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가 체불로 처벌받으면 밀린 월급도 대표 개인이 갚아야 하나요?
회사가 월급을 주지 않아 대표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으면, 많은 사람이 “그럼 밀린 월급도 대표 개인 돈으로 받을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묻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처벌과 임금 지급 책임은 별개의 문제다. 처벌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대표 개인 재산에서 돈을 받을 권리를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다만 일정한 요건이 갖춰지면 이사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길이 열려 있을 뿐이다. 이 글은 그 요건과 효과를 근로기준법과 상법 조문에 근거해서 정리한다.
처벌의 근거: 근로기준법의 ‘사용자’
근로기준법은 임금 관련 의무를 지는 사람을 ‘사용자’라고 부른다. 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2호는 사용자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
즉 ‘사용자’는 법인(사업주) 그 자체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사업을 실제로 경영하는 사람, 근로자에 관한 사항을 사업주를 위해 처리하는 사람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대표가 임금체불로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바로 이 ‘사용자’ 개념에 해당해서 책임을 지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이 조문은 ‘사용자’라는 범위를 정의할 뿐이다. 조문 어디에도 ‘대표’라는 말은 나오지 않고, 대표 개인의 재산으로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도 없다. 처벌의 근거가 되는 조문과, 돈을 누구에게서 받을 수 있는지를 정하는 법리는 서로 다른 층위의 문제라는 뜻이다.
빚은 원칙적으로 법인의 것
근로계약은 보통 근로자와 회사(법인) 사이에 체결된다. 임금을 지급할 의무, 즉 밀린 월급이라는 ‘빚’은 원칙적으로 그 계약의 당사자인 회사에 있다. 대표가 형사처벌을 받았다고 해서 이 계약관계의 당사자가 회사에서 대표 개인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대표 개인 재산으로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바로 상법 제401조가 그 통로다.
예외: 상법 제401조 —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
상법 제401조제1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이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그 임무를 게을리한 때에는 그 이사는 제3자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 조문이 바로 “회사 빚인데 왜 대표 개인이 책임지는 경우가 있나”에 대한 답이다. 다만 이 조문을 읽을 때 반드시 짚어야 할 지점이 세 가지 있다.
첫째, 요건이 가볍지 않다. 단순히 “임금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 또는 “자금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정도의 통상적인 과실만으로는 이 조문의 요건이 채워지지 않는다. 조문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그 임무를 게을리한 때”를 요구한다. 임금을 체불했다는 결과만으로 이 요건이 당연히 인정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구체적 사정에 따라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를 별도로 따져야 한다.
둘째, 책임을 지는 주체는 ‘이사’다. 조문 문언은 ‘대표이사’가 아니라 ‘이사’다. 대표이사뿐 아니라 요건을 충족하는 다른 이사도 책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구조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대표’라는 직함 자체가 자동으로 책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사’로서 임무를 게을리했는지가 기준이 된다.
셋째, 효과는 손해배상이다. 조문은 “제3자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한다. 이는 ‘밀린 임금을 지급할 의무’ 자체가 이사 개인에게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임무를 게을리한 행위로 인해 제3자(이 경우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생긴다는 뜻이다. 실질적으로는 밀린 임금에 상응하는 금액을 받아낼 수 있는 경우가 많겠지만, 법적 성격은 ‘임금 지급’이 아니라 ‘손해배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상법 제401조제2항은 제399조제2항·제3항을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예컨대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다른 이사도 책임을 지는지 등)은 이 글이 근거로 삼은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단정해서 서술하지 않는다.
정리 — 처벌과 손해배상은 별개의 트랙
- 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2호의 ‘사용자’는 사업주뿐 아니라 사업 경영 담당자 등을 포괄하는 정의 조문이며, 임금체불에 대한 형사책임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다만 이 조문 자체가 대표 개인 재산으로 임금을 지급받을 권리를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 밀린 임금이라는 채무는 원칙적으로 근로계약의 당사자인 회사(법인)에 있다.
- 대표(또는 다른 이사) 개인이 추가로 책임을 질 수 있는 법적 통로는 상법 제401조제1항이다. 다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그 임무를 게을리한 때”라는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고, 그 효과도 ‘임금 지급’이 아니라 ‘손해배상’이다.
- “대표가 처벌받으면 월급도 무조건·자동으로·당연히 대표 개인 돈으로 갚아야 한다”는 식의 단정은 조문 문언과 맞지 않는다. 처벌 여부와 상법상 손해배상책임 성립 여부는 각각 별도의 요건으로 판단되는 문제다.
이 글에서 다룬 조문 외에, 임금체불과 관련된 구체적 벌칙·과태료 조항이나 최근 개정으로 아직 시행되지 않은 조문들은 이 글의 근거 자료에서 현행 문언이 확인되지 않아 다루지 않았다. 개별 사안에서 책임 성립 여부를 판단하려면 해당 시점의 현행 법령과 구체적 사실관계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참고 법령
- 근로기준법 제2조(정의) 제1항제2호
- 상법 제401조(제3자에 대한 책임) 제1항, 제2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