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관리를 철저히 해도 중대재해처벌법상 5배 배상 책임을 벗어날 수 있나요?
질문의 핵심: “평소 관리를 잘했다”는 주장이 통하는 조문은 따로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15조는 중대재해로 손해를 입은 사람에게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지우는 조문이다. 이 조문을 둘러싼 질문 중 실무에서 자주 나오는 것이 “회사가 평소 안전 관리를 철저히 했다면 이 배상책임을 피할 수 있는가”다.
답은 조문 구조를 나누어 봐야 정확해진다. 제15조제1항은 본문과 단서로 구성되어 있고, 배상책임이 생기는 요건을 정한 본문과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정한 단서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평소 관리를 철저히 했다”는 사정이 영향을 미치는 자리는 본문이 아니라 단서다.
제15조제1항 본문: 배상책임이 생기는 요건
조문 본문은 다음과 같다.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이 법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하여 중대재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해당 사업주, 법인 또는 기관이 중대재해로 손해를 입은 사람에 대하여 그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진다.
이 본문에서 짚어야 할 점이 세 가지다.
첫째, 요건은 세 가지가 전부 갖춰져야 한다. ①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어야 하고, ②그로 인해 이 법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했어야 하며, ③그 결과로 중대재해가 발생했어야 한다. 단순 과실로 의무를 위반한 경우까지 이 배상책임이 적용된다고 보면 안 된다. 조문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범위를 좁혀 놓았다.
둘째, 배상액은 손해액의 5배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5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다. 법원이 사안에 따라 5배보다 낮은 배수를 정할 수 있다는 뜻이고, 5배가 자동으로 적용되는 구조가 아니다.
셋째, 요건을 충족시키는 주체와 실제로 배상책임을 지는 주체가 다르다. 고의·중대한 과실로 의무를 위반하는 주체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이지만, 실제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는 주체는 “해당 사업주, 법인 또는 기관”이다. 경영책임자등 개인이 이 조문에 따라 배상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그 경영책임자등이 속한 사업주·법인·기관이 책임을 진다는 구조다.
제15조제1항 단서: “평소 관리를 철저히 했다”가 작동하는 지점
본문 다음에 이어지는 단서가 질문의 핵심에 해당한다.
다만, 법인 또는 기관이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여기서 세 가지를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
단서의 주체는 “법인 또는 기관”뿐이다. 사업주 개인이나 경영책임자등은 단서 문언에 등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회사가 법인이니까 당연히 책임을 면한다”고 넓혀 읽는 것은 조문을 벗어난 해석이다. 법인 또는 기관이라는 주체가 단서의 요건을 실제로 충족했는지가 매번 따져져야 한다.
단서가 요구하는 것은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것이다. 평소 안전 관리를 전반적으로 잘했다는 일반적인 평판이나 추상적인 노력만으로는 부족하고, 문제가 된 그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했는지가 기준이 된다. “상당한 주의와 감독”이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을 의미하는지는 조문에 세부 기준이 적혀 있지 않다.
단서의 효과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이지 “면책된다”가 아니다. 조문이 쓴 표현 그대로, 법인 또는 기관이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점이 인정되면 본문에 따른 배상책임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조건 면책” “자동으로 면책”처럼 단정적으로 읽을 근거는 조문에 없다.
정리하면, 질문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다. 회사(법인 또는 기관)가 문제가 된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일 수 있다면, 제15조제1항 단서에 따라 5배 이내 배상책임에서 벗어날 여지가 있다. 다만 이는 평소 관리를 “전반적으로 철저히 했다”는 일반적 주장이 아니라, 해당 업무에 관한 구체적인 주의·감독 여부로 판단되는 문제이고, 단서의 적용 주체도 법인 또는 기관으로 한정된다.
제15조제2항: 배상액을 정할 때 법원이 고려해야 하는 사항
본문에 따라 배상책임이 인정되더라도, 그 배상액(5배 이내의 구체적인 배수)을 정하는 과정에서 법원은 다음 일곱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조문이 “고려하여야 한다”고 정했으므로 이는 법원의 의무다.
-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의 정도
- 이 법에서 정한 의무위반행위의 종류 및 내용
- 이 법에서 정한 의무위반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피해의 규모
- 이 법에서 정한 의무위반행위로 인하여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취득한 경제적 이익
- 이 법에서 정한 의무위반행위의 기간·횟수 등
-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의 재산상태
-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의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노력의 정도
여기서 7호의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노력의 정도”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의 대응을 가리키는 고려 요소이고, 제1항 단서가 말하는 “사고 전 상당한 주의와 감독”과는 별개의 자리에서 작동한다. 다만 조문은 고려해야 할 사항만 나열하고 있을 뿐, 이 일곱 가지를 어떻게 조합해 구체적인 배수(몇 배로 할지)를 산출하는지에 대한 산식은 정해 놓지 않았다.
‘중대재해’의 범위: 산업재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제15조가 다루는 “중대재해”는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제1호에 따라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를 함께 가리키는 말이다. 따라서 제15조의 배상책임 구조는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재해(중대산업재해)뿐 아니라, 제조물·공중이용시설·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 결함으로 발생한 재해(중대시민재해)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시행일은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다르게 적용됐다
제15조를 포함한 중대재해처벌법은 원칙적으로 공포 후 1년이 지난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다만 부칙 제1조는 법 시행 당시 개인사업자 또는 상시 근로자가 50명 미만인 사업·사업장(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의 공사)에 대해서는 공포 후 3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하도록 별도로 정했고, 제16조는 공포한 날부터 바로 시행하도록 정했다. 즉 2022년 1월 27일이 모든 사업장에 일괄적으로 적용된 시행일은 아니다.
참고: 조문에 아직 정해지지 않은 부분
제2조제2호다목이 말하는 직업성 질병자의 범위, 같은 조 제4호가 말하는 공중이용시설의 범위 등 일부 개념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으로 위임돼 있다. 이 글은 법률 조문(제2조, 제15조, 부칙)만을 대상으로 하므로, 그 하위 기준까지는 다루지 않는다. 또한 제15조의 적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판례는 이 글이 참고한 범위 안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참고 법령
-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제1호, 제2호, 제4호
-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5조(손해배상의 책임) 제1항, 제2항
-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부칙(법률 제17907호) 제1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