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취소, 소송 전에 행정심판 꼭 해야 할까 — 이의신청과 무엇이 다른가
결론부터: 행정심판은 필수, 이의신청은 선택
운전면허 취소나 정지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내려는 경우, 행정심판의 재결(裁決)을 거치지 않으면 소송 자체를 제기할 수 없다. 도로교통법 제142조는 이렇게 정한다.
“이 법에 따른 처분으로서 해당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은 행정심판의 재결(裁決)을 거치지 아니하면 제기할 수 없다.” (도로교통법 제142조)
반면 같은 법 제94조의 이의신청은 “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이다.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가 아니다.
“① 제93조제1항 또는 제2항에 따른 운전면허의 취소처분 또는 정지처분이나 같은 조 제3항에 따른 연습운전면허 취소처분에 대하여 이의(異議)가 있는 사람은 그 처분을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ㆍ도경찰청장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도로교통법 제94조제1항)
즉 두 절차는 성격이 다르다. 이의신청은 하거나 안 해도 되는 선택지이고, 행정심판은 소송으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전심절차다. “이의신청부터 반드시 해야 한다”는 말은 조문 어디에도 없다.
이의신청과 행정심판, 헷갈리지 말아야 할 3가지
1) 이의신청을 해도, 안 해도 행정심판은 별개로 청구할 수 있다
도로교통법 제94조제3항은 이의신청을 한 사람도 그 이의신청과 관계없이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③ 제1항에 따라 이의를 신청한 사람은 그 이의신청과 관계없이 「행정심판법」에 따른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이의를 신청하여 그 결과를 통보받은 사람(결과를 통보받기 전에 「행정심판법」에 따른 행정심판을 청구한 사람은 제외한다)은 통보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심판법」에 따른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도로교통법 제94조제3항)
풀어보면 이렇다.
- 이의신청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행정심판을 청구했다면, 아래 90일 특례는 적용되지 않는다.
- 이의신청 결과를 통보받았다면, 통보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이의신청은 행정심판을 청구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아니라, 별도로 병행하거나 생략할 수 있는 절차라는 뜻이다.
2) 기간 계산의 기준일이 서로 다르다 — 섞으면 안 된다
- 이의신청: “그 처분을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 (도로교통법 제94조제1항)
- 행정심판: “처분이 있음을 알게 된 날부터 90일 이내”에 청구하여야 하고, “처분이 있었던 날부터 180일”이 지나면 청구하지 못한다(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예외) (행정심판법 제27조제1항·제3항)
“처분을 받은 날”과 “처분이 있음을 알게 된 날”은 문언이 다르다. 60일은 이의신청 기간일 뿐, 행정심판 청구기간이 아니다. 이 둘을 같은 기간으로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행정심판법 제27조는 기간에 관해 총 7개 항으로 구성돼 있다.
“① 행정심판은 처분이 있음을 알게 된 날부터 90일 이내에 청구하여야 한다. ② 청구인이 천재지변, 전쟁, 사변(事變), 그 밖의 불가항력으로 인하여 제1항에서 정한 기간에 심판청구를 할 수 없었을 때에는 그 사유가 소멸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국외에서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을 30일로 한다. ③ 행정심판은 처분이 있었던 날부터 180일이 지나면 청구하지 못한다. 다만,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④ 제1항과 제2항의 기간은 불변기간(不變期間)으로 한다. ⑤ 행정청이 심판청구 기간을 제1항에 규정된 기간보다 긴 기간으로 잘못 알린 경우 그 잘못 알린 기간에 심판청구가 있으면 그 행정심판은 제1항에 규정된 기간에 청구된 것으로 본다. ⑥ 행정청이 심판청구 기간을 알리지 아니한 경우에는 제3항에 규정된 기간에 심판청구를 할 수 있다. ⑦ 제1항부터 제6항까지의 규정은 무효등확인심판청구와 부작위에 대한 의무이행심판청구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행정심판법 제27조)
정리하면, 불가항력으로 90일 기간을 지키지 못했다면 그 사유가 소멸한 날부터 14일(국외는 30일) 이내에 청구할 수 있고, 제1항·제2항 기간은 불변기간이다. 행정청이 기간을 실제보다 길게 잘못 알렸다면 그 잘못 알린 기간 안의 청구도 제1항 기간 안에 청구한 것으로 본다. 반대로 행정청이 기간을 아예 알리지 않았다면 제3항의 180일 기간 안에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이 제1항부터 제6항까지의 규정은 무효등확인심판청구와 부작위에 대한 의무이행심판청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3) “이의신청 결과만 받으면 바로 소송 가능”이 아니다
이의신청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해서 그 결과만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로교통법 제142조가 요구하는 것은 행정심판의 재결이다. 이의신청은 행정심판과 다른 절차이므로, 이의신청 결과 통보를 받았더라도 소송을 내려면 별도로 행정심판을 청구해 재결을 받아야 한다.
이의심의위원회란
시·도경찰청장은 이의신청을 심의하기 위해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운전면허행정처분 이의심의위원회를 두어야 한다(도로교통법 제94조제2항). 이 위원회의 위원 중 공무원이 아닌 사람은 「형법」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의 규정을 적용할 때 공무원으로 본다(같은 조 제4항). 다만 이의신청의 구체적 절차나 위원회 운영 방식은 행정안전부령에 위임되어 있어, 그 세부 내용은 이 글이 근거로 삼은 법률 조문 범위 밖이다.
실무 흐름 정리
- 취소·정지 처분을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시·도경찰청장에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선택).
- 이의신청과 관계없이, 또는 이의신청 없이 곧바로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이의신청 결과를 통보받았다면 통보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청구할 수 있다.
- 행정심판을 청구하지 않은 경우라면, 처분이 있음을 알게 된 날부터 90일 이내(처분이 있었던 날부터 180일 이내)에 행정심판을 청구해야 한다.
- 행정심판의 재결을 받은 뒤에야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재결 없이 곧바로 소송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조문의 시행 상태 — 바뀔까 걱정할 필요 없다
이 글이 다룬 도로교통법 제94조와 제142조는 2026년 7월 1일 시행 중인 법률 제21246호 도로교통법의 현행 조문이다. 다만 두 조문의 문언 자체를 만든 개정은 제21246호가 아니라 각각 법률 제17689호(공포 2020. 12. 22.)와 법률 제10790호(공포 2011. 6. 8.)이며, 제21246호는 제2조·제45조·제116조·제152조 등을 고친 개정으로 제94조·제142조는 건드리지 않았다.
앞으로 2026년 12월 3일과 2027년 6월 3일에 단계적으로 시행될 개정(법률 제21728호)에서도 제94조·제142조의 문언은 동일하게 유지된다. 이 개정은 제2조·제3조·제44조의2·제137조·제148조의2·제160조를 고치는 개정이라, 이의신청·행정심판 관련 조문에는 변화가 없다.
행정심판법 제27조 역시 2023년 3월 21일 시행된 현행 조문이며, 이 조문 자체에 연혁 표기가 없어 문언을 만든 정확한 개정 시점은 법률 제19269호로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제19269호 개정은 제24조·제32조·제32조의2를 고친 것으로, 제27조와는 무관하다.
참고 법령
- 도로교통법 제94조(운전면허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제1항~제4항
- 도로교통법 제142조(행정소송과의 관계)
- 도로교통법 부칙 <법률 제21246호, 2025. 12. 30.>
- 도로교통법 부칙 <법률 제21728호, 2026. 6. 2.>
- 행정심판법 제27조(심판청구의 기간) 제1항~제7항
- 행정심판법 부칙 <법률 제19269호, 2023. 3.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