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답변서 기한을 넘겨도, 판결 전이면 다툴 수 있을까 — 민사소송법 제256조·제257조로 보는 무변론판결
전세보증금이나 월세 보증금 반환소송에서 임차인(원고)이 소장을 냈는데, 임대인(피고)이 답변서 제출 기한을 넘기는 경우가 있다. 이때 “기한을 넘겼으니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민사소송법 제256조·제257조의 문언을 그대로 보면 그렇지 않다. 아래에서 조문을 기준으로 정리한다.
1. 답변서 제출의무 — 30일, 그리고 예외
민사소송법 제256조제1항은 다음과 같이 정한다.
피고가 원고의 청구를 다투는 경우에는 소장의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다만, 피고가 공시송달의 방법에 따라 소장의 부본을 송달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여기서 확인할 점은 두 가지다.
- 이 의무는 “원고의 청구를 다투는 경우”에 발생한다. 청구를 인정할 생각이라면 애초에 이 30일 의무가 전제하는 상황과 다르다.
- 기산점은 “소장의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다. 공시송달로 소장 부본을 받은 경우에는 이 30일 규정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다(단서).
법원 쪽 의무도 같은 조문에 함께 규정돼 있다. 법원은 소장 부본을 송달할 때 이 30일 제출의무의 취지를 피고에게 알려야 하고(제2항), 답변서가 제출되면 그 부본을 원고에게 송달하여야 한다(제3항). 답변서에는 준비서면에 관한 규정이 준용된다(제4항).
2. 기한을 넘기면 바로 소송이 끝나는가 — 제257조의 핵심
이 질문에 직접 답하는 조문이 민사소송법 제257조(변론 없이 하는 판결)다. 제1항 본문은 이렇게 쓴다.
법원은 피고가 제256조제1항의 답변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때에는 청구의 원인이 된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보고 변론 없이 판결할 수 있다.
여기서 세 가지를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
첫째, “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이다. 답변서를 내지 않았다고 해서 법원이 반드시 변론 없이 판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조문은 법원에 그렇게 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이고, 실제로 변론 없이 판결할지는 법원이 판단한다.
둘째, 효과는 “청구의 원인이 된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보는” 것까지다. 이는 사실관계에 대한 자백으로 취급하는 것이고, 청구 자체(원고의 주장이 법적으로 인용되는지)를 자동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조문은 판결의 내용까지 정하고 있지 않다.
셋째, 단서가 있다. 제1항 단서는 이렇게 규정한다.
다만, 직권으로 조사할 사항이 있거나 판결이 선고되기까지 피고가 원고의 청구를 다투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단서가 질문의 답이다. 판결이 선고되기까지 피고가 청구를 다투는 취지의 답변서를 내면, 변론 없이 판결하는 처리는 하지 않는다. 즉 30일이라는 기한은 “이 날짜까지 답변서를 내지 않으면 법원이 변론 없이 판결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는 의미이지, “이 날짜가 지나면 더는 다툴 길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법률 문언상 다투는 취지의 답변서를 낼 수 있는 시한은 판결 선고 시점까지로 열려 있다.
또한 직권으로 조사할 사항이 있는 경우에도 변론 없이 판결하지 않는다. 다만 조문은 “직권으로 조사할 사항”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열거하고 있지 않다.
3. 답변서를 냈는데도 변론 없이 판결될 수 있는 경우
반대 방향의 규정도 있다. 제257조제2항은 다음과 같다.
피고가 청구의 원인이 된 사실을 모두 자백하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하고 따로 항변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제1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답변서를 기한 내에 냈더라도, 그 내용이 청구 원인 사실을 모두 자백하고 별도의 항변이 없는 것이라면, 역시 변론 없는 판결 처리가 준용될 수 있다. 답변서의 제출 자체가 아니라 그 내용이 “다투는 취지”인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조문이다.
4. 기일 통지도 재량이다
제257조제3항은 법원이 소장 부본을 송달할 때 변론 없이 판결을 선고할 기일을 함께 통지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 역시 “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으로, 법원이 그런 기일을 미리 통지할지 여부를 정하는 것이지, 통지 여부가 제1항의 판결 가능 여부를 좌우하는 요건은 아니다.
5. 정리 — 질문에 대한 답
“집주인이 답변서 기한을 넘겨 내도 판결 전이면 다툴 수 있나요?”에 대해 민사소송법 제256조·제257조 문언만 놓고 답하면 다음과 같다.
- 30일 기한을 넘기면 법원이 변론 없이 판결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제257조제1항 본문). 이는 자동으로 소송이 끝난다는 뜻이 아니다.
- 그 효과도 “청구의 원인이 된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보는” 것이지, 청구 자체가 인정되어 승소가 정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 판결이 선고되기까지 피고가 청구를 다투는 취지의 답변서를 내면, 변론 없는 판결 처리를 하지 않는다(단서). 따라서 기한을 넘겼어도 판결 선고 전까지는 다투는 취지의 답변서를 낼 여지가 조문상 남아 있다.
- 직권으로 조사할 사항이 있는 경우에도 변론 없는 판결을 하지 않는다.
다만 이 조문들은 법원에 재량과 판단 여지를 주는 구조이고, 실제로 어떤 사정이 “직권으로 조사할 사항”에 해당하는지, 개별 사건에서 법원이 어떻게 처리할지는 조문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점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다.
참고 법령
- 민사소송법 제256조(답변서의 제출의무) — 제1항~제4항
- 민사소송법 제257조(변론 없이 하는 판결) — 제1항(본문·단서)~제3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