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합의하고 한 스파링에서 때린 것도 폭행죄가 되나요
결론부터: 합의가 있다고 자동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운동 삼아 하는 스파링이든, 다툼 끝에 “서로 때리자”고 합의한 몸싸움이든, “상대가 동의했으니 폭행죄가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형법이 정한 틀을 보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합의=무죄”라는 단순한 등식으로 나오지 않는다. 핵심은 형법 제24조(피해자의 승낙)인데, 이 조문이 실제로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는지부터 정리해야 한다.
형법 제24조는 정확히 뭐라고 하는가
현행 형법(법률 제22007호, 2026. 9. 29. 일부개정, 시행 2026. 10. 2.) 제24조는 다음과 같다.
제24조(피해자의 승낙) 처분할 수 있는 자의 승낙에 의하여 그 법익을 훼손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
이 한 문장을 쪼개 보면 세 가지 요소가 동시에 들어 있다.
- 승낙의 주체 — “처분할 수 있는 자”의 승낙이어야 한다.
- 훼손되는 대상 — “그 법익”을 훼손한 행위여야 한다.
- 제한 조건 —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세 요소 중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조문을 제대로 옮긴 게 아니다. 특히 주의할 점은, 이 조문은 항이나 호로 나뉘어 있지 않은 단일 문장이고, ‘다만’으로 시작하는 별도의 단서 조항이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이라는 말은 그 한 문장 속에 포함된 제한 문구일 뿐, 조문 구조상 ‘단서’라고 부를 수 있는 별개 항목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또한 효과를 나타내는 표현도 정확히 봐야 한다. 조문은 “벌하지 아니한다”고만 적고 있다. 흔히 쓰이는 “위법성이 조각된다”거나 “무죄가 된다”는 표현은 이 조문의 문언이 아니다. 조문을 직접 인용하는 자리에서는 이런 표현을 조문 내용처럼 쓰면 안 된다.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이 의미하는 것
제24조는 승낙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처벌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동시에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이라는 조건을 명시하고 있다. 즉 승낙이 있어도 법률이 별도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면 그 규정이 우선한다는 뜻이다.
이 조건이 실제로 작동하는 예를 형법 안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형법 제252조(촉탁, 승낙에 의한 살인 등) 제1항은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① 사람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그를 살해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 조문은 “승낙”이라는 단어가 명시적으로 들어 있는데도, 그 승낙을 받아 사람을 살해한 행위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단일 법정형으로 처벌한다고 정하고 있다. 벌금형이 함께 규정되어 있지 않고, 징역형 하나만 정해져 있다. 같은 조 제2항은 “사람을 교사하거나 방조하여 자살하게 한 자도 제1항의 형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는 승낙을 받아 직접 살해한 제1항과는 다른 행위 유형(교사·방조로 자살하게 한 경우)을 규정한 것이므로 둘을 섞어서 “승낙에 의한 살해 사건”처럼 뭉뚱그리면 안 된다.
이 제252조는 법률 제17571호(2020. 12. 8. 공포, 전문개정)에 의해 만들어진 문언이다. 현행 형법 전체의 공포번호(제22007호, 2026. 9. 29.)와는 다른 연혁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다. 참고로 제24조 자체는 이 문언을 만든 개정 연혁 표기가 확인되지 않아, 제22007호가 이 문언을 만들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스파링·합의한 몸싸움에 이 구조를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가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다. 형법 제252조는 “살해”에 관한 규정이고, “법률에 특별한 규정”의 한 예시로 든 것일 뿐이다. 폭행죄를 정하는 조문의 문언이나 법정형은 이 글에서 다루는 자료만으로는 확인되지 않았고, 폭행이나 상해에 대해 승낙이 있어도 처벌하는 별도의 “특별한 규정”이 존재하는지 역시 확인된 바 없다.
따라서 “서로 합의하고 한 스파링에서 때린 것이 폭행죄가 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 글의 자료만으로는 “된다”거나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 형법 제24조의 구조상 다음 세 가지를 모두 따져야 답이 나온다는 점만 확인할 수 있다.
- 때린 사람이 상대의 승낙을 받았는가, 그리고 그 승낙이 “처분할 수 있는 자”의 승낙에 해당하는가
- 그 행위로 훼손된 것이 “그 법익”에 해당하는가
- 폭행(또는 상해)에 관해 승낙이 있어도 처벌한다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존재하는가
이 세 요소에 대한 구체적 판단, 특히 폭행·상해 영역에서 “특별한 규정”이 있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하는 문제이고, 이 글이 근거로 삼은 자료 안에는 그 답이 없다. 관련된 판례도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스파링이나 합의한 몸싸움에 관한 구체적 사건번호나 판단 결과를 단정적으로 언급하는 것 역시 근거 없는 서술이 된다.
흔히 하는 오해들
- “동의서를 받아두면 자동으로 면책된다” — 조문에 그런 표현은 없다. 조문이 쓰는 용어는 “승낙”이고, 그 승낙이 법적으로 어떤 효과를 갖는지는 “처분할 수 있는 자”인지, “그 법익”에 해당하는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지를 모두 따진 뒤에야 판단할 수 있다.
- “합의만 하면 무조건 무죄” — 제24조 자체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이라는 조건을 명시하고 있으므로, 합의가 있다고 해서 모든 경우에 처벌을 면하는 것이 조문의 구조가 아니다.
- “즉시 처벌 면제” — 조문의 효과 문언은 “벌하지 아니한다”이며, 이는 요건이 충족된 경우에 적용되는 결과이지, 승낙 사실만으로 즉각 발생하는 자동적 면제가 아니다.
현재 시행 상태
이 글에서 다룬 형법 제24조와 제252조는 모두 현행 형법(법률 제22007호, 2026. 9. 29. 일부개정)에 포함된 조문이며, 해당 법률의 부칙은 “이 법은 2026년 10월 2일부터 시행한다”고만 정하고 있다. 별도의 적용례나 경과조치는 이 부칙에 없다. 2026년 10월 22일 기준으로 두 조문 모두 시행 중인 현행 조문이다.
참고 법령
- 형법 제24조(피해자의 승낙)
- 형법 제252조(촉탁, 승낙에 의한 살인 등) 제1항, 제2항
- 형법 부칙 <법률 제22007호, 2026. 9.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