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로 월급이 깎였는데 일은 그대로면 나이 차별인가요?

입력 2026.10.24. 오전 10:08

결론부터: “임금피크제=합법” 또는 “임금피크제=위법”이라는 자동 규칙은 없다

정년을 유지한 채 일정 연령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는 법률에 명시된 제도가 아니다.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도 이 말을 조문 용어가 아니라 “이른바 ‘임금피크제‘“라고 부르면서 쓴다. 법이 보는 것은 제도의 이름이 아니라, 그 제도가 연령을 이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근로자를 차별했는지다. 따라서 “일은 그대로인데 월급만 깎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적법·위법이 자동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다만 이 사실은 아래에서 보듯 법원이 차별 여부를 판단할 때 핵심적으로 들여다보는 요소 중 하나다.

근거 조문 —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4조의4

현행 제4조의4제1항은 사업주가 다음 5개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정한다.

  1. 모집·채용
  2.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
  3. 교육·훈련
  4. 배치·전보·승진
  5. 퇴직·해고

임금피크제로 깎이는 것은 바로 제2호 “임금” 분야다. 즉 임금피크제가 연령차별 문제로 다뤄지는 법적 근거는 이 조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금지되는 것은 연령에 따른 차등 그 자체가 아니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이뤄진 차별”이라는 점이다. 연령을 기준으로 처우를 달리하는 제도 자체가 바로 위법이 되는 게 아니라, 그 차등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연령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차별로 “본다” — 제4조의4제2항

제4조의4제2항은 이렇게 정한다.

“제1항을 적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

이는 간주 규정이다. 제도의 문구에 ‘연령’이라는 말이 직접 등장하지 않더라도, 실제로 특정 연령집단에 유독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고 그 이유가 합리적이지 않다면 연령차별로 취급된다는 뜻이다. “기준에 나이가 안 적혀 있으니 차별이 아니다”라는 주장은 이 간주 규정 앞에서 그대로 통하지 않는다.

예외 규정 — 제4조의5에 ‘임금피크제’는 없다

제4조의5는 다음 4개 호 중 하나에 해당하면 연령차별로 “보지 아니한다”고 정한다.

  1. 직무의 성격에 비추어 특정 연령기준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
  2. 근속기간의 차이를 고려하여 임금이나 임금 외의 금품과 복리후생에서 합리적인 차등을 두는 경우
  3. 이 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정년을 설정하는 경우
  4. 이 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

여기서 짚어야 할 오해가 있다. 제2호는 ‘연령’이 아니라 **‘근속기간의 차이’**를 고려한 차등을 예외로 둔 것이고, 제3호는 **‘정년을 설정하는 것’**을 예외로 둔 것이다. 정년 자체를 정하는 것과, 정년에 이르기 전 일정 연령부터 미리 임금을 깎는 것은 다른 문제다. 법률 문언 어디에도 ‘임금피크제’라는 말이나 이를 직접 예외로 인정하는 호는 없다. 그러므로 “임금피크제는 제4조의5에 해당하니 무조건 적법하다”는 식의 설명은 조문을 정확히 옮긴 것이 아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기준 — 2017다292343 판결

이 쟁점을 정면으로 다룬 판례가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이다. 이 판결은 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20. 5. 26.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제1항을 적용한 사안이다.

① 제4조의4제1항은 강행규정이다

판결은 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제1항이 강행규정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 결과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한 조항은 무효”가 된다. 이 사건에서는 甲 연구원이 노동조합과 신인사제도 시행을 합의한 뒤 도입한 성과연급제(임금피크제의 형태)가 쟁점이었는데, 노사가 합의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제도가 유효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이 판결의 핵심 중 하나다. 노동조합의 동의를 거쳤더라도 법이 정한 강행규정에 반하면 그 조항은 무효로 평가될 수 있다.

②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의 두 갈래

판결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를 다음 두 가지로 정리한다.

  •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 필요성이 있더라도 달리 처우하는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않은 경우

③ 임금피크제의 적법성은 네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정년을 유지하면서 정년 전 일정 기간 임금을 삭감하는 형태의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로서 무효인지는, 다음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은 밝힌다. 어느 하나의 요소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1.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2.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3.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적정성
  4.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되었는지

“일은 그대로인데 월급만 깎였다”는 사정은 바로 ②(불이익의 정도)와 연결되는 요소다. 업무량·목표 수준·역할에 변화가 없었는데 임금만 줄었다면, 그 불이익이 가볍지 않다는 쪽으로 평가될 수 있는 사정이지만, 이 역시 ①③④와 함께 종합 평가되는 하나의 요소일 뿐 단독으로 결론을 정하지 않는다.

④ 그 사건에서의 결론 — 이 사안에 한정된 판단

이 사건에서 甲 연구원은 정년 61세를 유지하면서 55세 이상 정규직 직원들에게 임금을 삭감하는 성과연급제를 시행했다. 대법원은 다음 사정들을 종합해, 이 제도가 乙에 대한 연령차별로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 도입 목적(인건비 부담 완화·실적 달성률 제고)이 55세 이상만을 대상으로 한 임금 삭감을 정당화할 사유로 보기 어려웠다.
  • 임금이 일시에 대폭 하락하는 불이익을 입었는데, 그에 대한 대상조치가 마련되지 않았다. 사업주가 대상조치라고 주장한 명예퇴직제도는 조기 퇴직을 장려하는 제도일 뿐, 계속 근로하는 근로자의 불이익을 보전하는 조치로는 볼 수 없다고 보았다.
  • 제도 시행 전후로 부여된 목표 수준이나 업무 내용에 차이가 없었다.

다만 이는 그 사건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한 결과다. 이 판결이 “임금피크제는 전부 위법”이라는 일반 법리를 선언한 것은 아니며, 도입 목적이 타당하고 불이익에 대한 대상조치가 적정히 마련되어 있는 등 사정이 다르면 결론도 달라질 수 있다.

현행법과 구법을 섞어 보면 안 되는 지점

이 판례는 2020. 5. 26.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법 제4조의4제1항을 적용한 것이다. 구법 문언은 “근로자가 되려는 자”였고, 현행 문언은 “근로자가 되려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또한 판결이 소개한 제재 규정(모집·채용 차별 시 500만 원 이하 벌금, 시정명령 불이행 시 3천만 원 이하 과태료)도 구법 제23조의3제2항, 제24조제1항 기준이며, 시정명령 자체도 고용노동부장관이 “할 수 있고”로 정해진 재량 규정이다(구법 제4조의7제1항). 현행 벌칙·과태료 조문의 문언과 액수가 이와 같은지는 이 글의 자료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한편 현행법의 틀인 제4조의4·제4조의5 문언 자체는 각각 법률 제17326호(2020. 5. 26.), 법률 제8962호(2008. 3. 21. 본조신설)가 만든 것이고, 2022. 6. 10. 법률 제18921호 개정은 이 두 조문을 고치지 않았다. 그 개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는 부칙만 두고 제11조의3만 함께 고쳤을 뿐이다.

정리

  • 임금피크제로 월급이 깎이고 업무는 그대로라는 사실만으로 연령차별 여부가 자동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 법이 금지하는 것은 연령을 이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이뤄지는 차별이며, 제4조의4제1항 임금 분야(제2호)가 그 근거다.
  • 연령이라는 말을 쓰지 않은 기준이라도 특정 연령집단에 유독 불리한 결과를 낳으면 연령차별로 간주될 수 있다(제4조의4제2항).
  • 제4조의5의 4개 예외 호 어디에도 ‘임금피크제’는 명시돼 있지 않다.
  • 대법원은 제4조의4제1항을 강행규정으로 보아 노사 합의가 있었더라도 무효가 될 수 있다고 했고, 임금피크제의 적법성은 도입 목적의 타당성·불이익의 정도·대상조치의 존부와 적정성·감액 재원의 사용 목적 네 가지를 종합해 판단한다고 밝혔다.
  • 특정 사건의 결론(차별 인정)은 그 사건의 사정을 종합한 결과이며, 모든 임금피크제에 그대로 일반화되지 않는다.

참고 법령·판례

  •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4조의4(모집·채용 등에서의 연령차별 금지)
  •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4조의5(차별금지의 예외)
  • 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20. 5. 26.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의4, 제4조의6제1항, 제4조의7제1항, 제23조의3제2항, 제24조제1항
  •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관련 법령: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4조의4 ·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4조의5

관련 판례

대법원 2017다292343 —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1] 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20. 5. 26.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제4조의4, 제4조의6 제1항, 제4조의7 제1항, 제23조의3 제2항, 제24조 제1항의 내용과 고용의 영역에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여 헌법상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구 고령자고용법상 차별 금지 조항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한 조항

판결문 원문 (2022-05-26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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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한 1차 출처

최종 확인일: 2026-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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