 갖춰져야 이 호에 해당한다. 여기에 다시 제2항 본문의 ‘사회상규’ 한도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이라는 조건이 앞뒤로 걸려 있으므로, 질문의 답은 “사실이고 공익이면 무조건 책임을 안 진다”가 아니라 “공익성과 진실성(또는 정당한 사유)이 함께 인정되고, 침해 방식이 사회상규를 넘지 않으며,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을 때 비로소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쪽에 가깝다. 조문 어디에도 ‘무조건’, ‘자동으로’, ‘즉시’ 같은 표현은 없다.

사망한 사람도 보호 대상이다 — 제5조의2

언론중재법은 제5조 바로 다음에 제5조의2(사망자의 인격권 보호)를 두어, 인격권 보호의 범위를 사망한 사람에게까지 넓혀 놓았다. 이 조문의 구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제1항: 제5조제1항의 “타인”에는 사망한 사람을 포함한다. 즉 별개의 새로운 권리를 만든 것이 아니라, 제5조제1항이 이미 정한 “타인”의 범위에 사망한 사람을 넣어주는 방식이다.
  • 제2항: 사망한 사람의 인격권을 침해했거나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그 구제절차는 유족이 수행한다.
  • 제3항: 유족의 범위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배우자와 직계비속으로 한정한다. 배우자와 직계비속이 모두 없으면 직계존속이, 직계존속도 없으면 형제자매가 유족이 된다. 같은 순위의 유족이 2명 이상이면 각자가 단독으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 제4항: 그런데 사망한 사람에 대한 인격권 침해에 ‘동의’를 하려면 같은 순위 유족 전원이 하여야 한다.
  • 제5항: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사망 후 30년이 지났을 때에는 제2항에 따른 구제절차를 수행할 수 없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제3항과 제4항이 갈라놓은 지점이다. 구제절차 청구는 같은 순위 유족이 각자 단독으로 할 수 있지만, 침해에 대한 동의는 같은 순위 유족 전원이 해야 한다. 청구권 행사와 동의권 행사의 요건이 다르게 설계되어 있는 셈이다.

그리고 ‘사망 후 30년’이라는 기간은 제5항이 정한 것으로, 그 앞에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이라는 단서가 붙는다. 30년이 지나면 제2항에 따른 구제절차를 “수행할 수 없다”고만 규정할 뿐, 조문 어디에도 ‘권리가 소멸한다’는 표현은 없다. 다른 법률에 별도 규정이 있다면 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읽어야 한다.

정리하면

  • 언론중재법 제5조제1항은 언론등의 인격권 침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침해 시 신속한 구제 의무를 부과한다.
  • 제2항의 면책은 예외 규정이며, 두 호 중 하나에 해당한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이라는 조건이 함께 걸린다.
  • 제2호(공익·진실 관련 면책)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진실성 또는 진실이라 믿을 정당한 사유까지 함께 요구하는 문언이다. 공익성만으로도, 진실성만으로도 이 호를 충족하지 못한다.
  • 제5조의2는 사망한 사람을 제5조제1항의 “타인”에 포함시켜 인격권 보호 대상을 넓히고, 유족의 범위·청구권 행사 방식·동의 요건·30년의 기간 제한을 별도로 규정한다.
  • 이 글에서 다룬 조문의 현재 문언을 만든 개정은 법률 제10587호(공포 2011. 4. 14.)이며, 시행일은 이후 타법개정(법률 제19592호, 2023. 8. 8. 공포·시행)을 거쳐 2023년 8월 8일이다. 다만 이 타법개정 부칙은 “이 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는 한 문장뿐으로, 별도의 적용례나 경과조치는 정하지 않았다.

개별 사안에서 실제로 면책이 인정되는지는 보도의 구체적 내용, 공익성과 진실성 입증 정도, 침해의 방식과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판단할 수 있는 문제다. 이 글은 조문의 구조와 요건을 정리한 것일 뿐, 특정 사안에 대한 결론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참고 법령

  •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언론등에 의한 피해구제의 원칙)
  •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2(사망자의 인격권 보호)

관련 법령: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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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한 1차 출처

최종 확인일: 202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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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법률브리프 에디터가 작성 및 검수하였으며, 일부는 AI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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