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시 변호인이 있으면 가족에게는 통지가 안 가나요? — 형사소송법 제87조·제200조의6
결론부터
체포된 사람에게 변호인이 있으면, 수사기관이 알려야 할 상대는 가족이 아니라 변호인이다. 가족에게 알리는 절차는 변호인이 없을 때에만 작동하고, 그때도 누구에게나 알리는 게 아니라 법정대리인·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 중에서 피의자(피고인)가 지정한 사람에게만 알린다.
즉 “변호인이 있으면 가족에게 연락이 안 가나요?”라는 질문의 답은 **“변호인이 있으면 원래부터 통지 상대가 변호인이지, 가족에게 알리는 절차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변호인이 있는데도 가족에게 통지가 가지 않는 건 ‘숨기는 것’이 아니라 법이 정한 통지 순서가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근거 조문 — 형사소송법 제87조
이 절차의 뼈대는 구속에 관한 조문인 제87조다.
제87조(구속의 통지) ① 피고인을 구속한 때에는 변호인이 있는 경우에는 변호인에게, 변호인이 없는 경우에는 제30조제2항에 규정한 자 중 피고인이 지정한 자에게 피고사건명, 구속일시ㆍ장소, 범죄사실의 요지,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취지를 알려야 한다. ② 제1항의 통지는 지체없이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
문언을 그대로 읽으면 통지 상대는 둘 중 하나로 갈린다.
- 변호인이 있는 경우 → 변호인에게 통지
- 변호인이 없는 경우 → 제30조제2항에 규정한 자 중 피고인이 지정한 자에게 통지
여기서 중요한 건, 변호인이 있으면 가족 쪽 통지를 “추가로” 더 해주는 게 아니라, 통지 대상 자체가 변호인으로 정해진다는 점이다. 가족 통지 조항은 변호인이 없을 때를 대비한 보완 장치다.
가족 중 누구에게 알릴 수 있나 — 제30조제2항
제87조제1항이 가리키는 “제30조제2항에 규정한 자”는 아래 조문이다.
제30조(변호인선임권자) ① 피고인 또는 피의자는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 ②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과 형제자매는 독립하여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
따라서 변호인이 없을 때 통지받을 수 있는 가족의 범위는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로 한정된다. 이 범위 밖의 사람(예: 먼 친척, 동거인, 친구)에게는 이 조문에 따른 통지 의무가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이 범위 안에서도 “누구에게 알릴지”는 수사기관이 임의로 고르는 게 아니라 피고인(체포 상황에서는 피의자)이 지정한다. 지정이 아예 없을 때 수사기관이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이 조문에 나와 있지 않다.
통지는 “해야 하는 것”이다 — 선임은 “할 수 있는 것”
제30조와 제87조를 같이 보면 성격이 다르다.
- 제30조(변호인 선임): “선임할 수 있다” — 당사자의 권리, 할지 말지는 당사자 선택
- 제87조(구속·체포의 통지): “알려야 한다”(제1항), “지체없이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제2항) — 수사기관의 의무
즉 변호인을 선임하는 건 재량이지만, 선임 여부에 따라 변호인 또는 지정된 가족에게 통지하는 건 수사기관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통지에 담을 내용도 조문에 정해져 있다 — 피고사건명, 구속일시ㆍ장소, 범죄사실의 요지, 구속의 이유,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는 취지. 방법은 “서면”이며, 시점은 “지체없이”다.
구속 조문이 체포에도 적용되는 이유 — 준용
제87조는 글자 그대로는 “피고인을 구속한 때”를 전제로 쓰여 있다. 체포된 피의자에게도 같은 통지 규정이 적용되는 건, 다른 조문이 제87조를 준용하기 때문이다.
현행 준용 구조는 두 갈래다.
①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 (제200조의6)
제200조의6(준용규정) 제75조, 제81조제1항 본문, 같은 조 제3항, 제82조, 제83조, 제85조제1항ㆍ제3항ㆍ제4항, 제86조, 제87조, … 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에 이를 준용한다. 이 경우 “구속”은 “체포”로, “구속영장”은 “체포영장”으로 본다.
② 사법경찰관리가 현행범인을 체포하거나 인도받은 경우 (제213조의2)
제213조의2(준용규정) 제87조, 제89조, 제90조, 제200조의2제5항 및 제200조의5는 사법경찰관리가 현행범인을 체포하거나 현행범인을 인도받은 경우에 이를 준용한다.
두 준용 조문이 바꿔 읽게 하는 건 딱 하나, “구속”을 “체포”로, “구속영장”을 “체포영장”으로 읽으라는 것뿐이다. 그 결과 제87조는 이렇게 읽힌다 — “피의자를 체포한 때에는 변호인이 있는 경우에는 변호인에게, 변호인이 없는 경우에는 제30조제2항에 규정한 자 중 피의자가 지정한 자에게 …를 알려야 한다.”
현재(2026-10-21 기준) 이 준용 조문들이 적용되는 주체는 사법경찰관·사법경찰관리로 한정되어 있고, 문언상 검사는 들어 있지 않다. 다만 법률 제21241호에 따라 2027-12-31부터 제200조의6·제213조의2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 /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리”로 범위가 넓어질 예정이다. 이 변경은 발행일 현재 아직 시행되지 않았으므로 지금은 현행 문언(사법경찰관·사법경찰관리)대로 적용된다는 점을 혼동하면 안 된다.
자주 헷갈리는 지점 정리
- “변호인이 있으면 가족에겐 영원히 통지가 안 간다”는 뜻이 아니다. 제87조는 “변호인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를 나눈 것일 뿐, 둘 중 어느 경우든 통지 자체는 의무다. 다만 변호인이 있는 동안의 통지 상대가 가족이 아니라 변호인이라는 것이다.
- 가족이면 누구나 통지 대상 후보가 되는 건 아니다. 법정대리인·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로 범위가 정해져 있고, 그중 지정은 피의자 본인이 한다.
- **통지 방법은 “서면”**이라고 조문에 명시되어 있다. 전화로 구술 통지한다는 내용은 조문에 없다.
- **통지 시점은 “지체없이”**라고만 되어 있다. “즉시”나 “자동으로”라는 표현은 조문에 쓰여 있지 않다.
이 글이 다루지 않는 것
- 통지를 어겼을 때의 벌칙이나 과태료, 그로 인한 효과는 제87조를 비롯해 함께 개정된 조문들 안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단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이 체포 요건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제200조의2), 그리고 체포·구속적부심사(제214조의2)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이 글의 근거 자료에 해당 문언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다루지 않는다.
참고 법령
- 형사소송법 제30조(변호인선임권자)
- 형사소송법 제87조(구속의 통지)
- 형사소송법 제200조의6(준용규정)
- 형사소송법 제213조의2(준용규정)
- 형사소송법 부칙 <법률 제21857호, 2026. 8. 4.> 제1조(시행일)
- 형사소송법 부칙 <법률 제21241호, 2025. 12. 30.> 제1조(시행일) — 제200조의6·제213조의2의 2027-12-31 시행 예정 문언 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