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판단이 필요한 처분도 AI가 자동으로 내릴 수 있나요?
결론부터: 재량이 있으면 완전자동화 대상에서 빠진다
행정기본법 제20조는 행정청이 완전히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처분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두면서도, 단서로 분명한 선을 긋는다.
제20조(자동적 처분) 행정청은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완전히 자동화된 시스템(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시스템을 포함한다)으로 처분을 할 수 있다. 다만, 처분에 재량이 있는 경우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조문의 구조는 단순하다. 항이나 호, 목으로 나뉘지 않은 한 문단이며, 본문과 단서 두 부분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본문이 자동적 처분의 근거를 열어주고, 단서가 그 근거에서 빠지는 경우를 정한다. 그리고 단서가 가르는 기준은 명확히 “처분에 재량이 있는 경우”다. 인공지능을 쓰는지 여부가 기준이 아니라, 그 처분 자체에 재량이 있는지가 기준이다.
조문을 하나씩 뜯어보면
①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 제20조만으로 자동화되는 것은 아니다
본문은 행정청이 완전자동화 시스템으로 처분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도, 그 앞에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라는 전제를 붙였다. 즉 행정기본법 제20조 하나만으로 모든 행정청이 모든 처분을 자동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개별 법률이 그 근거를 따로 정해야 한다. 어떤 법률이 어떤 처분을 자동화 대상으로 정하고 있는지는 이 조문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② “할 수 있다” —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다
본문의 “할 수 있다”는 행정청에게 자동적 처분을 택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지, 반드시 자동화해야 한다는 의무를 지우는 것이 아니다. 이 “할 수 있다”(행정청의 선택 가능성)와 단서의 “처분에 재량이 있는 경우”(처분 내용에 대한 재량)는 서로 다른 층위의 이야기이므로 섞어서 이해하면 안 된다. 하나는 자동화 도입 여부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처분 내용 결정에 관한 것이다.
③ “완전히 자동화된 시스템” — ‘완전히’가 핵심 단어다
조문은 “완전히 자동화된 시스템”이라고 못 박는다. ‘완전히’라는 표현을 빼고 읽으면 안 된다. 담당자가 최종 판단을 내리는 과정에서 AI가 보조 자료나 초안을 제공하는 수준, 혹은 일부 절차만 자동화된 경우는 이 조문이 규율하는 ‘자동적 처분’과 같은 층위로 넓혀 말할 수 없다. 조문이 다루는 것은 사람의 개입 없이 처분 전 과정이 시스템으로 완결되는 경우다.
④ 인공지능은 ‘완전히 자동화된 시스템’에 포함되는 예시일 뿐
괄호 안의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시스템을 포함한다)“는 완전히 자동화된 시스템의 범위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시스템도 들어간다는 뜻이다. 이 괄호가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의 정의는 이 조문에 없다.
왜 ‘재량’이 자동화의 한계선이 되는가
조문이 재량이 있는 처분을 자동적 처분에서 제외한 이유 자체는 조문에 설명되어 있지 않다. 다만 조문의 구조만 보아도, 입법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해 법이 정한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면 되는 처분과, 여러 사정을 종합해 공무원의 판단으로 결론을 정해야 하는 처분을 구분해 취급하고 있다는 점은 문언에서 드러난다. 후자, 즉 처분에 재량이 있는 경우는 완전자동화 시스템의 대상에서 빠진다는 것이 이 조문이 정한 유일한 효과다.
다만 단서를 어겼을 때, 즉 재량이 있는 처분을 완전자동화 시스템으로 내린 경우 그 처분이 무효가 되는지 취소 대상이 되는지, 어떤 제재가 따르는지는 제20조에 정해져 있지 않다. 이 조문은 자동적 처분의 근거와 그 한계만 정할 뿐, 위반의 효과까지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시행 및 개정 정보
이 글이 다루는 행정기본법 제20조는 2026-10-03 기준 현행 조문이며, 현행 법률은 시행 2026. 3. 19., 법률 제20824호(2025. 3. 18., 일부개정)이다.
다만 제20조 자체에는 연혁 표기가 없어, 이 문언을 만든 개정이 언제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법률 제20824호가 제20조를 만들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법률 제20824호의 개정 대상 조문은 제28조(과징금의 기준)와 제36조(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이며, 제20조는 여기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법률 제20824호의 부칙은 다음과 같이 시행일만 정하고 있으며 별도의 적용례나 경과조치는 없다.
부칙 <제20824호,2025.3.18> 이 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다만, 제36조제5항의 개정규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고, 제28조제3항의 개정규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즉 원칙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이며, 제36조제5항과 제28조제3항만 각각 6개월, 1년 경과 후 시행이라는 예외를 둔 것이다. 이 부칙 어디에도 “2026-03-19에 제20조가 개정되었다”는 내용은 없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들
이 조문을 둘러싼 몇 가지 질문은 현재 공개된 법령 원문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 구체적으로 어떤 개별 법률이 제20조에 따른 자동적 처분의 근거를 두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 재량이 있는 처분과 없는 처분을 실제 사안에서 어떻게 구분할지에 대한 기준은 이 조문에 없다.
- 이 조문과 관련한 판례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는다.
이런 부분을 ‘무조건’, ‘즉시’, ‘자동으로 허용된다’는 식으로 단정해 서술하는 것은 조문의 문언을 벗어난다. 행정기본법 제20조는 AI를 이용한 처분을 전면적으로 금지하지도, 전면적으로 허용하지도 않는다. 법률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재량이 없는 처분에 한해 완전자동화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는 근거를 열어둔 조문일 뿐이다.
참고 법령
- 행정기본법 제20조(자동적 처분)
- 행정기본법 부칙 <법률 제20824호, 2025. 3. 18.>
- (참고: 제20824호 개정 대상 조문 — 행정기본법 제28조 과징금의 기준, 제36조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