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인 가족, 다른 사람에게 위험하지 않아도 강제 입원시킬 수 있나
가족 중 누군가 마약에 중독되었을 때, 병원에 데려가기조차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본인이 치료를 거부하면 가족은 “강제로라도 입원시킬 방법이 없을까”를 찾게 된다. 이때 흔히 떠올리는 것이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 제43조의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등”이다. 그런데 이 조문을 제대로 읽어보면, 질문 자체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족이 직접 입원시키는 제도가 아니다
먼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정신건강복지법 제43조는 가족이 직접 환자를 입원시키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다. 입원등을 시킬 수 있는 주체는 정신의료기관등의 장이다.
제43조제1항은 “정신의료기관등의 장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명 이상 ··· 이 신청한 경우로서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입원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경우에만 해당 정신질환자를 입원등을 시킬 수 있다”고 정한다. 보호의무자가 1명만 있으면 1명의 신청으로 되고, 보호의무자 간에 입원등에 관한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법 제39조제2항의 순위에 따른 선순위자 2명 이상이 신청해야 한다.
즉 가족(보호의무자)이 할 수 있는 것은 ‘신청’이다. 입원시키는 결정과 행위는 정신의료기관등의 장이, 전문의의 진단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이 조문의 문언은 “시킬 수 있다”는 재량으로 되어 있다. 요건을 갖췄다고 해서 자동으로, 즉시 입원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위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 틀렸다
질문의 핵심으로 돌아가 보자. 다른 사람에게 위험하지 않은 가족도 입원시킬 수 있는가. 답은 조문의 구조에 있다.
제43조제2항은 전문의의 입원등 필요성 진단이 다음 두 가지 요건 “모두”에 해당하는 경우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정한다.
- 정신질환자가 정신의료기관등에서 입원치료 또는 요양을 받을 만한 정도 또는 성질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 정신질환자 자신의 건강 또는 안전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위험)이 있어 입원등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제2호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뿐 아니라 “자신의 건강 또는 안전”에 대한 위험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법 문언상 제2호는 ‘다른 사람에게 위험할 것’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자신의 건강이나 안전에 대한 위험만으로도 이 요건을 충족할 여지가 조문상 열려 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마약 중독이니 당연히 자신의 건강에 위험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제2호에서 말하는 위험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에 해당해야 하는지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되어 있고, 그 세부 기준은 이 글이 근거로 삼은 법률 조문 범위 밖에 있다. 분명한 것은, 두 요건은 “모두” 충족되어야 하며, 어느 한쪽만으로는 입원등 진단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이다. 전문의는 이 두 요건 각각에 관한 진단을 적은 입원등 권고서를 입원등 신청서에 첨부하여야 한다.
‘마약 중독’ 자체가 법이 말하는 ‘정신질환자’인가
여기서 또 하나 짚어야 할 지점이 있다. 정신건강복지법 제3조제1호는 “정신질환자”를 “망상, 환각, 사고(思考)나 기분의 장애 등으로 인하여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이 법의 조문 어디에도 ‘마약’이나 ‘중독’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마약 중독이라는 사실 자체가 곧 이 법이 말하는 정신질환자에 해당한다거나, 곧 제43조제2항의 입원등 요건을 충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마약류 중독으로 인해 망상·환각 등 증상이 나타나고 그로 인해 일상생활에 중대한 제약이 있는 상태인지, 그리고 그것이 입원치료나 요양을 받을 만한 정도인지는 어디까지나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진단으로 판단될 사항이다.
입원 과정도 단계가 나뉘어 있다
제43조는 입원을 한 번에 결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두 단계로 나눈다.
1단계(진단 입원): 전문의 진단 결과 제2항의 두 요건에 모두 해당하여 입원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경우, 정신의료기관등의 장은 증상의 정확한 진단을 위하여 2주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하여 입원하게 할 수 있다(제43조제3항).
2단계(치료 입원): 1단계 진단 결과 계속 입원등이 필요하다는,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등에 소속된 2명 이상의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이 있는 경우에만 치료를 위한 입원등을 하게 할 수 있다(제43조제4항). 이때 2명 이상의 전문의 중에는 국립·공립 정신의료기관등 또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하는 정신의료기관등 소속 전문의가 1명 이상 포함되어야 한다.
이 치료 입원의 기간은 최초 입원일부터 3개월 이내이며, 연장하려면 1차는 3개월 이내, 이후에는 매 연장 시마다 6개월 이내로 가능하다(제43조제5항). 연장은 서로 다른 기관 소속 2명 이상 전문의의 일치된 진단과, 신청 보호의무자 2명 이상(신청 시 1명이었으면 1명)의 동의서 제출이라는 두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할 수 있고, 연장할 때마다 관할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심사를 청구하여야 한다(제43조제6항).
퇴원은 원칙, 거부는 예외
입원 이후에도 가족이 마음대로 입원을 유지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43조제9항 본문은 “입원등을 한 사람 또는 보호의무자가 퇴원등을 신청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사람을 퇴원등을 시켜야 한다”고 정한다. 즉 퇴원은 원칙적으로 의무다.
다만 단서에서, 그 입원등을 한 사람이 제2항 각 호에 모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정신의료기관등의 장이 퇴원등을 거부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 경우 정신의료기관등의 장은 본인과 퇴원등을 신청한 보호의무자에게 거부사실 및 사유, 그리고 법 제55조에 따라 퇴원등의 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 및 그 청구 절차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제43조제10항).
제44조 경로와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정신건강복지법에는 제43조 외에 제44조의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에 의한 입원”이라는 별개의 경로가 있다. 이는 보호의무자의 신청이 아니라,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또는 정신건강전문요원이 자신의 건강·안전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다고 의심되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 지자체장에게 진단과 보호를 신청하는 구조다. 경찰관은 그 신청을 요청할 수 있는 데 그친다.
제44조에 따른 계속 입원 의뢰 요건은 “2명 이상의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으로, 제43조제4항에 있는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등에 소속된’이라는 문언이 없다. 두 조문은 신청 주체, 진단 요건의 세부 구조가 다른 별개의 절차이므로 섞어서 이해하면 안 된다.
하위 법령에 위임된 부분
다음 사항들은 이 법률 조문이 아니라 하위 법령(보건복지부령·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위임되어 있으며, 그 구체적 내용은 이 글의 범위 밖이다.
- 제43조제2항제2호의 ‘위험’에 해당하는 구체적 기준
- 입원등 신청서 및 보호의무자 확인 서류의 형식
- 입원등 기간 연장 심사 청구 기간
- 전문의가 부족한 지역의 진단 시행방안
정리
마약 중독인 가족을 보호의무자의 신청만으로, 다른 사람에게 위험하지 않다는 이유로 곧바로 강제 입원시킬 수 있는 제도는 아니다. 입원등을 시키는 것은 정신의료기관등의 장이며, 이는 전문의 진단을 전제로 한 재량 사항이다. 또한 그 진단은 ① 입원치료·요양을 받을 만한 정도의 정신질환과 ② 자신의 건강·안전 또는 타인에 대한 위험이라는 두 요건에 모두 해당해야 하므로, ‘타인에게 위험한지’만으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다. 동시에 마약 중독이라는 사정만으로 이 법이 말하는 ‘정신질환자’나 입원등 요건이 자동으로 충족된다고 볼 근거도 조문에는 없다. 구체적인 판단은 전문의의 진단과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 세부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다.
참고 법령
-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정의), 제43조(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등), 제44조(특별자치시장ㆍ특별자치도지사ㆍ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 의한 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