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캡처 화면만 제출해도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되나요?
온라인 모욕·명예훼손 사건에서 가장 흔히 제출되는 증거는 악성 댓글이나 메시지를 찍은 캡처 화면이다. 그런데 캡처 화면을 법원에 냈다고 해서 그 내용이 곧바로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형사소송법은 캡처 화면 같은 전자적 자료를 증거로 쓸 수 있게 하는 길을 두 가지 축—성립의 진정 증명과 당사자의 동의—으로 나누어 정하고 있고, 어느 쪽으로든 추가 요건을 통과해야 증거능력이 생긴다.
1. 출발점은 ‘금지’다 —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
형사소송법은 전문증거(傳聞證據)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을 먼저 둔다.
제310조의2(전문증거와 증거능력의 제한) 제311조 내지 제316조에 규정한 것 이외에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 외에서의 타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은 이를 증거로 할 수 없다.
악플 캡처 화면은 작성자(댓글을 올린 사람)가 법정 밖에서 남긴 기록이므로, 이 금지 원칙의 적용 대상이 된다. 다만 제311조부터 제316조까지 정한 예외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증거로 쓸 수 있는 문이 열리는데, 캡처 화면처럼 개인이 작성한 문자·사진·영상 정보는 통상 제313조가 정한 통로를 지난다.
2. 캡처 화면이 걸리는 조문 — 제313조제1항
제313조제1항은 진술서와 그 진술을 기재한 서류에 관한 규정이다. 조문의 핵심 문구는 “자필이거나 그 서명 또는 날인이 있는 것”이지만, 이어지는 괄호가 전자적 형태를 포함시킨다.
(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하였거나 진술한 내용이 포함된 문자ㆍ사진ㆍ영상 등의 정보로서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것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즉 캡처 화면처럼 문자·사진·영상 정보가 전자적 저장매체에 담긴 것도 제313조제1항이 다루는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조문 자체에 ‘캡처’나 ‘화면’이라는 낱말이 쓰여 있지는 않으므로, 이 조문이 캡처 화면을 직접 지칭해 만들어졌다고 읽어서는 안 된다. 또한 이 포함 규정은 “이하 이 조에서 같다”고 적혀 있어 제313조 안에서만 통하는 정의이고, 형사소송법 전체에 적용되는 정의로 넓혀 볼 수는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범주에 들어간다고 해서 증거로 쓸 수 있다는 결론이 곧바로 따라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313조제1항 본문은 다음 요건을 추가로 요구한다.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의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즉 캡처 화면에 담긴 글을 쓴 사람, 혹은 그 진술을 한 사람이 법정(또는 공판준비 절차)에 나와 “내가 쓴 것이 맞다” 또는 그에 준하는 방식으로 작성 경위를 확인해 주어야 성립의 진정이 증명되고, 그때에 비로소 증거로 쓸 수 있다.
피고인의 진술이 기재된 서류는 요건이 더 붙는다
제313조제1항 단서는 대상이 “피고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인 경우를 따로 다룬다.
단, 피고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그 작성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고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 진 때에 한하여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
성립의 진정 증명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어야 한다는 요건이 더 얹힌다. 이 단서는 피고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에 적용되는 것이고, 본문이 다루는 일반적인 진술서·진술기재서류와는 요건의 층위가 다르다.
3. 작성자가 “내가 쓴 게 아니다”라고 다투는 경우 — 제313조제2항
캡처 화면을 제출받은 쪽이 “이거 내가 쓴 글 맞다”고 인정하면 성립의 진정 증명이 쉽게 끝나지만, 작성자로 지목된 사람이 이를 부인하는 경우가 실무에서는 더 흔하다. 이때는 제313조제2항이 별도의 길을 연다.
제1항 본문에도 불구하고 진술서의 작성자가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 그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과학적 분석결과에 기초한 디지털포렌식 자료, 감정 등 객관적 방법으로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는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다만,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기재 내용에 관하여 작성자를 신문할 수 있었을 것을 요한다.
이 조항은 “진술서”를 대상으로 적고 있고, 제1항처럼 “진술을 기재한 서류”까지는 문언에 포함하지 않는다. 캡처 화면이 진술서 범주에 해당한다면, 작성자가 작성 사실 자체를 부인해도 디지털포렌식 분석이나 감정 같은 객관적 방법으로 성립의 진정이 증명되면 증거로 쓸 수 있는 길이 남는다. 다만 작성자가 피고인이 아닌 사람인 경우에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에게 그 내용에 관해 작성자를 신문할 기회가 있었어야 한다는 조건이 따로 붙는다.
제313조제3항은 감정의 경과와 결과를 기재한 서류에도 제1항·제2항의 틀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규정으로, 2016년 5월 29일 개정으로 신설되었다.
4. 또 다른 길 — 당사자의 동의, 형사소송법 제318조
성립의 진정 증명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증거로 쓸 수 있는 별도의 경로가 제318조다.
①검사와 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을 동의한 서류 또는 물건은 진정한 것으로 인정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여기서 동의의 주체는 검사와 피고인 두 당사자이고, 단순히 동의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그 서류나 물건을 “진정한 것으로 인정한 때”라는 요건이 별도로 붙어 있다. 캡처 화면을 둘러싸고 양측이 다투지 않고 증거로 삼는 데 동의하는 경우, 이 조항이 적용되는 경로가 된다.
제318조제2항은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경우를 다룬다.
②피고인의 출정없이 증거조사를 할 수 있는 경우에 피고인이 출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전항의 동의가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단, 대리인 또는 변호인이 출정한 때에는 예외로 한다.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동의가 간주되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의 출정 없이도 증거조사를 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또 대리인이나 변호인이 출정하지 않았을 때에 한해 동의 간주가 작동한다. 대리인이나 변호인이 출정했다면 이 간주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
5. 정리
캡처 화면을 법정에 제출하는 행위는 증거조사 절차의 시작점일 뿐이다. 그 화면이 실제로 유죄 판단의 근거로 쓰이려면 다음 중 하나의 경로를 통과해야 한다.
- 성립의 진정 증명 경로(제313조제1항): 작성자나 진술자가 공판준비·공판기일에서 그 성립의 진정을 확인해 주어야 하고, 피고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라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진술이 이루어졌음까지 증명되어야 한다.
- 작성자가 부인하는 경우의 보완 경로(제313조제2항): 디지털포렌식 자료나 감정 등 객관적 방법으로 성립의 진정이 증명되고, 작성자가 피고인이 아니라면 피고인·변호인에게 신문 기회가 있었어야 한다.
- 당사자 동의 경로(제318조): 검사와 피고인이 증거로 함에 동의하고, 법원이 이를 진정한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 피고인 불출정의 경우 동의 간주 규정이 작동할 수 있으나 대리인·변호인이 출정하면 예외가 적용된다.
이 중 어느 요건도 갖추지 못한 캡처 화면은 전문증거 금지 원칙(제310조의2)으로 돌아가 증거에서 배제될 수 있다. 캡처 화면의 증거능력 판단은 개별 사건에서 작성 경위, 상대방의 인정 여부, 디지털포렌식 감정 가능성 등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달라지므로, 위 조문들이 정한 요건이 실제 사건에서 어떻게 충족되는지는 사안별로 따져야 한다.
참고 법령
-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전문증거와 증거능력의 제한)
- 형사소송법 제313조(진술서등) 제1항, 제2항, 제3항
- 형사소송법 제318조(당사자의 동의와 증거능력) 제1항, 제2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