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벌금을 못 내면 누구나 사회봉사로 대신할 수 있나요? — 유치는 '선고하여야', 사회봉사는 '신청할 수 있다'
폭행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는데 한 번에 낼 돈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벌금을 못 내면 자동으로 사회봉사로 바뀐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법은 두 가지를 서로 다른 문언으로 정해 놓았다. 하나는 법원이 판결할 때 “정하여야” 하는 노역장 유치이고, 다른 하나는 벌금을 미납한 사람이 검사에게 “신청할 수 있는” 사회봉사다. 이 둘의 문언 차이를 정확히 짚어야 한다.
벌금은 언제, 얼마나 유예되나 — 형법 제69조
형법 제69조제1항은 “벌금과 과료는 판결확정일로부터 30일 내에 납입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이것이 원칙이다. 다만 같은 항 단서는 “벌금을 선고할 때에는 동시에 그 금액을 완납할 때까지 노역장에 유치할 것을 명할 수 있다”고 정하는데, 이 단서는 법원이 재량으로 명할 수 있는 것이지 반드시 붙는 것이 아니다.
이 30일이라는 납입기간과, 단서에 따른 유치 명령은 서로 다른 조항이다. 원칙(본문)은 30일 내 납입 의무이고, 예외(단서)는 법원이 선고와 동시에 완납할 때까지 유치를 명할 수 있는 재량이다. 둘을 하나로 뭉뚱그려서는 안 된다.
벌금을 끝내 납입하지 않은 사람은 형법 제69조제2항에 따라 1일 이상 3년 이하, 과료를 납입하지 않은 사람은 1일 이상 30일 미만의 기간 노역장에 유치되어 작업에 복무하게 된다. 이것이 미납 시 유치기간의 일반적인 범위다.
유치기간은 법원이 ‘선고하여야’ 한다 — 형법 제70조
형법 제70조제1항은 “벌금이나 과료를 선고할 때에는 이를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의 노역장 유치기간을 정하여 동시에 선고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여기서 핵심은 어미다. 제69조제1항 단서의 “명할 수 있다”와 달리, 제70조제1항의 유치기간 지정·선고는 “하여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다. 즉 벌금이나 과료를 선고하는 법원은 미납 시의 유치기간을 정해 함께 선고해야 한다.
다만 제70조제2항이 정하는 유치기간 하한(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이면 300일 이상,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500일 이상, 50억원 이상이면 1천일 이상)은 선고 벌금이 1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적용되는 문언이다. 벌금 500만원처럼 1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사건에는 이 하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경우 유치기간은 제69조제2항이 정한 일반 범위(1일 이상 3년 이하) 안에서 정해진다.
한편 벌금이나 과료의 일부만 납입한 경우에는 형법 제71조에 따라 벌금·과료액과 노역장 유치기간의 일수(日數)에 비례하여, 납입한 금액에 해당하는 일수를 유치기간에서 뺀다. 전액을 못 냈다고 해서 애초에 정해진 유치기간을 그대로 다 채워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사회봉사는 저절로 되는 게 아니라 ‘신청’하는 것 — 특례법 제4조
여기서부터가 이 글에서 가장 흔한 오해가 생기는 지점이다. 「벌금 미납자의 사회봉사 집행에 관한 특례법」 제4조제1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금액 범위 내의 벌금형이 확정된 벌금 미납자는 검사의 납부명령일부터 30일 이내에 주거지를 관할하는 지방검찰청(지방검찰청지청을 포함한다)의 검사에게 사회봉사를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한다. 어디에도 “자동으로 전환된다” 또는 “즉시 사회봉사로 바뀐다”는 문언은 없다. 신청 자격이 있는 사람이 정해진 기간 안에 직접 신청해야 하는 절차다.
신청 가능한 벌금의 구체적인 금액 범위는 대통령령에 위임되어 있고, 신청에 필요한 서류와 제출방법도 대통령령, 신청서식과 기재사항은 법무부령으로 각각 위임되어 있다. 즉 “벌금 얼마까지 신청할 수 있는가”라는 구체적인 상한 금액은 법률 조문 자체에는 나와 있지 않다. 벌금 500만원이 이 신청 가능 범위 안에 드는지는 대통령령을 확인해야 알 수 있는 사항이며, 이 글이 근거로 삼은 자료 범위 밖이므로 단정할 수 없다.
또한 검사로부터 벌금의 일부납부 또는 납부연기를 허가받은 사람은, 그 허가기한 내라면 위 30일 기한과 별도로 사회봉사를 신청할 수 있다(특례법 제4조제1항 단서).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건 아니다 — 신청이 배제되는 경우
특례법 제4조제2항은 다음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사회봉사를 신청할 수 없다고 정한다.
- 징역 또는 금고와 동시에 벌금을 선고받은 사람
- 형법 제69조제1항 단서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벌금 선고와 동시에 벌금을 완납할 때까지 노역장에 유치할 것을 명받은 사람
- 다른 사건으로 형 또는 구속영장이 집행되거나 노역장에 유치되어 구금 중인 사람
- 해당 벌금에 대하여 법원으로부터 사회봉사를 허가받지 못하거나 취소당한 사람(다만 불허가 사유가 소멸한 경우는 예외)
특히 2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본 형법 제69조제1항 단서에 따라 법원이 “완납할 때까지 노역장에 유치할 것”을 선고와 동시에 명한 사람은, 애초에 사회봉사를 신청할 자격 자체가 없다. 즉 제69조제1항 단서에 따른 유치 명령과 특례법 제4조의 신청권은 문언상 서로 양립하지 않는 배타적인 관계다.
신청한다고 바로 사회봉사가 되는 것도 아니다 — 법원의 허가
특례법 제6조제1항에 따르면, 법원은 검사로부터 사회봉사 허가 청구를 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벌금 미납자의 경제적 능력, 사회봉사 이행에 필요한 신체적 능력, 주거의 안정성 등을 고려하여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법원이 신청인에게 출석이나 자료제출을 요구한 경우, 그 기간은 14일에 포함되지 않는다.
법원은 다음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사회봉사를 허가하지 않는다(특례법 제6조제2항).
- 제4조제1항에 따른 벌금의 범위를 초과하거나 신청 기간이 지난 사람이 신청을 한 경우
- 제4조제2항에 따라 신청할 수 없는 사람이 신청을 한 경우
- 정당한 사유 없이 법원의 출석 요구나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한 경우
- 신청인이 일정한 수입원이나 재산이 있어 벌금을 낼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 질병이나 그 밖의 사유로 사회봉사를 이행하기에 부적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허가하는 경우 법원은 벌금 미납액에 의하여 계산된 노역장 유치 기간에 상응하는 사회봉사시간을 산정하여야 하며, 다만 산정된 사회봉사시간 중 1시간 미만은 집행하지 않는다(특례법 제6조제4항).
허가를 못 받으면 어떻게 되나
사회봉사를 허가받지 못한 벌금 미납자는 그 결정을 고지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벌금을 내야 하며, 그 기간 내에 벌금을 내지 않으면 노역장에 유치된다. 다만 불허가 통지를 받은 날부터 15일이 지나도록 벌금을 내지 않은 사람 중, 형법 제69조제1항에 따른 벌금 납입기간(판결확정일로부터 30일)이 아직 지나지 않은 사람은 그 납입기간이 지난 후에 노역장에 유치된다(특례법 제6조제5항 본문·단서).
정리
- 벌금은 원칙적으로 판결확정일로부터 30일 내에 납입해야 하고(형법 제69조제1항 본문), 법원은 선고와 동시에 완납할 때까지 유치를 명할 수 있다(같은 항 단서, 재량).
- 법원은 벌금·과료를 선고할 때 미납 시의 노역장 유치기간을 정해 동시에 선고하여야 한다(형법 제70조제1항, 의무). 유치기간 하한(300일~1천일)은 벌금 1억원 이상 구간에만 적용되고, 그 미만은 1일 이상 3년 이하(과료는 1일 이상 30일 미만)의 범위에서 정해진다(형법 제69조제2항, 제70조제2항).
- 사회봉사는 자동 전환이 아니라, 대통령령이 정한 금액 범위 내 벌금 미납자가 검사의 납부명령일부터 30일 이내에 주거지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에게 “신청”하는 절차다(특례법 제4조제1항).
- 징역·금고와 함께 벌금을 선고받은 사람, 형법 제69조제1항 단서로 유치 명령을 받은 사람 등은 애초에 신청 자격이 없다(특례법 제4조제2항).
- 신청 후에도 법원이 경제적 능력 등을 고려해 14일 이내에 허가 여부를 결정하며, 불허가 사유에 해당하면 허가되지 않는다(특례법 제6조).
- 일부 금액을 납입한 경우에는 그 비율만큼 유치기간에서 일수를 공제한다(형법 제71조).
참고 법령
- 형법 제69조(벌금과 과료)
- 형법 제70조(노역장 유치)
- 형법 제71조(유치일수의 공제)
- 벌금 미납자의 사회봉사 집행에 관한 특례법 제4조(사회봉사의 신청)
- 벌금 미납자의 사회봉사 집행에 관한 특례법 제6조(사회봉사 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