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 면책 예외 여덟 줄에 '사기'는 없다…법문이 가르는 건 청구권의 성질
벌금은 제3호, 피해자 손해배상은 제4호에서 갈려…보증인 책임은 면책 뒤에도 그대로 남아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개인회생 면책에서 제외되는 청구권을 여덟 가지로 열거하면서 ‘사기’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이 법 제625조는 세 개 항으로 이뤄져 있다. 제2항 본문이 면책의 원칙을 세우고, 뒤에 붙은 단서가 여덟 개 호로 예외를 연다.
제2항 본문은 “면책을 받은 채무자는 변제계획에 따라 변제한 것을 제외하고 개인회생채권자에 대한 채무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이고, 단서는 “다만, 다음 각호의 청구권에 관하여는 책임이 면제되지 아니한다”이다.
단서 여덟 호는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청구권 ▲제583조제1항제2호의 규정에 의한 조세 등의 청구권 ▲벌금ㆍ과료ㆍ형사소송비용ㆍ추징금 및 과태료 ▲채무자가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채무자가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배상 ▲채무자의 근로자의 임금ㆍ퇴직금 및 재해보상금 ▲채무자의 근로자의 임치금 및 신원보증금 ▲채무자가 양육자 또는 부양의무자로서 부담하여야 할 비용이다.
여덟 호 가운데 사건의 이름을 기준으로 삼은 호는 없다. 조문이 묻는 것은 그 청구권이 어떤 성질인지다.
사기가 걸리는 자리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고, 성질도 서로 다르다. 형사재판에서 선고된 벌금은 제3호에, 피해자에게 지는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은 제4호에 해당한다.
제3호의 벌금은 국가에 내는 돈이고, 제4호는 피해자에게 주는 돈이다. 두 청구권은 발생 근거도 상대방도 다르다.
헌법재판소는 제625조 제2항 제4호가 생명ㆍ신체가 아닌 재산을 침해한 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도 포섭한다고 보고, 이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했다(전원재판부 2009헌바234, 2011. 10. 25.).
다만 형사 유죄가 있다는 사실 하나로 그 사람이 지는 채무 전부가 제4호의 손해배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채권이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인지는 채권마다 그 성질을 따로 가려야 한다.
신청 단계의 문언도 예ㆍ아니오와는 거리가 있다. 제588조는 “개인채무자는 법원에 개인회생절차의 개시를 신청할 수 있다”이고, 제595조는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 법원이 신청을 “기각할 수 있다”고 정한 재량 문언이다.
면책결정의 요건도 한 갈래가 아니다. 제624조 제1항은 변제계획에 따른 변제를 완료한 때 법원이 면책의 결정을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제2항은 변제를 완료하지 못한 경우에도 세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면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들은 후 면책의 결정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같은 조 제3항은 면책결정 당시까지 악의로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개인회생채권이 있거나 채무자가 이 법에 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법원이 면책을 불허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정한다.
효력이 생기는 시점도 조문에 적혀 있다. 제625조 제1항은 “면책의 결정은 확정된 후가 아니면 그 효력이 생기지 아니한다”이다.
확정된 면책이 되돌려지는 길도 있다. 제626조 제1항은 기망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면책을 받은 때 법원이 면책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이해관계인을 “심문하여야 한다”고 정했고, 제2항은 그 신청을 면책결정의 확정일부터 1년 이내에 제기하도록 했다.
보증을 선 사람에게는 면책이 미치지 않는다. 제625조 제3항은 면책이 개인회생채권자가 채무자의 보증인 그 밖에 채무자와 더불어 채무를 부담하는 자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와 개인회생채권자를 위하여 제공한 담보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정한다.
대법원은 채무자가 개인회생절차 개시 후 면책결정 확정 전에 변제계획과 별도로 개인회생채무를 변제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도 그 채무에 원칙적으로 면책결정의 효력이 미친다고 보고 원심판결을 파기했다(2021. 9. 9. 선고 2020다277184).
또 면책결정이 확정된 경우 별제권자였던 자는 채무자를 상대로 종전 개인회생채권의 이행을 소구할 수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2025. 5. 15. 선고 2022다256327).
변제기간을 3년으로 못 박은 문언도 없다. 제611조 제5항 본문은 변제기간이 변제개시일부터 “3년을 초과하여서는 아니된다”이고, 단서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 변제개시일부터 “5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변제기간을 정할 수 있게 한다.
사기죄의 법정형은 제625조가 아니라 「형법」에 있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를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선택형이다.
제625조는 면책결정의 효력과 면책되지 아니하는 청구권만 정할 뿐 징역이나 벌금의 법정형을 두지 않는다. 조문의 말도 ‘탕감’이나 ‘빚 청산’이 아니라 ‘면책’과 ‘책임이 면제된다’이다.
현행 제625조의 문언은 2005. 3. 31. 법률 제7428호로 제정될 때 만들어져 지금까지 같다. 법령 현행본 상단에 표시된 법률 제20577호(2024. 12. 20. 일부개정)는 제3조제12항ㆍ제13항 신설과 제564조ㆍ제653조ㆍ제660조를 고쳤을 뿐 제625조를 고치지 않았고, 2026년 3월 1일로 시행이 늦춰진 것도 제3조제12항ㆍ제13항의 재판관할 개정규정이다.
제625조 제2항은 이렇게 사건의 이름이 아니라 청구권의 종류를 기준으로 예외를 열거한다. 어떤 채무가 여덟 호 가운데 어디에 해당하는지는 그 채무의 원인과 성질에 따라 개별적으로 정해진다.
참고 법령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81조(개인회생채권), 제583조 제1항 제2호(개인회생재단채권), 제588조(개인회생절차개시의 신청권자), 제595조(개인회생절차개시신청의 기각사유), 제611조 제5항(변제계획의 내용), 제624조(면책결정), 제625조(면책결정의 효력), 제626조(면책의 취소), 제627조(면책결정 등에 관한 즉시항고)
형법 제347조(사기)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관련 판례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개인회생 면책의 예외로 정한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개인회생절차 개시 후 면책결정 확정 전 별도로 변제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더라도 해당 채무가 면책 범위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개인회생절차의 별제권자인 근저당권자가 별제권으로 우선변제받을 것으로 예상한 피담보채권 부분에 대해 이행을 청구한 사건에서 원심 판단을 유지하고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