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죄, 고소할 수 없는 사정이 있었으면 6개월 고소기간이 늦춰지나요?
모욕죄 고소기간을 따질 때 흔히 나오는 질문이다. “가해자를 알고도 사정이 있어 6개월을 넘겨버렸는데, 이제 고소할 수 없는 건가”라는 걱정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늦춰진다”기보다 애초에 기간을 세기 시작하는 날짜(기산점) 자체가 달라지는 구조다. 이 둘은 비슷해 보여도 법적으로는 다르게 작동한다. 형사소송법 제230조를 기준으로 정리한다.
1. 원칙: 고소기간은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센다
형사소송법 제230조제1항 본문은 이렇게 정한다.
“친고죄에 대하여는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월을 경과하면 고소하지 못한다.”
여기서 가장 흔히 헷갈리는 지점이 있다. 6월(6개월)이라는 기간은 범행이 일어난 날이나 모욕적인 게시물이 올라온 날부터 세는 것이 아니라, 고소권자가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센다. 예를 들어 모욕적인 표현이 게시된 날과, 그 표현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된 날이 다르다면, 기간은 후자부터 시작한다.
즉 “고소기간이 지났다”는 판단을 내리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게시일이나 사건 발생일이 아니라 범인을 알게 된 날이 언제인지다.
2. 단서: ‘고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사유’가 있으면 기산점이 옮겨간다
질문의 핵심인 단서 규정은 다음과 같다.
“단, 고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사유가 있는 때에는 그 사유가 없어진 날로부터 기산한다.”
이 단서를 읽을 때 주의할 점이 있다.
- 기간을 늘려주거나 멈춰주는 규정이 아니다. “6개월이 연장된다”거나 “그 기간만큼 고소기간이 정지된다”는 식으로 이해하면 틀린다. 조문이 정하는 것은 오직 하나, 기산점을 그 사유가 없어진 날로 다시 잡는다는 것뿐이다. 결과적으로 실제 고소가 가능해진 시점부터 다시 6월을 셀 수 있게 되는 셈이지만, 법 문언상으로는 ‘연장’이 아니라 ‘기산점의 재설정’으로 설계되어 있다.
- 요건은 ‘고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사유’ 하나뿐이다. 조문은 이 표현 외에 별도의 예시나 정의를 두고 있지 않다. “바빠서”, “고민이 되어서”, “합의를 시도하느라” 같은 일반적인 사정이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조문만으로 단정할 수 없고, 개별 사안마다 법원의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다. 이 글에서 어떤 사정이 ‘불가항력’에 해당한다고 예를 들어 단정하지는 않는다.
정리하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다. 막연히 “사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고소기간의 기산점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사정이 조문이 말하는 ‘고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사유’에 해당해야 하고, 그 경우에도 늘어나는 게 아니라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새로 6월을 세는 방식으로 처리된다.
3. 고소권자가 여러 명이라면: 한 사람의 지연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형사소송법 제231조는 고소기간과 관련해 또 하나 알아둘 규정을 두고 있다.
“고소할 수 있는 자가 수인인 경우에는 1인의 기간의 해태는 타인의 고소에 영향이 없다.”
고소할 수 있는 사람이 여러 명인 상황에서, 그중 한 사람이 6월의 기간을 넘겨 고소권을 잃었더라도 그 사실이 다른 고소권자의 고소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각자의 고소기간은 각자 범인을 알게 된 날을 기준으로 독립적으로 계산된다.
4. 실무에서 확인해야 할 순서
고소기간 문제를 점검할 때는 다음 순서로 따져보는 것이 실익이 있다.
- 범인을 알게 된 날이 언제인지 먼저 특정한다. 게시일·행위일이 아니라 ‘누가 그랬는지 알게 된 날’이다.
- 그날부터 6월이 지났는지 계산한다.
- 만약 지났다면, 그사이에 고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사유가 있었는지 살펴본다. 있었다면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다시 기산한다.
- 고소할 수 있는 사람이 여러 명이라면, 각자의 기산점과 기간 경과 여부를 개별적으로 따진다. 한 사람의 지연이 다른 사람의 권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단정적인 표현은 조문의 구조와 맞지 않는다. 제230조제1항은 원칙(6월)과 단서(불가항력 사유 시 기산점 이동)를 함께 두고 있는 조문이기 때문이다.
5. 참고로 짚어둘 점
- 형사소송법 제230조는 항이 두 개였으나, 제2항은 2013년 4월 5일 삭제되어 현재 효력이 있는 조항은 제1항 하나다.
- 2026년 9월 30일을 기준으로, 형사소송법에는 2026년 10월 2일 등에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인 개정 내용이 존재하지만, 그 개정들은 제230조·제231조의 문언 자체를 바꾸지 않는다. 따라서 고소기간에 관한 위 내용은 이 기준일 현재도, 개정 시행 이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 ‘범인을 알게 된 날’이나 ‘불가항력의 사유’의 구체적인 의미를 판단한 사례는 사안마다 다르게 판단될 수 있는 영역이므로, 개별 상황에 적용하기 전에 관련 자료나 절차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참고 법령
- 형사소송법 제230조(고소기간) 제1항
- 형사소송법 제231조(수인의 고소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