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당한 돈을 못 받을까 봐 소송 전에 상대 재산을 묶을 수 있나요?
사기를 당해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을 때, 소송이 끝나기도 전에 상대방이 재산을 빼돌릴까 봐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민사집행법은 이런 상황을 대비한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바로 가압류입니다. 다만 가압류는 요건 없이 되는 절차가 아니라, 법원이 요건을 살펴 명할 수 있는 재량적 제도라는 점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압류란 무엇인가
민사집행법 제276조는 가압류의 목적을 이렇게 정합니다.
가압류는 금전채권이나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채권에 대하여 동산 또는 부동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보전하기 위하여 할 수 있다.
사기 피해금처럼 돈을 돌려받을 채권(금전채권)이 있다면, 아직 소송을 통해 승소 판결을 받기 전이라도 상대방의 동산이나 부동산을 미리 묶어둘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같은 조 제2항은 그 채권에 조건이 붙어 있거나 기한이 아직 도래하지 않은 경우에도 가압류를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즉 채권이 확정적으로 이행기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가압류 자체는 가능합니다.
다만 이 조문의 표현은 모두 “할 수 있다”입니다. 요건을 갖췄다고 해서 가압류가 곧바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재량적 판단을 거쳐 명해지는 절차라는 점을 먼저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 때나 되는 것은 아니다 — 보전의 필요
가압류를 하려면 단순히 금전채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민사집행법 제277조는 다음과 같이 ‘보전의 필요’라는 요건을 요구합니다.
가압류는 이를 하지 아니하면 판결을 집행할 수 없거나 판결을 집행하는 것이 매우 곤란할 염려가 있을 경우에 할 수 있다.
즉 나중에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그때 가서는 상대방의 재산이 남아 있지 않아 판결을 집행하기 어려울 염려가 있는 경우에 가압류가 인정됩니다. 이 요건 역시 “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으로 되어 있으므로, 사안마다 법원이 소명 자료를 보고 판단합니다.
담보 제공 — 소명이 부족해도, 충분해도 법원의 재량
가압류 신청 절차에서 흔히 궁금해하는 부분이 ‘담보’입니다. 민사집행법 제280조는 가압류명령에 관해 다음과 같이 정합니다.
- 가압류신청에 대한 재판은 변론 없이 할 수 있습니다(제1항).
- 청구채권이나 가압류의 이유를 충분히 소명하지 못한 경우라도, 가압류로 생길 수 있는 채무자의 손해에 대해 법원이 정한 담보를 제공하면 법원은 가압류를 명할 수 있습니다(제2항).
- 청구채권과 가압류의 이유를 소명한 경우에도 법원은 담보를 제공하게 하고 가압류를 명할 수 있습니다(제3항).
- 담보를 제공한 때에는 그 담보의 제공과 담보제공의 방법을 가압류명령에 적어야 합니다(제4항).
여기서 중요한 점은, 소명이 부족해도 담보를 내면 가압류가 가능하고, 반대로 소명을 충분히 했더라도 법원이 담보를 요구하며 가압류를 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소명만 하면 담보가 면제된다’거나 ‘담보는 반드시 내야 한다’는 식으로 단정할 수 있는 조문 구조가 아닙니다. 담보의 구체적인 금액이나 비율은 법률 조문 자체에 정해져 있지 않고, 개별 사건에서 법원이 정합니다.
가압류를 걸어도 끝이 아니다 — 본안의 제소명령
가압류는 어디까지나 본안소송(실제 손해배상 청구 등 소송)을 전제로 한 보전처분입니다. 만약 가압류만 걸어두고 정작 본안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면, 상대방(채무자) 입장에서는 재산이 계속 묶여 있어 부당할 수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한 장치가 민사집행법 제287조의 ‘본안의 제소명령’입니다.
가압류법원은 채무자의 신청에 따라 변론 없이 채권자에게 상당한 기간 이내에 본안의 소를 제기하여 이를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거나 이미 소를 제기하였으면 소송계속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도록 명하여야 한다.
이 조문은 “할 수 있다”가 아니라 “명하여야 한다”는 의무 규정입니다. 다만 법원이 스스로 나서서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의 신청이 있어야 비로소 법원이 제소명령을 내려야 합니다. 그 기간은 제287조 제2항에 따라 2주 이상으로 정하여야 합니다.
만약 채권자가 그 기간 안에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이때도 가압류가 저절로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제287조 제3항은 다음과 같이 정합니다.
채권자가 제1항의 기간 이내에 제1항의 서류를 제출하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은 채무자의 신청에 따라 결정으로 가압류를 취소하여야 한다.
이 역시 채무자의 신청이 있어야 법원이 취소 결정을 내리는 구조입니다. 또한 제4항에 따르면, 서류를 제출했더라도 그 뒤 본안의 소가 취하되거나 각하되면 애초에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봅니다. 제3항에 따른 취소 신청에 관한 법원의 결정에 대해서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으며(제5항), 이 경우 민사소송법 제447조는 준용하지 않습니다.
가압류가 걸린 뒤에도 취소될 수 있다 — 사정변경 등에 따른 취소
가압류가 일단 인가되었다고 해서 영구히 유지되는 것도 아닙니다. 민사집행법 제288조는 채무자가 가압류의 취소를 신청할 수 있는 사유를 다음 세 가지로 정하고 있습니다.
- 가압류이유가 소멸되거나 그 밖에 사정이 바뀐 때
- 법원이 정한 담보를 제공한 때
- 가압류가 집행된 뒤에 3년간 본안의 소를 제기하지 아니한 때
이 가운데 제3호(3년간 본안 미제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채무자뿐 아니라 이해관계인도 취소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 조문 역시 취소가 “하여야 한다”는 의무가 아니라, 채무자(또는 이해관계인)가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는 재량적 구조로 되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이 신청에 대한 재판은 가압류를 명한 법원이 하되, 본안이 이미 계속된 경우에는 본안법원이 담당합니다(제2항).
정리
사기 피해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면, 소송(본안소송)을 제기하기 전이라도 민사집행법상 가압류 제도를 통해 상대방의 재산을 묶어두는 방법을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요건을 갖추면 곧바로 이루어지는 절차가 아니라, 법원이 청구채권의 소명, 보전의 필요, 담보 제공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명하는 절차입니다. 또한 가압류를 걸어둔 뒤에는 상대방의 제소명령 신청에 따라 정해진 기간(2주 이상) 안에 본안소송을 제기해야 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상대방의 신청에 따라 가압류가 취소될 수 있으며, 사정변경이나 3년간 본안 미제기 등의 사유로도 취소가 신청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알아두어야 합니다.
참고 법령
- 민사집행법 제276조(가압류의 목적)
- 민사집행법 제277조(보전의 필요)
- 민사집행법 제280조(가압류명령)
- 민사집행법 제287조(본안의 제소명령)
- 민사집행법 제288조(사정변경 등에 따른 가압류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