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건을 모두 갖춰도 신상정보 공개는 의무가 아니다
특정중대범죄 피의자의 얼굴과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법으로 정해진 조건이므로, 조건을 충족하면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현행 법은 다르게 설계되어 있다.
공개는 재량행위다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 제4조제1항은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춘 특정중대범죄사건의 피의자의 얼굴, 성명 및 나이를 공개할 수 있다”고 정한다. ‘할 수 있다’는 표현은 의무가 아니라 재량을 의미한다. 즉, 공개 조건을 모두 충족하더라도 경찰과 검사는 공개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공개 조건은 무엇인가
신상정보 공개가 가능하려면 다음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1.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해야 함 — 다만, 이 요건은 특정한 범죄에만 적용된다. 폭발물 사용, 현주건조물 등 방화(제2항 범위), 중상해·특수상해·상해치사·폭행치사상, 특정강력범죄(예: 강도, 강간 등), 성폭력범죄,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마약류 관련 범죄 등이 여기 해당한다. 다른 모든 특정중대범죄에 이 요건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2. 충분한 증거 —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이는 유죄 판결 수준이 아니라 수사 단계에서 합리적 의심을 넘는 증거를 의미한다.
3. 공공의 이익 —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해야 한다. 여기서 ‘오로지’라는 표현은 공공의 이익 외 다른 목적이 개입되어서는 안 됨을 강조한다.
미성년자는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
공개 조건을 모두 갖춰도 피의자가 미성년자면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이는 재량이 아니라 의무 규정이다. “다만, 피의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공개하지 아니한다”는 단서는 예외 없이 적용된다.
공개 결정 시 고려해야 할 사항
공개 여부를 결정할 때는 세 가지 요건 외에도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 범죄의 중대성
- 범행 후 정황
- 피해자 보호의 필요성
- 피해자(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유족)의 의사
특히 피해자의 의사는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하지만 이것이 공개의 필수 요건은 아니다.
공개 결정의 절차
공개를 결정하기 전에 경찰과 검사는 피의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단,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에서 이미 피의자의 의견을 청취한 경우는 이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공개를 결정한 후에는 피의자에게 통지하고, 5일 이상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공개해야 한다. 다만, 피의자가 서면으로 이의가 없다는 의사를 밝히면 유예기간을 두지 않을 수 있다.
실제 공개 방식
실제로 공개할 때 사용되는 얼굴 사진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공개 결정일 전후 30일 이내의 모습이다. 경찰과 검사가 다른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수집·보관하고 있는 사진이나 영상물이 있으면 그것을 사용할 수 있다. 공개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최대 30일간 이루어진다.
결론
법령이 정한 공개 요건을 모두 충족하더라도, 경찰과 검사는 공개 여부를 자신들의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다. 또한 공개 결정 과정에서는 피의자의 인권, 피해자의 의사, 사회적 영향 등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특히 미성년자는 어떤 경우에도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
참고 법령
-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 제4조(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