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러 신원 공개를 신청하면 위원회는 반드시 결정해야 하나요?
온라인상에서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를 당한 경우, 가해자의 신원을 모른 채로는 분쟁조정 신청이나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을 위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6은 ‘이용자 정보의 제공청구’ 제도를 두고 있다. 이 글에서는 청구와 결정의 법적 성격을 조문 그대로 짚어본다.
청구는 ‘할 수 있다’, 결정은 ‘하여야 한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6제1항은 다음과 같이 정한다.
특정한 이용자에 의한 정보의 게재나 유통으로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 권리를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하는 자는 제44조의20에 따른 분쟁조정의 신청 또는 민형사상의 소를 제기하기 위하여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제44조의18에 따른 분쟁조정부(이하 “분쟁조정부”라 한다)에 해당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보유하고 있는 해당 이용자의 정보(…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최소한의 정보를 말한다)를 제공하도록 청구할 수 있다.
핵심은 “청구할 수 있다”는 표현이다. 즉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분쟁조정부에 이용자 정보를 제공하라고 청구하는 것은 그 사람의 재량에 속한 행위이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는 아니다.
그런데 이 청구를 받은 분쟁조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같은 조 제2항은 이렇게 규정한다.
분쟁조정부는 제1항에 따른 청구를 받으면 해당 이용자와 연락할 수 없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외에는 그 이용자의 의견을 들어 정보제공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여기서 어미는 “하여야 한다”로 바뀐다. 분쟁조정부는 청구를 받으면 원칙적으로 의견청취 절차를 거쳐 정보제공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다만 이 의무의 대상을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 법문이 분쟁조정부에게 의무로 부과하는 것은 **‘정보제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정보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의무로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분쟁조정부는 청구가 들어오면 제공할지 말지를 반드시 판단해서 결론을 내려야 하지만, 그 판단 결과가 항상 ‘제공’으로 귀결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심사 결과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도 법이 정한 ‘결정’의 범위 안에 있다.
의견청취에도 예외가 있다
제2항은 의견청취 의무에 단서를 달아두었다. “해당 이용자와 연락할 수 없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용자의 의견을 듣지 않고도 정보제공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즉 가해자로 지목된 이용자의 의견청취가 언제나 선행되는 것은 아니며, 연락 불가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이 단계를 건너뛸 수 있다는 뜻이다.
청구의 요건 — 누가, 왜, 무엇을 소명해야 하나
제1항의 문언을 풀어보면 청구인이 갖춰야 할 요건은 세 가지다.
첫째, 청구인은 정보의 게재나 유통으로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 권리를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하는 자”**여야 한다. 법문이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이라고 쓴 것은 예시이며, 두 가지 유형으로 한정된 것은 아니다.
둘째, 청구의 목적이 “제44조의20에 따른 분쟁조정의 신청 또는 민형사상의 소를 제기”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셋째, 청구인은 “침해사실을 소명”해야 한다. 법문은 ‘소명’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으며, 이는 ‘증명’이나 ‘확정’보다 낮은 단계의 요건이다.
청구 상대와 제공 대상 정보
이 조문의 청구 상대는 피해를 주장하는 이용자가 직접 접촉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나 법원이 아니라, 제44조의18에 따른 분쟁조정부다. 분쟁조정부가 제공을 결정할 수 있는 정보는 “해당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보유하고 있는 해당 이용자의 정보”로, 법문은 이를 다시 “제44조의20에 따른 분쟁조정의 신청 또는 민형사상의 소를 제기하기 위한 성명ㆍ주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최소한의 정보”로 좁혀 정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이 이 ‘최소한의 정보’에 포함되는지는 대통령령에 위임되어 있어, 법률 조문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제공받은 정보의 사용 제한
제3항은 정보를 제공받은 자에게 목적 외 사용을 금지한다.
제1항에 따라 해당 이용자의 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해당 이용자의 정보를 제44조의20에 따른 분쟁조정의 신청 또는 민형사상의 소를 제기하기 위한 목적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즉 분쟁조정부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았다고 해서 이를 다른 목적—이를테면 온라인에 공개하거나 제3자에게 전달하는 등—으로 사용할 수 없다. 이 금지를 위반했을 때 어떤 벌칙이나 과태료가 적용되는지는 이 조문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손해배상과는 별개의 제도다
같은 개정으로 신설된 제44조의10은 불법정보·허위정보 등의 유통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규정한다. 이 조문에 따르면 손해의 구체적 액수를 증명하기 매우 어려운 경우 법원은 “5천만원의 범위 내에서” 상당한 금액을 손해액으로 정할 수 있고(제2항), 사실이나 의견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게재자가 일정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인정된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제3항). 다만 이는 손해배상에 관한 별도 규정으로, 신원 정보 제공청구 제도와는 별개의 절차다. 제3항의 요건을 충족하는 게재자의 구체적 기준(정보게재 수·구독자 수·조회 수 등)도 대통령령에 위임되어 있다.
정리
- 신원 정보 제공을 청구할지는 피해를 주장하는 자의 재량이다(“청구할 수 있다”).
- 청구를 받은 분쟁조정부는 원칙적으로 이용자 의견을 들어 정보제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결정하여야 한다”). 다만 이는 ‘결정’의 의무이지 ‘제공’의 의무가 아니다.
- 이용자와 연락할 수 없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의견청취 없이 결정할 수 있다.
- 제공받은 정보는 분쟁조정 신청이나 민형사상 소 제기 목적 외로 사용할 수 없다.
- 제공 대상 정보의 구체적 범위와 청구 절차의 세부사항은 대통령령에 위임되어 있다.
참고 법령
-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6(이용자 정보의 제공청구) 제1항~제4항
-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10(손해배상) 제1항~제7항
-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18, 제44조의20 (분쟁조정부 및 분쟁조정 신청 관련 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