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목록 제출 명령과 법원이 직접 찾아주는 절차, 뭐가 다른가
양육비를 받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마주치는 벽은 “상대방이 재산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점이다. 가사소송법은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두 가지 절차를 두고 있다. 하나는 당사자에게 재산목록을 직접 작성해 내라고 명하는 재산 명시(제48조의2)이고, 다른 하나는 법원이 공공기관·금융기관 등에 재산 내역을 조회하는 재산조회(제48조의3)다. 이름이 비슷해 보이지만 요건과 작동 방식이 다르다. 아래에서 조문을 그대로 근거로 두 절차의 차이를 정리한다.
1. 재산 명시 — 당사자가 직접 재산목록을 내는 절차
가사소송법 제48조의2제1항은 다음과 같이 정한다.
“가정법원은 재산분할, 부양료 및 미성년자인 자녀의 양육비 청구사건을 위하여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직권으로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당사자에게 재산상태를 구체적으로 밝힌 재산목록을 제출하도록 명할 수 있다.”
핵심을 짚으면 다음과 같다.
- 대상 사건: 재산분할, 부양료, 미성년 자녀의 양육비 청구사건이다. 이 세 가지 유형에 한정된다.
- 요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라야 한다. 신청만 하면 자동으로 명령이 나오는 구조가 아니다.
- 주체: 가정법원이 직권으로도, 당사자의 신청에 의해서도 명할 수 있다.
- 어미의 성격: “명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이다. “명하여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즉 요건이 갖춰졌다고 해서 법원이 반드시 명령을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니고, 사건의 필요성을 법원이 판단해 결정한다.
- 결과물: 당사자 본인이 자신의 재산상태를 구체적으로 밝힌 재산목록을 작성해 법원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즉 재산명시는 상대방이 스스로 자기 재산을 공개하도록 하는 절차다.
재산명시의 구체적인 절차·방법은 조문에서 직접 정하지 않고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제48조의2제2항)고만 위임되어 있다. 따라서 실제 서식이나 진행 방식, 기한 등 세부사항은 이 조문만으로는 확인되지 않고, 별도의 대법원규칙 영역이다.
2. 재산조회 — 법원이 기관에 물어보는 절차
가사소송법 제48조의3제1항은 다음과 같이 정한다.
“가정법원은 제48조의2의 재산 명시 절차에 따라 제출된 재산목록만으로는 재산분할, 부양료 및 미성년자인 자녀의 양육비 청구사건의 해결이 곤란하다고 인정할 경우에 직권으로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당사자 명의의 재산에 관하여 조회할 수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 재산조회의 요건은 재산명시와 다르다. 조문은 “제48조의2의 재산 명시 절차에 따라 제출된 재산목록만으로는” 사건 해결이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조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정한다. 다시 말해 재산조회는 재산명시 절차가 먼저 있고, 그 결과로 나온 재산목록이 불충분할 때 이어지는 절차로 규정되어 있다. 신청인이 재산명시를 신청했다고 해서 곧바로 조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 이때도 재량이다. “조회할 수 있다”는 문언으로, 요건이 인정되더라도 법원이 조회 여부를 재량으로 판단한다.
- 준용 규정: 재산조회에 관하여는 그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민사집행법」 제74조를 준용한다(제48조의3제2항). 준용 범위 자체에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범위”라는 한정이 붙어 있다는 점도 조문에 명시되어 있다.
- 위임사항: 재산조회를 할 공공기관, 금융기관, 단체 등의 범위, 조회절차, 당사자가 내야 할 비용, 조회결과의 관리에 관한 사항, 과태료의 부과절차 등은 모두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제48조의3제3항). 구체적으로 어떤 기관이 조회 대상이 되는지, 비용이 얼마인지, 기간이 어떻게 되는지는 이 조문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 목적 외 사용 금지: 제48조의3제4항은 “누구든지 재산조회의 결과를 심판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한다. 이 금지의 대상은 “누구든지”이지 신청인 한 사람으로 한정되어 있지 않다. 재산조회로 얻은 정보를 심판 절차 밖에서 다른 용도로 쓰는 것은 조문상 금지되어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3. 두 절차를 나란히 놓고 보면
| 구분 | 재산 명시 (제48조의2) | 재산조회 (제48조의3) |
|---|---|---|
| 방식 | 당사자 본인이 재산목록을 작성해 제출 | 가정법원이 공공기관·금융기관·단체 등에 직접 조회 |
| 요건 | 재산분할·부양료·양육비 청구사건에서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 재산명시 절차로 제출된 재산목록만으로는 사건 해결이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
| 순서 | 먼저 이루어지는 절차 | 재산명시로 나온 목록이 불충분할 때 이어지는 절차 |
| 성격 | 법원의 재량(“명할 수 있다”) | 법원의 재량(“조회할 수 있다”) |
| 세부사항 위임 | 절차·방법을 대법원규칙에 위임 | 조회 대상 기관 범위, 조회절차, 비용, 결과 관리, 과태료 부과절차를 대법원규칙에 위임 |
| 특유 규정 | — | 「민사집행법」 제74조 준용(성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 결과의 목적 외 사용 금지(누구든지) |
정리하면 재산명시는 “당사자가 스스로 재산을 밝히게 하는” 절차이고, 재산조회는 “법원이 기관을 통해 직접 확인하는” 절차다. 그리고 조문 구조상 재산조회는 재산명시가 먼저 이루어지고 그 결과가 부족할 때 인정되는 절차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재산조회는 재산명시 없이도 곧바로 이루어진다”거나 “신청만 하면 자동으로 계좌 조회가 된다”는 식의 이해는 조문 문언과 맞지 않는다.
4. 제출명령을 어기면 과태료를 물릴까 — 조문을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
가사소송법에는 “제출명령 위반에 대한 제재”라는 제목의 제67조의2도 있다.
“가정법원은 제3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제45조의3제3항 또는 제45조의6제3항에 따라 준용되는 「민사소송법」 제366조제1항의 제출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결정으로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 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이 조문은 이름 때문에 재산명시·재산조회 불응에 대한 제재로 오해되기 쉽지만, 실제로는 다른 조문(제45조의3제3항, 제45조의6제3항)에 따라 준용되는 「민사소송법」 제366조제1항의 제출명령을 제3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따르지 않은 경우에 관한 규정이다. 재산명시나 재산조회 자체의 불응에 대한 제재 조문으로 곧바로 연결해 읽어서는 안 된다.
5. 시행 상황과 조문의 연혁
이 글이 다루는 가사소송법은 법률 제20432호(2024. 9. 20., 타법개정)로 공포되었고, 2026. 1. 1.부터 시행 중이다. 다만 제48조의2와 제48조의3의 현재 문언을 실제로 만든 개정은 이 공포번호가 아니라 법률 제10212호(2010. 3. 31., 전문개정)이고, 제67조의2의 문언을 만든 개정은 법률 제11949호(2013. 7. 30.)다. 즉 상단에 표시된 공포번호와 각 조문의 문언이 실제로 개정된 시점은 서로 다르다.
법률 제20432호의 부칙은 이 법의 시행일을 2025년 1월 31일로 정하면서, 다만 부칙 제4조는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부칙 제4조는 가사소송법 제2조(가정법원의 관장 사항)에 상속권 상실 선고, 「민법」 제1004조의2제7항에 따른 상속재산의 보존 및 관리를 위한 처분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재산명시·재산조회 조문(제48조의2, 제48조의3)을 바꾼 개정은 아니다. 부칙 제2조·제3조는 자료상 생략으로 남아 내용이 확인되지 않으므로, 이 부분에 별도의 적용례나 경과조치가 있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
6. 정리
- 재산명시(제48조의2)는 당사자가 재산분할·부양료·양육비 청구사건에서 자신의 재산상태를 구체적으로 밝힌 목록을 직접 제출하도록 법원이 재량으로 명하는 절차다.
- 재산조회(제48조의3)는 재산명시로 나온 재산목록만으로 사건 해결이 곤란하다고 인정될 때, 법원이 재량으로 공공기관·금융기관·단체 등에 당사자 명의의 재산을 조회하는 절차다.
- 재산조회 결과는 심판 외의 목적으로 누구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
- 제67조의2의 과태료 규정은 제3자의 「민사소송법」 제366조제1항 제출명령 불응에 관한 것이지, 재산명시·재산조회 자체의 불응 제재 조문이 아니다.
- 구체적인 절차·방법, 조회 대상 기관, 비용, 과태료 부과절차 등 세부사항은 모두 대법원규칙에 위임되어 있어 이 글이 근거로 삼은 법률 조문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참고 법령
- 가사소송법 제48조의2(재산 명시)
- 가사소송법 제48조의3(재산조회)
- 가사소송법 제67조의2(제출명령 위반에 대한 제재)
- 가사소송법 제2조(가정법원의 관장 사항)
- 가사소송법 부칙(법률 제20432호, 2024. 9. 20.) 제1조, 제4조
- 민사소송법 제366조제1항 (가사소송법 제67조의2에서 준용)
- 민사집행법 제74조 (가사소송법 제48조의3제2항에서 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