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땅과 건물 주인이 갈리면, 새 땅 주인에게 낼 사용료는 누가 정하나

입력 2026.10.20. 오전 10:08

결론부터: 지상권은 “있는 것으로 보고”, 지료는 법원이 정한다

저당 잡힌 토지가 경매로 넘어가면서 토지와 그 위 건물의 소유자가 서로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이때 건물을 철거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민법 제366조가 토지소유자는 건물소유자에 대하여 지상권을 설정한 것으로 “본다”고 정해두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상권 설정 계약을 맺거나 등기를 하지 않아도, 법이 그런 권리관계가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건물주가 토지를 계속 쓰는 대가, 즉 지료는 누가 정하는가. 조문은 이렇게 답한다.

제366조(법정지상권) 저당물의 경매로 인하여 토지와 그 지상건물이 다른 소유자에 속한 경우에는 토지소유자는 건물소유자에 대하여 지상권을 설정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지료는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이 이를 정한다.

조문은 “그러나”로 이어지는 단서를 따로 두어, 지상권 간주와 지료 결정을 구분하고 있다. 즉,

  • 지상권 성립 여부는 법이 간주한다(당사자의 청구가 필요 없다).
  • 지료 액수는 당사자 중 한쪽이 법원에 청구해야 법원이 정한다.

새 땅 주인과 건물 주인이 합의로 금액을 정하지 못하면, 누구 한쪽이 법원에 청구를 해야 법원이 지료를 정해준다는 뜻이다. 청구 없이 법원이 알아서 정하는 것이 아니고, 지료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구체적인 지료 산정 방식이나 법정지상권의 존속기간은 이 조문 자체에는 나와 있지 않다.

제305조에도 같은 구조가 있다

민법 제305조(건물의 전세권과 법정지상권)도 비슷한 틀을 쓴다.

①대지와 건물이 동일한 소유자에 속한 경우에 건물에 전세권을 설정한 때에는 그 대지소유권의 특별승계인은 전세권설정자에 대하여 지상권을 설정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지료는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이 이를 정한다. ②전항의 경우에 대지소유자는 타인에게 그 대지를 임대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한 지상권 또는 전세권을 설정하지 못한다.

제305조는 저당물 경매가 아니라 “대지와 건물이 동일한 소유자에 속한 경우에 건물에 전세권을 설정”한 상황을 전제로 한다. 대지 소유권이 특별승계인에게 넘어가면, 그 승계인은 전세권설정자에 대하여 지상권을 설정한 것으로 본다. 그리고 역시 지료는 당사자의 청구에 의해 법원이 정한다. 제1항의 간주와 제2항의 금지(대지소유자가 그 대지를 타인에게 임대하거나 그 위에 지상권·전세권을 설정하지 못한다는 것)를 섞어 읽으면 안 된다. 제366조(저당권 실행에 따른 경매)와 제305조(전세권 설정 후 대지소유권 승계)는 발생 원인이 다른 별개의 법정지상권 규정이다.

참고로 두 조문 모두 항·호 구분 없는 한 문단(제305조는 두 개 항)으로 되어 있고, 조문 자체에 연혁 표기가 없어 이 문언을 언제 만든 개정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현행 민법을 만든 법률 제21454호(2026. 3. 17. 일부개정)의 부칙을 보면, 이 개정이 함께 고친 조문은 제1001조·제1008조·제1010조·제1115조이고 부칙 제2조~제4조의 적용례·특례도 상속권 상실 선고·유류분 보전에 관한 것일 뿐, 제366조나 제305조에 관한 경과조치는 없다.

“건물만 있으면 무조건 성립”은 아니다

제366조 문언만 보면 “저당물의 경매로 인하여 토지와 그 지상건물이 다른 소유자에 속한 경우”라고만 적혀 있어, 경매 당시 건물이 있기만 하면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것처럼 읽힐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 2003. 12. 18. 선고 98다43601 판결의 다수의견 쪽 보충의견은,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려면 저당권을 설정할 당시 토지 위에 건물이 존재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나대지(건물 없는 땅)에 저당권을 설정한 뒤 설정자가 건물을 신축한 경우에는 그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부정하는 것이 “판례·통설”이라고 적고 있다.

건물을 헐고 새로 지은 경우는 어떻게 되나 — 98다43601 판결

이 판결의 핵심 쟁점은 이렇다. 토지와 그 지상 단층주택이 동일인 소유였고, 이 둘에 함께(공동으로) 근저당권이 설정됐다. 그런데 그 뒤 단층주택이 철거되고 3층 건물이 새로 지어졌다. 이후 저당권이 실행되어 토지만 경매에 넘어가 다른 사람에게 낙찰됐다. 이때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가가 문제됐다.

다수의견의 결론은 이렇다. 동일인 소유의 토지와 지상건물에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후 그 건물이 철거되고 새 건물이 신축된 경우, 신축건물의 소유자가 토지 소유자와 동일하고 토지 저당권자에게 신축건물에 관하여 토지 저당권과 같은 순위의 공동저당권을 설정해 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매로 토지와 신축건물의 소유자가 갈리더라도 그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 이유로 다수의견이 든 논리는, 공동저당권자는 애초에 토지와 건물 각각의 교환가치 전부를 담보로 잡은 것이므로 나대지로서의 토지 교환가치 전체를 기대했는데, 동순위 공동저당권이 없는 신축건물에 법정지상권이 성립한다고 보면 그 기대에 반하는 손해(불측의 손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이 결론은 토지와 건물에 공동으로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에 관한 것이고, 토지에만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로 그대로 넓혀 적용할 수 있는 법리는 아니다.

이에 대해 조무제·이강국·박재윤·김용담 대법관의 반대의견은, 법정지상권은 당사자의 기대가 아니라 객관적 요건만으로 성립이 인정되는 법정물권이므로, 신건물에도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되 다만 그 존속기간·범위 등 내용이 구건물을 기준으로 그 이용에 필요한 범위로 제한된다고 보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는 소수의견이며, 다수의견의 결론이 이 판결의 법리다.

이 판결로 인해, 동일인 소유 토지·건물에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후 건물이 철거되고 재축된 경우 “언제나”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이 성립한다는 취지의 종전 대법원판결들(1990. 7. 10. 선고 90다카6399 판결, 1992. 6. 26. 선고 92다9388 판결, 1993. 6. 25. 선고 92다20330 판결, 2000. 12. 12. 선고 2000다19007 판결, 2001. 3. 13. 선고 2000다48517, 48524, 48531 판결)은 저촉되는 한도에서 변경되었다. 이 종전 판례들은 더 이상 현재의 법리로 인용할 수 없다.

이 사건의 결말

대법원은 원심이 법정지상권 성립을 인정하고 건물철거·대지인도 청구를 배척한 것을 법리 오해로 보아,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 대법원이 건물 철거를 직접 명한 것은 아니며, 사건은 다시 하급심에서 심리·판단하도록 돌려보낸 것이다. 참고로 이 판결의 판시사항 [2]는 건물 건축 도급계약에서 완성된 건물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도급인에게 귀속시키기로 합의한 것으로 보이면 도급인에게 원시귀속)에 관한 것으로, 법정지상권·지료 쟁점과는 별개의 논점이다.

정리

  • 저당물 경매로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갈리면, 토지소유자가 건물소유자에게 지상권을 설정한 것으로 법이 간주한다(민법 제366조 본문).
  • 다만 지료는 당사자 간 합의가 안 될 경우, 당사자의 청구가 있어야 법원이 정해준다(같은 조 단서). 청구 없이 법원이 직권으로 정하지 않는다.
  • 구체적인 지료 액수 산정 기준이나 법정지상권의 존속기간은 제366조 문언 자체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
  •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려면 저당권 설정 당시 토지 위에 건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판례·통설이며, 토지·건물에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후 건물이 철거·재축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2003. 12. 18. 선고 98다43601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이다.
  • 민법 제305조는 전세권 설정 후 대지소유권이 특별승계인에게 넘어가는 경우에 관한 별개의 법정지상권 규정으로, 역시 지료는 당사자의 청구에 의해 법원이 정한다.

참고 법령·판례

  • 민법 제366조(법정지상권)
  • 민법 제305조제1항·제2항(건물의 전세권과 법정지상권)
  • 민법 제664조(도급)
  • 대법원 2003. 12. 18. 선고 98다43601 판결(건물철거등)

관련 법령: 민법 제366조 · 민법 제305조

관련 판례

대법원 98다43601 — 대법원 2003. 12. 18. 선고 98다43601 판결

[1] [다수의견] 동일인의 소유에 속하는 토지 및 그 지상 건물에 관하여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후 그 지상 건물이 철거되고 새로 건물이 신축된 경우에는 그 신축건물의 소유자가 토지의 소유자와 동일하고 토지의 저당권자에게 신축건물에 관하여 토지의 저당권과 동일한 순위의 공동저당권을 설정해 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저당물의 경매로 인하여 토지와 그 신축건물이 다른 소유자에 속하게 되더라도 그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석하여야 하는바, 그 이유는 동일인의 소유에 속하는 토지 및 그 지상 건물에 관하여 공동저

판결문 원문 (2003-12-18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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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확인일: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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