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한 스파링도 폭행죄가 될 수 있을까—형법 제24조와 '특별한 규정'
“둘 다 동의했는데 왜 처벌받아야 하나요?”
합의한 스파링이나 몸싸움에서 때린 행위에 대해 이렇게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형법에는 “피해자가 승낙하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문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단순한 “예” 또는 “아니오”로 답할 수 없습니다. 이유를 설명하겠습니다.
형법 제24조: 피해자의 승낙
형법 제24조는 이렇게 정합니다.
처분할 수 있는 자의 승낙에 의하여 그 법익을 훼손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세 가지입니다.
- 처분할 수 있는 자의 승낙 — 그 법익의 주인이, 그 법익을 내줄 권리가 있어야 합니다.
- 그 법익을 훼손한 행위 — 법이 보호하는 구체적인 이익(법익)이 명확해야 합니다.
-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 이것이 핵심입니다.
특히 세 번째 조건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승낙이 항상 처벌을 면제하는 게 아니라, 특정 범죄에 대해 법률이 “승낙이 있어도 처벌한다”는 규정을 따로 정하면, 그때는 승낙이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합니다.
제252조가 보여주는 ‘특별한 규정’
형법은 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제252조 제1항 — 사람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그를 살해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상황을 상상해보세요. 누군가가 “나를 죽여도 좋다”고 미리 청탁하거나 승낙했습니다. 형법 제24조의 “승낙”이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도 법률은 제252조라는 “특별한 규정”을 두어, 그 승낙이 효력이 없게 했습니다. 승낙이 있어도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합니다. 즉, 승낙이 모든 것을 용서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폭행의 경우는?
선정 질문으로 돌아갑시다. 서로 합의한 스파링에서 때린 행위는 어떨까요?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폭행죄에 대해, 승낙이 있어도 처벌하는 ‘특별한 규정’이 있는지 없는지가 확인되지 않습니다.
이는 다음 중 어느 것인지를 현 시점에서 판단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 그런 특별한 규정이 없는 경우: 형법 제24조에 따라 승낙이 있는 행위는 처벌 범위 밖에 있을 수 있습니다.
- 그런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제252조(살인)처럼 승낙이 있어도 처벌될 수 있습니다.
어느 경우가 실제 법상황인지는, 현재 제시된 자료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승낙의 효과를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승낙이 법적 효력을 갖는지 판단할 때는, 다음 두 가지를 항상 함께 살펴야 합니다.
첫째, 단순히 “동의했다”거나 “괜찮다고 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형법 제24조의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둘째, 특정 범죄에 대해 법률이 “승낙이 있어도 처벌한다”는 규정을 두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제252조 제1항(살인)이 그렇듯이, 승낙이 법적으로 무의미해지는 범죄가 실제로 존재합니다.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법은 “양쪽이 동의했으면 괜찮다”는 원칙만으로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참고 법령
- 형법 제24조(피해자의 승낙)
- 형법 제252조(촉탁, 승낙에 의한 살인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