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학교와 사립학교, 학교폭력 배상을 청구하는 상대는 다를까

입력 2026.10.25. 오전 10:08

학교폭력 사건에서 피해 학생 쪽이 학교의 책임을 물으려 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질문이 “누구를 상대로 청구해야 하는가”다. 그런데 이 질문의 답은 그 학교가 공립인지 사립인지에 따라 근거 법률 자체가 달라진다. 공립학교는 국가배상법, 사립학교는 민법의 사용자책임 규정이 적용된다는 것이 기본 구조다. 이 글은 두 법리의 조문과 요건을 비교해 정리한다.

핵심 요약

  • 공립학교: 국가배상법 제2조제1항 본문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상대방이 된다.
  • 사립학교: 민법 제756조제1항에 따라 학교를 운영하는 주체(사용자)가 상대방이 된다.
  • 두 책임의 요건과 면책 구조는 조문상 서로 다르게 설계되어 있다.
  • 다만 교사가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에 해당하는지, 학교 설립 주체가 민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는 개별 사안에서 판단될 문제이며, 이 글이 근거로 삼은 조문 자체에 학교폭력이나 교사·학교법인에 관한 문언은 없다.

1. 공립학교 — 국가배상법 제2조제1항 본문

국가배상법 제2조제1항 본문은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을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이 조문의 구조를 분해하면 다음과 같은 요건이 보인다.

  1. 공무원(공무를 위탁받은 사인 포함)이
  2. 직무를 집행하면서
  3. 고의 또는 과실로
  4. 법령을 위반하여
  5.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을 것

이 요건이 모두 충족될 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배상하여야 한다” — 즉 의무로 규정되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책임이 ‘학교가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에서 곧바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위 다섯 가지 요건을 충족했는지를 따져야 성립한다는 점이다. 요건 충족 여부를 건너뛰고 “막지 못하면 배상 책임이 생긴다”고 단순화하면 조문의 구조를 왜곡하게 된다.

한편 괄호 정의를 보면 “공무원”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도 포함된다고만 되어 있고, 이 정의를 특정 조항에만 한정하는 문언은 없다. 다만 공립학교 교사가 이 “공무원” 개념에 해당하는지 자체는 이 조문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 부분이며, 이 글은 그 판단을 단정하지 않는다.

면책 규정이 없다는 점

민법의 사용자책임(뒤에서 설명)에는 사용자가 선임·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면 면책되는 단서가 있다. 반면 국가배상법 제2조제1항 본문에는 이런 선임감독 무과실 면책 규정이 없다. 대법원 1996. 2. 15. 선고 95다38677 판결은 이 차이를 지적하며, 국가배상법이 이런 면책 규정을 두지 않음으로써 국가배상책임이 “용이하게 인정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국가배상법의 입법취지, 즉 변제자력이 충분한 국가 등에게 선임감독상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배상책임을 부담시켜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려 한다는 설명과 연결된다.

참고로 제2조제1항에는 단서와 제3항도 있으나, 이는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예비군대원의 전사·순직·공상에 관한 배상청구 제한 및 유족 위자료 규정으로, 전투·훈련 등 직무 집행 중의 사고를 다루는 조항이다. 학교폭력 배상 청구의 요건으로 끌어올 내용은 아니다.

구상권 —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일 때만

국가배상법 제2조제2항은 다음과 같다.

“제1항 본문의 경우에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공무원에게 구상(求償)할 수 있다.”

즉 국가·지방자치단체가 배상을 한 뒤 해당 공무원에게 구상할 수 있는 것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로 한정된다. 경과실만 있는 경우에는 구상할 수 없다. 그리고 이 조문도 “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이지, “하여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 아니다.

2. 사립학교 — 민법 제756조제1항의 사용자책임

사립학교의 경우 국가배상법이 적용될 여지가 없고, 민법 제756조제1항의 사용자책임 규정이 근거가 된다.

“①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조문은 본문과 단서로 나뉜다.

  • 본문: 피용자가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에 대해 사용자가 배상책임을 진다.
  • 단서(면책 규정):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였더라도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 단서는 국가배상법에는 없는 구조다. 즉 민법상 사용자책임은 사용자가 선임감독상 상당한 주의를 다했음을 증명하면 면책될 여지가 조문상 열려 있다는 점에서, 공립학교 쪽 국가배상책임과 요건 구조 자체가 다르다.

여기서도 학교 설립·운영 주체(학교법인 등)가 교사에 대해 민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는 이 조문 자체에서 확인되는 사항이 아니며, 학교폭력이나 교사·학교법인에 관한 문언 역시 조문에는 없다.

민법 제756조제2항·제3항

민법 제756조는 모두 3개 항으로 구성되며 호는 없다.

“②사용자에 갈음하여 그 사무를 감독하는 자도 전항의 책임이 있다. ③전2항의 경우에 사용자 또는 감독자는 피용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제2항은 사무를 실제로 감독하는 자(대리감독자)에게도 제1항과 같은 책임을 지운다. 제3항은 사용자 또는 감독자가 피용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정하는데, 이 구상권은 국가배상법 제2조제2항과 달리 피용자의 귀책 정도(고의·중과실인지 경과실인지)를 구분하지 않는다. 이 차이는 대법원 95다38677 판결에서도 명시적으로 대비된다. 판결은 국가배상법 제2조제2항이 “민사상 사용자책임에 있어서 사용자의 피용자에 대한 구상권을 규정한 민법 제756조제3항이 피용자의 귀책사유의 정도(고의·중과실 또는 경과실의 구분)에 관계없이 구상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고의·중과실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만 구상권을 인정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제2항은 2014.12.30. 개정으로 들어온 문언이며, 이 개정을 한 법률은 제12881호(공포 2014. 12. 30.)로, 2026-10-25 기준 현행 민법의 공포번호인 제21454호(시행 2026-03-17)와는 다른 개정이다. 제21454호가 함께 고친 조문은 대습상속·특별수익자의 상속분 등 상속 관련 조문들이며, 그 부칙 역시 시행일과 상속 관련 적용례·특례만 정하고 있다. 즉 제756조의 현재 문언 자체는 2014년 개정으로 완성된 것이고, 2026년 개정은 이 조문의 내용을 건드리지 않았다.

3. 두 법리의 구조 비교

공립학교 (국가배상법 제2조제1항 본문)사립학교 (민법 제756조제1항)
상대방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사용자(학교 운영 주체)
책임 발생 요건공무원이 직무집행 중 고의·과실로 법령 위반, 타인에 손해피용자가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손해
면책 규정없음있음(선임·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다한 경우)
효과“배상하여야 한다”(의무)“배상할 책임이 있다”
구상권 요건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을 때만 (재량)귀책 정도 구분 없이 (재량)

이 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면책 규정의 유무다. 사립학교 쪽 민법 제756조제1항은 사용자가 선임감독상 상당한 주의를 했다는 점을 증명하면 면책될 수 있는 단서를 명문으로 두고 있다. 반면 국가배상법 제2조제1항 본문에는 이런 면책 단서가 없다. 대법원 95다38677 판결은 이 차이를 들어 국가배상책임이 사용자책임보다 “용이하게 인정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이 비교는 조문 구조의 차이를 정리한 것일 뿐, 개별 학교폭력 사건에서 어느 쪽 책임이 실제로 인정되는지는 각 사안의 사실관계와 요건 충족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이 글이 근거로 삼은 법제처 조문과 95다38677 판결에는 학교폭력 사건이나 교사·학교법인에 관한 내용이 직접 들어 있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해 둔다.

4. 참고판례의 성격에 대한 설명

이 글에서 인용한 대법원 1996. 2. 15. 선고 95다38677 판결은 군부대 소속 운전병이 직무 수행 중 교통사고를 일으켜 같은 부대 소속 군인이 사망한 사건이다. 학교폭력 사건이 아니며, 쟁점도 “공무원 개인”이 피해자에게 직접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 여부(헌법 제29조제1항, 국가배상법 제2조의 해석)에 관한 것이었다.

이 판결의 다수의견 결론은, 공무원이 직무수행 중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 등의 배상책임과 별도로 공무원 개인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으면 손해배상책임을 지고, 경과실뿐이면 개인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판결에는 별개의견(경과실의 경우에도 공무원 개인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는 견해)과 반대의견(공무원 개인은 고의·중과실이 있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견해)도 함께 선고되었지만, 이들은 판례의 최종 결론이 아니라 별도의 의견이다.

이 판결이 이 글에서 의미를 갖는 부분은, 국가배상법 제2조와 민법 제756조제1항 단서를 대비하면서 국가배상책임에는 사용자책임과 같은 선임감독 면책 규정이 없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설명했다는 데 있다. 이 판결 자체가 “공립학교는 국가배상, 사립학교는 사용자책임”이라는 구도를 직접 판단한 것은 아니며, 이 글은 그 조문 대비 설명 부분만을 근거로 삼았다.

5. 정리

  • 공립학교 관련 학교폭력 배상 문제에서 국가·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다면, 그 근거는 국가배상법 제2조제1항 본문의 요건(공무원의 직무집행 중 고의·과실에 의한 법령 위반, 타인에 대한 손해)이 충족되는지에 달려 있다.
  • 사립학교 관련해서는 민법 제756조제1항의 사용자책임이 근거가 되며, 이 조문은 사용자의 선임·감독상 상당한 주의라는 면책 단서를 함께 두고 있다.
  • 두 법리는 상대방, 요건, 면책 구조, 구상권 요건이 모두 다르게 설계되어 있다.
  • 다만 교사가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에 해당하는지, 학교 설립 주체가 민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는 이 글이 근거로 삼은 조문·판례만으로는 확인되지 않으며, 개별 사안에서 따로 판단될 문제다.

참고 법령·판례

  • 국가배상법 제2조(배상책임) 제1항 본문·단서, 제2항, 제3항 — 법률 제20635호, 2025. 1. 7. 일부개정, 시행 2025-01-07
  • 민법 제756조(사용자의 배상책임) 제1항, 제2항, 제3항 — 법률 제21454호, 2026. 3. 17. 일부개정, 시행 2026-03-17 (제756조 문언은 법률 제12881호, 2014. 12. 30. 개정)
  • 대법원 1996. 2. 15. 선고 95다38677 판결(손해배상(자))

관련 법령: 국가배상법 제2조 · 민법 제756조

관련 판례

대법원 95다38677 — 대법원 1996. 2. 15. 선고 95다38677 판결

[1] [다수의견]헌법 제29조 제1항 단서는 공무원이 한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국가 등이 배상책임을 진다고 할지라도 그 때문에 공무원 자신의 민·형사책임이나 징계책임이 면제되지 아니한다는 원칙을 규정한 것이나, 그 조항 자체로 공무원 개인의 구체적인 손해배상책임의 범위까지 규정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별개의견]헌법 제29조 제1항 단서의 공무원 개인책임은 그 본문과 연관하여 보면 이는 직무상 불법행위를 한 그 공무원 개인의 불법행위 책임임이 분명하며, 여기에서 말하는 불법행위의 개념은 법적인 일반개념으로서, 그것은 고의 또

판결문 원문 (1996-02-15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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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확인일: 202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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