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학비가 무료라도 "의무교육"은 아니다 — 초ㆍ중등교육법 제10조의2와 제12조의 차이
고등학교 학비를 안 낸다는 이야기는 이제 익숙하다. 그런데 “학비가 무료면 의무교육 아닌가?”라는 질문이 자주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면, 고등학교 무상교육과 의무교육은 법적으로 별개의 제도다. 초ㆍ중등교육법은 이 둘을 서로 다른 조문(제10조의2, 제12조)으로 나누어 정하고 있고, 두 조문의 문언 자체가 다르다.
1. 수업료는 원래 “받을 수 있다”가 원칙이다
초ㆍ중등교육법 제10조제1항은 이렇게 정한다.
“학교의 설립자ㆍ경영자는 수업료와 그 밖의 납부금을 받을 수 있다.”
즉 법의 기본 틀은 ‘학교가 수업료를 받는 것’이다. 이 조문에는 ‘무상’이라는 말이 전혀 없다. 수업료와 납부금을 거두는 구체적인 방법은, 국립학교는 교육부령으로, 공립ㆍ사립 학교는 특별시ㆍ광역시ㆍ특별자치시ㆍ도ㆍ특별자치도(법에서 “시ㆍ도”로 줄여 부른다)의 조례로 정하도록 되어 있다(제10조제2항 전단). 다만 그 조례나 교육부령이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내용”을 정할 수는 없다는 한계가 같은 항 후단에 명시되어 있다.
정리하면 제10조는 ‘수업료를 받는다’는 원칙과, 그 받는 방식을 정하는 절차 규정이다. 무상의 근거는 이 조문이 아니다.
2. 고등학교 무상교육의 근거는 제10조의2다 — 그리고 대상은 딱 4가지
고등학교 등의 비용을 무상으로 한다는 규정은 따로 있다. 제10조의2(고등학교 등의 무상교육) 제1항이다.
“제2조제3호에 따른 고등학교ㆍ고등기술학교 및 이에 준하는 각종학교의 교육에 필요한 다음 각 호의 비용은 무상(無償)으로 한다.
- 입학금
- 수업료
- 학교운영지원비
- 교과용 도서 구입비”
여기서 중요한 점은, 법이 무상으로 정한 건 ‘고등학교 교육 전체’가 아니라 이 4가지 비용 항목뿐이라는 것이다. 교재비 외 부교재, 교복, 수련활동비, 급식비 등 이 4개 호에 들어 있지 않은 비용은 이 조문의 ‘무상’ 범위 밖이다. 조문은 딱 이 4가지만 열거하고 있을 뿐, 그 밖의 비용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제2항은 이 비용 부담의 주체를 정한다.
“제1항 각 호의 비용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고, 학교의 설립자ㆍ경영자는 학생과 보호자로부터 이를 받을 수 없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고만 되어 있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어떤 비율로 나누어 부담하는지는 이 조문에 나오지 않는다. 다만 학교의 설립자ㆍ경영자가 학생이나 보호자로부터 이 비용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3. 그런데 모든 고등학교가 예외 없이 무상인 건 아니다
제10조의2제3항을 보면 이야기가 조금 더 복잡해진다.
“제1항 및 제2항에도 불구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립학교의 설립자ㆍ경영자는 학생과 보호자로부터 제1항 각 호의 비용을 받을 수 있다.”
즉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립학교”에 해당하면, 제1항ㆍ제2항의 무상 원칙에도 불구하고 그 학교의 설립자ㆍ경영자는 학생ㆍ보호자로부터 입학금ㆍ수업료 등 4개 비용을 받을 수 있다. 어떤 사립학교가 이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인 범위는 대통령령에 위임되어 있어 이 조문만으로는 알 수 없다.
조문 흐름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 제10조제1항 — 수업료는 “받을 수 있다”(원칙)
- 제10조의2제2항 — 고등학교 등 4개 비용은 “받을 수 없다”(무상)
- 제10조의2제3항 — 대통령령이 정한 사립학교는 다시 “받을 수 있다”(예외)
이처럼 법 자체가 “모든 고등학교가 전면 무상”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다. 받을 수 있다 → 받을 수 없다 → 다시 받을 수 있다로 흐르는 구조이므로, 학교 유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조문에서 직접 읽을 수 있다.
4. 그럼 “의무교육”은 무엇을 가리키는가
의무교육은 제12조(의무교육)에서 정한다. 이 조문의 구조는 제10조의2와 뚜렷하게 다르다.
제1항과 제2항은 ‘의무’를 지는 쪽을 명확히 한다.
“① 국가는 「교육기본법」 제8조제1항에 따른 의무교육을 실시하여야 하며, 이를 위한 시설을 확보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 ② 지방자치단체는 그 관할 구역의 의무교육대상자를 모두 취학시키는 데에 필요한 초등학교, 중학교 및 초등학교ㆍ중학교의 과정을 교육하는 특수학교를 설립ㆍ경영하여야 한다.”
즉 국가는 의무교육을 “실시하여야” 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초등학교ㆍ중학교(및 그 과정의 특수학교)를 “설립ㆍ경영하여야” 한다. 둘 다 ‘하여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다.
제3항은 취학이 곤란한 경우의 재량 규정이다.
“지방자치단체는 … 모두 취학시키기 곤란하면 인접한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하여 합동으로 … 설립ㆍ경영하거나, … 교육을 위탁할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제4항이다.
“국립ㆍ공립 학교의 설립자ㆍ경영자와 제3항에 따라 의무교육대상자의 교육을 위탁받은 사립학교의 설립자ㆍ경영자는 의무교육을 받는 사람으로부터 제10조의2제1항 각 호의 비용을 받을 수 없다.”
제12조제4항은 제10조의2제1항의 “입학금ㆍ수업료ㆍ학교운영지원비ㆍ교과용 도서 구입비”라는 같은 4개 항목을 인용하면서도, 그 대상을 “의무교육을 받는 사람”으로 한정한다. 즉 같은 비용 항목이 두 조문에 걸쳐 쓰이지만, 제10조의2는 ‘고등학교 등’을 대상으로 하고 제12조제4항은 ‘의무교육대상자’를 대상으로 한다. 두 대상은 법문상 일치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건, 제10조의2 어디에도 ‘의무교육’이라는 말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정한 조문과 의무교육을 정한 조문은 애초에 분리되어 있고, 서로를 ‘의무교육=고등학교’라는 식으로 연결하는 문언이 없다.
5. 정리 — 무상교육 ≠ 의무교육
- 초등학교ㆍ중학교는 제12조에 따라 국가ㆍ지방자치단체가 설립ㆍ운영 의무를 지는 의무교육이고, 그 비용(제10조의2제1항 4개 호)은 제12조제4항에 따라 국립ㆍ공립 학교(및 위탁받은 사립학교)가 받을 수 없다.
- 고등학교ㆍ고등기술학교 및 이에 준하는 각종학교는 제10조의2에 따라 입학금ㆍ수업료ㆍ학교운영지원비ㆍ교과용 도서 구입비 4가지가 무상이지만, 이는 비용 부담의 문제이고 법이 고등학교 교육을 ‘의무’로 규정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부 사립학교는 이 비용을 받을 수 있는 예외도 있다.
“학비가 무료”라는 결과만 보면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비슷해 보이지만, 그 법적 근거와 구조는 전혀 다르다. 중학교는 ‘국가ㆍ지자체가 학교를 세우고 운영해야 하는’ 의무교육 체계 안에서 비용 면제가 따라오고, 고등학교는 별도의 무상교육 조문이 비용 4가지 항목만을 지정해 무상으로 한 것이며 사립학교 일부는 예외로 비용을 받을 수 있다. 법은 이 둘을 같은 조문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조문(제10조의2와 제12조)으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참고로, 현재 이 조문들(제10조, 제10조의2, 제12조)에 관해 공개된 판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또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립학교”가 구체적으로 어떤 학교를 가리키는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 비용 부담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는 해당 법률 조문만으로는 알 수 없으며, 별도의 하위 법령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다.
참고 법령
- 초ㆍ중등교육법 제10조(수업료 등)
- 초ㆍ중등교육법 제10조의2(고등학교 등의 무상교육)
- 초ㆍ중등교육법 제12조(의무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