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조건이 달라 그만두면 고향 갈 차비는 회사가 꼭 줘야 하나요?
입사할 때 들었던 근로조건과 실제 근무조건이 다를 때,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에게 손해배상 청구권과 근로계약 해제권을 인정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귀향 여비”를 회사가 반드시 줘야 하는지는 조문을 꼼꼼히 봐야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귀향 여비 지급은 일정한 요건을 갖췄을 때 회사의 의무이지만, 모든 경우에 자동으로 생기는 의무는 아닙니다.
근거 조문: 근로기준법 제19조
이 문제를 규율하는 조문은 근로기준법 제19조(근로조건의 위반)입니다. 현재 시행 중인 조문(법률 제21533호, 2026. 4. 7. 일부개정, 시행 2026. 10. 8.)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19조(근로조건의 위반) ① 제17조에 따라 명시된 근로조건이 사실과 다를 경우에 근로자는 근로조건 위반을 이유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즉시 근로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라 근로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에 신청할 수 있으며, 근로계약이 해제되었을 경우에는 사용자는 취업을 목적으로 거주를 변경하는 근로자에게 귀향 여비를 지급하여야 한다.
조문은 제1항과 제2항, 두 개 항으로만 구성되어 있고 호나 목은 없습니다.
① 손해배상 청구와 근로계약 해제는 “할 수 있다” — 근로자의 선택
제19조제1항을 읽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할 부분은 어미입니다.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즉시 근로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 둘 다 할 수 있다로 끝납니다. 즉, 입사 때 명시된 근로조건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만으로 근로계약이 저절로 끝나거나 손해배상이 자동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가 그 권리를 행사할지 말지를 선택하는 구조입니다. 해제를 원하지 않고 계속 근무하면서 손해배상만 청구하는 것도, 손해배상 청구 없이 해제만 하는 것도 조문상 가능합니다.
여기서 “즉시”라는 표현은 근로계약 해제에만 붙어 있는 말입니다. 손해배상 청구나 뒤에 나오는 귀향 여비 지급에는 “즉시”라는 수식이 붙지 않습니다. 또한 조문의 표현은 “해제”이며, 이를 “해지”나 “퇴사”로 바꿔 이해하면 조문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② 귀향 여비 지급은 “지급하여야 한다” — 그런데 어미가 항 안에서 갈린다
질문의 핵심인 귀향 여비는 제19조제2항에 있습니다. 그런데 제2항은 하나의 항 안에서도 어미가 다릅니다.
-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노동위원회에 신청할 수 있으며(재량) — 근로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절차입니다.
- 근로계약이 해제되었을 경우 사용자는 귀향 여비를 지급하여야 한다(의무) — 이 부분만 사용자에게 강제되는 의무입니다.
즉, 제2항 전체를 하나의 의무로 묶어서 “손해배상 청구도, 노동위원회 신청도, 귀향 여비 지급도 다 사용자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이해하면 틀립니다. 노동위원회 신청은 근로자가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절차이고, 귀향 여비 지급만이 조문상 사용자의 의무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귀향 여비 의무가 생기는 두 가지 요건
조문을 그대로 보면 사용자가 귀향 여비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은 다음 두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입니다.
- 근로계약이 해제되었을 경우 — 제1항에 따라 근로자가 실제로 근로계약 해제권을 행사한 경우를 말합니다. 근로조건이 사실과 다르다는 사정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사정을 이유로 근로계약이 실제 해제되어야 합니다.
- 취업을 목적으로 거주를 변경하는 근로자일 것 — 해당 일자리를 얻기 위해 거주지를 옮긴 근로자여야 합니다.
이 두 요건이 함께 충족될 때 “사용자는 … 귀향 여비를 지급하여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작동합니다. 바꿔 말하면, 입사 조건이 사실과 다르다는 사정만 있고 근로계약 해제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또는 거주 변경 없이 원래 살던 곳에서 그대로 통근하며 일한 근로자라면, 이 조문이 정한 귀향 여비 지급 의무의 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습니다.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이 의무가 생긴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또한 조문은 귀향 여비를 지급해야 한다고만 정하고 있을 뿐, 그 금액이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해두고 있지 않습니다. “전액” 지급이라거나 특정 산정 방식이 있다는 내용은 이 조문에 없으므로, 여비의 구체적인 액수는 조문만으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명시된 근로조건”의 범위는 이 조문만으로 알 수 없다
제19조제1항이 전제하는 것은 “제17조에 따라 명시된 근로조건이 사실과 다를 경우”입니다. 즉 아무 조건이나 입사 때 들었다고 해서 바로 이 조문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근로기준법 제17조가 사용자에게 명시하도록 정한 근로조건이 기준이 됩니다. 다만 제17조가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을, 어떤 방식으로 명시하도록 요구하는지는 제19조 자체에는 나와 있지 않으므로, 이 글에서는 그 세부 내용을 단정하지 않습니다.
벌칙·과태료와 혼동하지 말아야 할 부분
같은 개정 법률(법률 제21533호)은 벌칙 규정인 제107조·제109조, 과태료 규정인 제116조도 함께 손질했습니다. 하지만 이 벌칙·과태료 조문들이 제19조 위반 상황에 구체적으로 어떤 처벌이나 제재를 연결하는지는 이 글이 근거로 삼은 자료만으로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제19조를 어겼다고 바로 벌칙·과태료가 적용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효력이 있는 조문인가
이 글 작성 기준일(2026년 10월 18일) 현재 근로기준법 제19조는 법률 제21533호(2026. 4. 7. 일부개정, 2026. 10. 8. 시행)에 실려 있는 현행 조문입니다. 다만 이 문언을 처음 만든 개정이 언제였는지에 대한 연혁 표시는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법률 제21533호가 제19조의 내용을 새로 바꾼 것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참고로 이후 시행될 개정 법률(2026. 12. 10. 시행분, 2027. 1. 1. 시행분)에서도 제19조의 문언은 동일하게 유지됩니다. 또한 법률 제21533호의 부칙은 시행일과 제44조의4 관련 적용례만 정하고 있을 뿐, 제19조에 관한 별도의 적용례나 경과조치는 두고 있지 않습니다.
관련 판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음
이 글이 근거로 삼은 자료 범위에서는 근로기준법 제19조에 관한 구체적인 판례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특정 사건에서 귀향 여비가 얼마나 인정됐는지, 어떤 기준으로 거주 변경 여부를 판단했는지 등은 이 글에서 다루지 않습니다.
요약
- 근로조건이 사실과 다르면 근로자는 손해배상 청구와 즉시 근로계약 해제를 선택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제19조제1항).
-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노동위원회 신청은 근로자의 재량이고, 귀향 여비 지급만 사용자의 의무입니다(제19조제2항).
- 귀향 여비 지급 의무는 ①근로계약이 실제로 해제됐고 ②취업을 목적으로 거주를 변경한 근로자라는 두 요건이 함께 충족될 때 발생합니다. 여비의 구체적 금액·범위는 조문에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 근로조건이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또는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귀향 여비 의무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참고 법령
- 근로기준법 제19조(근로조건의 위반) 제1항, 제2항
- 근로기준법 제17조(근로조건의 명시) — 제19조제1항의 전제 조문으로 언급, 세부 내용은 이 글에서 다루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