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악플을 달았으면 형편이 어려워도 배상금을 못 줄이나요?
인터넷에 악플을 달아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 사람이 “형편이 어려우니 배상액을 줄여 달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민법은 이런 청구를 허용하는 제도를 두고 있지만 그 문을 여는 조건이 까다롭다. 특히 일부러(고의로) 또는 중대한 과실로 손해를 입힌 경우라면, 배상의무자의 형편이 아무리 어려워도 이 제도의 요건 자체를 채우지 못한다.
근거 조문: 민법 제765조(배상액의 경감청구)
제765조(배상액의 경감청구)
①본장의 규정에 의한 배상의무자는 그 손해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이 아니고 그 배상으로 인하여 배상자의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경우에는 법원에 그 배상액의 경감을 청구할 수 있다.
②법원은 전항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채권자 및 채무자의 경제상태와 손해의 원인 등을 참작하여 배상액을 경감할 수 있다.
이 조문은 민법 「불법행위」 장(章)에 속해 있고, 현재 시행 중인 문언(법률 제21454호, 2026. 3. 17. 일부개정, 2026-03-17 시행)이다. 다만 이 조문을 실제로 만든 개정이 구체적으로 언제인지는 연혁 표기가 없어 확인되지 않는다. 참고로 법률 제21454호가 함께 고친 조문은 제1001조·제1008조·제1010조·제1115조이며, 제765조는 이 개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요건은 두 가지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제765조 제1항을 보면, 배상액 경감청구를 하려면 다음 두 요건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한다.
- 그 손해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이 아닐 것
- 그 배상으로 인해 배상자의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경우일 것
두 요건 중 하나만 빠져도 이 조문에 따른 경감청구 요건은 채워지지 않는다. 질문으로 돌아가면, 손해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발생한 것이라면 배상의무자의 생계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제1항의 요건 자체를 통과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형편이 어렵다”는 사정은 두 번째 요건일 뿐이고, 첫 번째 요건(고의·중과실이 아닐 것)을 넘지 못하면 두 번째 요건을 따질 필요도 없다.
다만 조문 자체는 악성 댓글(악플)이 고의에 해당하는지,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둘 다 아닌지를 미리 정해 두지 않았다. 이는 개별 사안에서 손해가 발생한 경위, 배상의무자의 인식과 행위 태양 등에 따라 판단될 문제이지, 조문 자체가 “악플은 모두 고의”라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청구가 누구에게, 어디로 가는지
제765조 제1항은 “배상의무자”가 “법원”에 배상액의 경감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즉 이 청구는 손해를 입힌 사람(배상의무자)이 배상을 받을 사람(채권자)에게 직접 깎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에 경감을 구하는 절차다.
제2항은 “전항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이라고 하여, 법원의 경감 여부 판단은 배상의무자의 청구가 있어야 비로소 시작됨을 보여준다. 청구 없이 법원이 알아서 배상액을 깎아 주는 구조가 아니다.
법원의 판단도 재량이다 — 요건을 갖췄다고 자동으로 깎이지 않는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주의할 점이 있다. 설령 배상의무자가 위 두 요건(고의·중과실이 아니고,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모두 갖춰 법원에 청구하더라도, 법원이 반드시 배상액을 줄여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제765조는 제1항·제2항 모두 “할 수 있다”는 재량 문언으로 되어 있다. 배상의무자는 법원에 경감을 청구할 수 있고, 법원은 그 청구가 있을 때 배상액을 경감할 수 있다. 요건 충족과 법원의 실제 경감 여부는 별개의 문제이며, 조문은 어느 쪽도 자동적·의무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정하지 않는다.
법원이 참작하는 요소 — 배상의무자의 형편만 보는 게 아니다
제765조 제2항은 법원이 경감 여부를 판단할 때 참작하는 요소를 이렇게 정한다.
- 채권자(배상을 받을 사람)와 채무자(배상의무자)의 경제상태
- 손해의 원인
- 그 밖의 사정(“등”)
즉 법원은 배상의무자의 형편만 보는 것이 아니라, 손해를 입은 사람의 경제상태와 손해가 발생한 원인까지 함께 살핀다. 배상의무자가 아무리 어렵다고 주장해도, 손해를 입은 사람의 사정이나 손해가 발생하게 된 경위가 함께 고려된다는 점에서, “형편이 어렵다”는 사정 하나만으로 결론이 정해지는 구조는 아니다.
경감청구가 받아들여지면 어떻게 되나 — 면제가 아니라 ‘경감’
제765조가 정하는 효과는 어디까지나 배상액의 경감이다. 배상책임 자체를 면제하거나 배상 의무를 없애는 제도가 아니다. 또한 경감의 비율이나 한도를 조문이 정해 두고 있지 않으므로, “몇 퍼센트까지 깎인다”는 식의 수치는 조문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
정리 — 질문에 대한 답
일부러(고의로) 악플을 달아 손해를 입힌 경우, 그 손해가 고의에 의한 것이므로 민법 제765조 제1항이 정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이 아닐 것”이라는 첫 번째 요건을 채우지 못한다. 이 경우 배상의무자의 생계가 아무리 어려워도 제765조에 따른 배상액 경감청구 요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반대로, 손해가 고의나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이 아니면서 배상으로 인해 배상자의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라면, 배상의무자는 법원에 배상액 경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법원이 채권자·채무자의 경제상태와 손해의 원인 등을 참작해 재량으로 경감 여부와 정도를 정하는 것이며, 청구했다고 해서 법원이 반드시 배상액을 줄여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조문에 관한 판례는 확인되지 않으며, “중대한 과실”이나 “생계에 중대한 영향”이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인정되는지에 대한 기준도 조문 자체에는 나타나 있지 않다. 또한 이 조문에는 형사처벌 규정이 없으며, 같은 개정으로 함께 고쳐진 벌칙·과태료 조문도 없다.
부칙 관련 참고
민법 제765조를 담고 있는 법률 제21454호(2026. 3. 17. 일부개정)의 부칙은 상속권 상실 선고와 유류분 보전에 관한 적용례·특례(제2조~제4조)만을 정하고 있을 뿐, 제765조에 관한 별도의 적용례나 경과조치는 두고 있지 않다. 부칙 제1조는 이 법이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고만 정한다.
참고 법령
- 민법 제765조(배상액의 경감청구) 제1항, 제2항
- 민법 부칙 <법률 제21454호, 2026. 3. 17.> 제1조~제4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