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안전을 명목으로 처분 기준을 숨길 수 있을까?
처분 기준 공표는 원칙이다
행정청이 내리는 처분(인가, 거부, 처벌, 행정명령 등)을 받는 국민 입장에서는 그 기준을 알 권리가 있다. 법은 이를 강제한다. 행정절차법 제20조 제1항은 “행정청은 필요한 처분기준을 해당 처분의 성질에 비추어 되도록 구체적으로 정하여 공표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처분기준을 변경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 규칙은 행정의 자의성을 막고 일관성을 보장하는 핵심 장치다. 같은 상황에서 같은 처분을 받아야 한다는 법치주의의 기본이다.
그 예외는 정말 존재한다
그렇다면 공공 안전을 이유로 처분기준을 숨길 수 있을까? 법은 예외를 허용한다. 행정절차법 제20조 제3항에 따르면:
제1항에 따른 처분기준을 공표하는 것이 해당 처분의 성질상 현저히 곤란하거나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현저히 해치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처분기준을 공표하지 아니할 수 있다.
중요한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 예외 적용은 의무가 아니라 재량이다. 법문이 “공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쓴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행정청이 판단하여 공표하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는 뜻이지, 공표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는 아니다.
둘째, 예외의 사유는 두 가지다. 조건이 “거나”로 이어져 있다:
- 처분의 성질상 현저히 곤란한 경우 (기술적, 행정적 어려움)
-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현저히 해치는 경우 (공공 이익)
“공공의 안전”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안전이 “현저히 해쳐지는” 것으로 인정되어야 하고, 이를 판단할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셋째, 기준의 관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예외가 적용되는 대상은 제1항의 처분기준, 즉 행정청 자신이 설정하는 기준이다. 인허가의제 상황에서 주된 인허가 행정청이 통합하여 공표하는 처분기준(제2항)은 별도의 문제다.
공표되지 않은 기준, 당사자는 어떻게 알 수 있나?
처분기준이 공표되지 않았다고 해서 당사자가 무방비인 것은 아니다. 행정절차법 제20조 제4항은 다른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당사자등은 공표된 처분기준이 명확하지 아니한 경우 해당 행정청에 그 해석 또는 설명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행정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요청권과 응할 의무가 다르다는 것이다. 당사자는 “요청할 수 있다”(재량)이지만, 행정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의무)이다. 즉, 행정청이 응하지 않으려면 특별한 사정을 입증해야 한다.
결론: 예외는 좁아야 한다
법이 공공 안전을 예외로 명시한 것은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보안 기준, 수사 기법, 감염병 방역 기준처럼 공개 자체가 효과를 무효화하는 분야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법이 “현저히”, “상당한 이유”라는 높은 기준을 덧붙인 것도 의미 있다.
공공 안전은 강력한 명목이지만, 이를 이유로 처분 기준을 일상적으로 숨길 수는 없다. 처분기준 공표는 원칙이고, 예외는 진짜 필요한 경우만, 재량으로 제한된다.
참고 법령
- 행정절차법 제20조(처분기준의 설정·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