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명예훼손 불기소에 재정신청을 했더니 법원이 "기소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 그래도 검사가 꼭 재판에 넘겨야 하나요?
검사가 모욕·명예훼손 고소 사건을 불기소로 종결했을 때, 고소인이 재정신청으로 다투어 법원이 “이 사건은 공소를 제기해야 한다”고 결정하면, 그 뒤에도 검사가 재량으로 다시 안 넘길 수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형사소송법은 법원의 이 결정에 대해 누구도 불복할 수 없게 해 두었고, 사건을 넘겨받은 지방공소청장 또는 지청장은 지체 없이 담당 검사를 지정해야 하며 그 검사는 공소를 제기하여야 한다고 못 박아 두었다(형사소송법 제262조제4항·제6항). 다만 이게 ‘법원 결정만으로 기소가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아래에서 재정신청 제도 전체를 짚으며 이 질문에 정확히 답한다.
재정신청이란 무엇인가
검사가 불기소결정을 내리면 고소인·고발인이 이를 다툴 수 있는 법정 절차가 재정신청이다. 형사소송법 제260조제1항은 “고소권자로서 고소를 한 자”가 검사로부터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통지를 받은 때에는 관할 법원에 그 당부에 관한 재정을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한다. 법원이 이 신청을 심리해서 ‘검사의 불기소가 잘못됐다’고 판단하면, 법원 스스로 사건을 재판에 올리는 게 아니라 검사에게 공소를 제기하도록 하는 결정을 내리는 구조다.
모욕·명예훼손은 고소인만 신청할 수 있다
재정신청은 원칙적으로 고소권자로서 실제로 고소를 한 사람만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60조제1항). 다만 형사소송법 제260조제1항은 일정한 범죄(「형법」상 직권남용 등 공무원 범죄, 가정폭력범죄, 노인학대관련범죄,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아동학대범죄, 장애인학대관련범죄)에 대해서는 고발을 한 사람도 재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혀 두었다. 그런데 이 고발인 확대 부분은 2026년 10월 16일 기준으로 아직 시행되지 않았고, 시행일은 2027년 2월 5일이다. 게다가 이 목록에는 모욕죄·명예훼손죄가 들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모욕·명예훼손 사건에서는 고발인이 아니라 고소권자로서 고소를 한 사람만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지금도,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다.
재정신청 전에 항고를 거쳐야 한다 — 다만 예외가 셋 있다
재정신청을 하려면 먼저 「공소청법」 제57조에 따른 항고를 거쳐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60조제2항 본문). 불기소결정에 곧바로 법원 심리를 구하는 게 아니라, 검찰 조직 내부의 불복 절차를 먼저 밟도록 한 것이다. 다만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에 해당하면 항고를 거치지 않고 바로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같은 항 각 호).
- 항고 이후 사건이 재기된 다음에도 다시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통지를 받은 경우
- 항고 신청 후 항고에 대한 처분이 행하여지지 아니하고 3개월이 경과한 경우
- 검사가 공소시효 만료일 30일 전까지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는 경우
항고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건 원칙이고, 이 세 경우는 그 원칙에 대한 예외라는 점이 중요하다. 이 원칙이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건 아니다.
신청서는 어디에, 언제까지 내야 하나
재정신청서는 법원이 아니라 지방공소청장 또는 지청장에게 제출한다(형사소송법 제260조제3항 본문). 제출 기한은 항고기각 결정을 통지받은 날, 또는 앞서 본 세 가지 예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0일 이내이며, 이는 법률상 의무로 규정돼 있다. 다만 공소시효 만료 임박을 이유로 한 세 번째 예외(제2항제3호)의 경우에는 공소시효 만료일 전날까지 신청서를 낼 수 있다(제3항 단서). 신청서에는 재정신청의 대상이 되는 사건의 범죄사실과 증거 등 신청을 이유 있게 하는 사유를 반드시 적어야 한다(제260조제4항).
법원은 심리 후 둘 중 하나를 결정한다
재정신청서를 받은 법원은 송부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항고 절차에 준하여 다음 두 가지 중 하나로 결정한다(형사소송법 제262조제2항). 필요하면 증거를 조사할 수도 있다.
- 기각결정: 신청이 법률상 방식에 위배되거나 이유 없는 때
- 공소제기결정: 신청이 이유 있는 때, 즉 법원이 ‘불기소가 잘못됐다’고 판단한 때
법원은 신청서를 송부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피의자에게 재정신청이 있었다는 사실을 통지해야 하고(제1항), 심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공개로 진행한다(제3항).
핵심 질문: 공소제기결정이 나면 검사는 정말 꼭 재판에 넘겨야 하나
여기가 질문의 핵심이다. 형사소송법 제262조제4항은 공소제기결정에 대해서는 불복할 수 없다고 정한다. 검사든 피의자든 이 결정을 다시 다툴 길이 없다. 그리고 같은 조 제6항은 “제2항제2호의 결정에 따른 재정결정서를 송부받은 관할 지방공소청장 또는 지청장은 지체 없이 담당 검사를 지정하고 지정받은 검사는 공소를 제기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즉 법원이 공소를 제기하는 게 아니라, 법원 결정에 따라 지방공소청장·지청장이 담당 검사를 지정하고, 그 지정받은 검사가 공소를 제기해야 하는 법률상 의무를 진다. 여기에 검사의 재량은 남아 있지 않다.
반대로 기각결정이 나오면 결과가 다르다. 기각결정에는 제415조를 준용해 대법원에 즉시항고를 할 수 있고(제262조제4항), 기각결정이 확정되면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가 아니면 같은 사건으로 다시 소추할 수 없다(제262조제4항). 법원은 어느 쪽으로 결정하든 즉시 그 정본을 재정신청인·피의자와 관할 지방공소청장 또는 지청장에게 보내야 하고, 공소제기결정일 때는 사건기록도 함께 보낸다(제262조제5항).
정리하면, “법원이 불기소가 잘못됐다고 보면 검사는 꼭 재판에 넘겨야 하나요?”라는 질문의 답은 그 판단이 재정신청 절차에 따른 법원의 공소제기결정 형태로 나온 경우에는, 그렇다는 것이다. 다만 그 과정은 법원이 직접 기소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공소청장·지청장의 담당 검사 지정이라는 절차를 거쳐 그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는 구조로 이루어진다.
시행일 관련 유의사항 (2026년 10월 16일 기준)
이 글이 다루는 형사소송법 제262조(심리와 결정)의 현재 문언과 제260조제2항·제3항·제4항(항고 선행, 신청서 제출 절차·기한, 기재사항)은 2026년 10월 2일부터 시행 중이다. 다만 제260조제1항 중 고발인 대상 범죄를 넓힌 부분과 제261조의 개정규정은 이 기준일에는 아직 시행되지 않았고, 시행일은 2027년 2월 5일이다. 그 시행 이후에도 고발인 확대 규정은 시행 이후에 불기소 통지를 받은 고발인부터 적용되며(부칙 제21857호 제11조), 시행 당시 법원에 이미 계속 중인 재정신청 사건의 관할에는 종전 규정이 그대로 적용된다(같은 부칙 제13조). 모욕·명예훼손은 어느 시점에도 고발인 확대 대상 범죄 목록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이 점은 시행일과 무관하게 달라지지 않는다.
참고 법령
- 형사소송법 제260조(재정신청) 제1항·제2항·제3항·제4항
- 형사소송법 제262조(심리와 결정) 제1항~제6항
- 형사소송법 부칙 <법률 제21857호, 2026. 8. 4.> 제1조(시행일), 제11조(재정신청 확대에 관한 적용례), 제13조(계속 중인 재정신청 사건의 관할에 대한 경과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