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선의였다가 나중에 알게 됐다면, 이자는 언제부터 붙나
받을 돈이 없는데 돈을 받았다. 처음엔 그걸 몰랐다. 시간이 지나 “이건 내가 가질 돈이 아니구나”를 알게 됐다. 이 경우 이자는 처음부터 붙는 것이 아니라, 안 때부터 붙는다. 민법 제749조제1항이 그렇게 정한다.
왜 ‘안 때’가 기준인가 — 선의와 악의는 고정된 상태가 아니다
민법 제748조는 부당이득을 반환할 때, 받은 사람이 선의였는지 악의였는지에 따라 반환 범위를 다르게 정한다.
①선의의 수익자는 그 받은 이익이 현존한 한도에서 전조의 책임이 있다. ②악의의 수익자는 그 받은 이익에 이자를 붙여 반환하고 손해가 있으면 이를 배상하여야 한다.
제1항은 선의, 제2항은 악의를 다룬다. 두 항은 섞어 쓸 수 없다. 선의면 “현존한 한도”만큼만 책임지고, 악의면 “이자를 붙여” 반환해야 한다. 이자가 붙는 것은 악의일 때고, 선의일 때는 이자 얘기가 아예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선의와 악의는 한번 정해지면 끝까지 가는 상태가 아니다. 사람의 앎(지(知))은 바뀐다. 처음엔 몰랐다가 나중에 알게 되는 경우가 바로 그 지점이다. 이때 선의에서 악의로 바뀌는 시점을 정하는 조문이 민법 제749조다.
제749조제1항 — “안 때부터” 악의가 된다
제749조(수익자의 악의인정)
①수익자가 이익을 받은 후 법률상 원인없음을 안 때에는 그때부터 악의의 수익자로서 이익반환의 책임이 있다.
조문은 명확하다. 이익을 받은 후에 “법률상 원인없음을 안 때”에는, “그때부터” 악의의 수익자로서 책임을 진다. 받은 시점부터 소급해서 악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안 시점부터 비로소 악의의 수익자가 된다.
이걸 제748조와 이어 보면 답이 나온다.
- 몰랐던 기간(선의였던 기간): 제748조제1항이 적용된다. 이 기간에는 이자가 붙지 않는다. 책임의 범위는 “그 받은 이익이 현존한 한도”다.
- 안 시점부터: 제749조제1항에 따라 악의의 수익자가 된다. 이때부터 제748조제2항이 적용되어, “그 받은 이익에 이자를 붙여” 반환해야 한다.
즉 “처음엔 몰랐다가 나중에 알게 되면 언제부터 이자가 붙나요”라는 질문의 답은, 법률상 원인이 없다는 것을 안 때부터다. 받은 날부터 소급해서 이자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핵심이다.
이자율·기산일 계산식은 조문에 없다
여기서 많이들 더 알고 싶어 하는 것이 “그러면 이자가 몇 퍼센트냐”, “정확히 그 날짜를 어떻게 특정하느냐”다. 그러나 제748조제2항은 “이자를 붙여 반환”하라고만 정하고, 구체적인 이율이나 계산 방식을 조문 자체에 적어 두지 않았다. “안 때”가 언제인지도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이지, 조문이 날짜를 미리 정해 주는 것이 아니다. 이 글은 조문 구조를 설명하는 것이고, 구체적 이율이나 기산일 계산은 다루지 않는다.
손해배상은 또 다른 이야기 — “손해가 있으면”이라는 조건
제748조제2항을 다시 보면 “이자를 붙여 반환하고 손해가 있으면 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자 반환과 손해배상은 별개의 의무다.
- 이자 반환: 악의의 수익자라면 따라붙는다.
- 손해배상: “손해가 있으면”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다. 악의라고 해서 언제나 손해까지 물어내는 것이 아니라, 손해가 실제로 있을 때만 배상 책임이 생긴다.
이 둘을 하나로 뭉쳐 “악의면 이자도 물고 손해도 무조건 물어낸다”고 쓰면 조문이 정한 조건을 빼먹는 셈이 된다.
쓴 돈은 어떻게 되나 — “현존한 한도”의 의미를 넓히지 말 것
선의의 수익자가 받은 돈을 이미 다 써버렸다면 어떻게 될까. 흔히 “다 썼으니 남은 것만 돌려주면 된다”고 말하지만, 조문이 실제로 정하는 문구는 “그 받은 이익이 현존한 한도에서”라는 것뿐이다. 조문은 “이미 썼으면 남은 만큼만”이라고 쓰여 있지 않다. 쓴 돈이 현존이익에서 제외되는지, 어떤 지출이 현존이익을 깎는지는 이 조문만으로는 정해지지 않는다. 그 판단은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고, 이 조문 자체는 “현존한 한도”라는 기준만 제시한다.
패소하면 소를 제기한 때부터 악의로 “본다”
제749조에는 제1항 외에 제2항도 있다.
②선의의 수익자가 패소한 때에는 그 소를 제기한 때부터 악의의 수익자로 본다.
이 조문도 주의할 점이 있다. 악의로 보는 시점은 “패소한 때”가 아니라 “그 소를 제기한 때”다. 소가 제기된 시점부터 거슬러 올라가 악의로 간주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조문은 “본다”는 표현을 쓴다. 이는 법률상 간주 규정이고, 반증으로 뒤집을 수 있는 추정 규정이 아니다. “추정한다”로 바꿔 읽으면 조문의 효력을 약화시켜 틀리게 된다.
돈을 넘긴 제삼자까지 책임지는 경우는 좁다
제748조와 짝을 이루는 제747조도 함께 봐야 한다.
제747조(원물반환불능한 경우와 가액반환, 전득자의 책임)
①수익자가 그 받은 목적물을 반환할 수 없는 때에는 그 가액을 반환하여야 한다.
②수익자가 그 이익을 반환할 수 없는 경우에는 수익자로부터 무상으로 그 이익의 목적물을 양수한 악의의 제삼자는 전항의 규정에 의하여 반환할 책임이 있다.
수익자가 이익을 이미 넘겨서 자기가 반환할 수 없게 된 경우, 그 이익을 넘겨받은 제삼자가 책임을 지는 경우는 아주 좁게 설정되어 있다. 조문이 요구하는 조건은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 수익자로부터 무상으로 양수했을 것
- 그 양수인이 악의일 것
유상으로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넘겨받은 사람이나, 사정을 몰랐던 선의의 제삼자는 이 조문의 책임 대상이 아니다. 이 범위를 넓혀서 적용하면 조문이 정한 요건을 벗어나게 된다.
정리
| 상황 | 적용 조문 | 반환 범위 |
|---|---|---|
| 법률상 원인없음을 모르고 있던 기간 | 제748조제1항 | 받은 이익이 현존한 한도 |
| 법률상 원인없음을 안 때부터 | 제749조제1항 + 제748조제2항 | 이자를 붙여 반환, 손해 있으면 배상 |
| 선의였다가 소를 당해 패소 | 제749조제2항 + 제748조제2항 | 소를 제기한 때부터 악의로 간주되어 이자 반환 등 |
| 수익자가 반환 불능, 무상·악의의 제삼자에게 넘어간 경우 | 제747조제2항 | 그 제삼자가 가액 반환 책임 |
이자가 붙는 시점은 결국 “언제 알았는가” 또는 “언제 소가 제기되었는가”로 갈린다. 받은 날짜 자체가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손해배상은 이자와 별도로 “손해가 있으면”이라는 조건이 따로 붙는다는 점이 이 조문들을 읽을 때 가장 자주 혼동되는 부분이다.
이 주제에 관해 공개적으로 확인된 특정 판례는 이 글에서 다루지 않는다. 구체적 사안에서 “안 때”가 언제인지, 현존이익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이므로, 조문의 구조를 이해하는 선에서 이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참고 법령
- 민법 제747조(원물반환불능한 경우와 가액반환, 전득자의 책임)
- 민법 제748조(수익자의 반환범위)
- 민법 제749조(수익자의 악의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