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준비만 해도 처벌될까 — 미수와 예비의 경계선
“카메라를 설치하려고 준비하다가 발각됐는데, 촬영은 못 했다.” 이런 경우도 처벌 대상이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답은 단순하지 않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죄마다 미수범 처벌 여부, 예비·음모 처벌 여부를 다르게 정하고 있고, 두 목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핵심 조문 — 제15조와 제15조의2
성폭력처벌법 제15조(미수범)는 다음과 같이 정한다.
제15조(미수범) 제3조부터 제9조까지, 제14조, 제14조의2 및 제14조의3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그리고 바로 다음 조문인 제15조의2(예비, 음모)는 이렇게 정한다.
제15조의2(예비, 음모) 제3조부터 제7조까지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두 조문을 나란히 놓고 보면 처벌 범위가 다르다는 점이 드러난다. 미수범을 처벌하는 죄는 제3조~제9조, 제14조, 제14조의2, 제14조의3이고, 예비·음모를 처벌하는 죄는 제3조~제7조까지만이다. 즉 제8조, 제9조, 제14조, 제14조의2, 제14조의3은 미수범 처벌 목록에는 들어 있지만 예비·음모 처벌 목록에는 없다.
“불법촬영·허위영상물”이라는 표현에 대해
제15조와 제15조의2는 죄를 조 번호로만 나열할 뿐, 조문 안에 “불법촬영”이나 “허위영상물”이라는 표현 자체가 등장하지는 않는다. 이 글에서 편의상 그런 표현을 쓰더라도 그것은 조문 원문에서 직접 따온 문구가 아니라 통상 불리는 이름이라는 점을 밝혀둔다. 어떤 조 번호가 정확히 어떤 행위 유형을 규정하는지는 이 글에서 다루는 [글감]의 범위를 벗어나므로 단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준비만 해도” 처벌되나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어느 단계인지에 따라 갈린다.
**첫째, 실행에 착수했지만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미수)**는 처벌된다. 형법 제25조제1항은 미수범의 성립 요건을 다음과 같이 정한다.
제25조(미수범) ① 범죄의 실행에 착수하여 행위를 종료하지 못하였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한 때에는 미수범으로 처벌한다.
즉 미수가 성립하려면 “실행의 착수”가 있어야 한다. 아직 실행에 착수하지도 않은 단계, 예컨대 도구를 준비하는 정도에 그친 경우를 곧바로 미수로 보아서는 안 된다. 형법 제29조는 “미수범을 처벌할 죄는 각칙의 해당 죄에서 정한다”고 해서, 어떤 죄가 미수범을 처벌하는지는 개별 조문(여기서는 성폭력처벌법 제15조)이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둘째, 범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경우는 별도의 처벌 규정이 있는 죄에 한해서만 처벌된다. 성폭력처벌법에서는 제15조의2가 제3조부터 제7조까지의 죄에 대해서만 예비·음모를 3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한다고 정한다. 법정형은 징역만 규정되어 있고 벌금형은 선택할 수 없다.
정리하면, “실행에 착수하기 전 준비 단계”가 예비·음모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 죄가 제3조~제7조에 속하는지에 따라 처벌 여부가 갈린다. 제3조~제7조에 속하지 않는 죄(제8조, 제9조, 제14조, 제14조의2, 제14조의3)라면 예비·음모 단계는 처벌 규정 자체가 없다. 반면 실행에 착수한 뒤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미수 단계라면, 제3조~제9조, 제14조, 제14조의2, 제14조의3에 해당하는 죄는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예비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말을 성폭력처벌법 전체에 적용되는 원칙처럼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제15조의2는 제3조~제7조라는 특정 범위의 죄에 대해서만 예비·음모를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을 뿐이고, 그 범위를 벗어난 죄에 예비·음모 처벌 규정이 없다는 것은 “일부러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죄에 대해서는 예비·음모를 처벌하는 별도 조문이 없다”는 의미로 읽어야 한다.
미수범이면 형이 줄어드나 — 재량 규정이라는 점
미수범으로 처벌된다고 해서 형이 자동으로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형법 제25조제2항은 이렇게 정한다.
② 미수범의 형은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다.
“감경할 수 있다”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이는 법원의 재량에 맡겨진 규정이지, 반드시 감경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5조 자체에는 미수범의 형을 별도로 정하는 문언이 없으므로, 형의 감경 여부는 형법 제25조제2항이 정하는 일반 원칙에 따르게 된다.
현행 법령과 조문 연혁
이 글에서 다루는 제15조와 제15조의2는 모두 항·호 구분이 없는 한 문장짜리 조문이다. 제15조는 [전문개정 2020.5.19]로, 제15조의2는 [본조신설 2020.5.19]로 표시되어 있는데, 이는 두 조문의 현재 문언이 법률 제17264호(공포 2020. 5. 19.)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현재 시행 중인 성폭력처벌법은 2025년 10월 1일 시행된 법률 제21065호(2025. 10. 1., 타법개정)이지만, 이 개정은 제47조제2항·제3항 및 제49조제2항·제3항의 “여성가족부장관”을 “성평등가족부장관”으로 바꾼 것에 그치고, 제15조·제15조의2의 내용을 고치지는 않았다. 부칙 제1조는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정하면서 단서를 두고 있는데, 부칙 제2조부터 제6조까지의 세부 내용은 이 글의 자료 범위에서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별도의 적용례나 경과조치가 있는지는 단정하지 않는다.
형법 제25조(미수범)는 연혁 표기가 없어 이 문언을 만든 개정의 정확한 공포번호를 이 자료만으로는 특정할 수 없다. 반면 제29조(미수범의 처벌)는 [전문개정 2020.12.8]로 표시되어 있어, 법률 제17571호(공포 2020. 12. 8.)에 의해 현재 문언이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현행 형법은 2026년 9월 13일 시행된 법률 제21450호(2026. 3. 12., 일부개정)인데, 이 개정이 함께 고친 조문은 간첩죄·이적죄 관련 조문(제98조, 제98조의2, 제99조, 제100조, 제101조, 제102조, 제104조)과 법왜곡죄(제123조의2)이며, 제25조·제29조는 이번 개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요약
- 실행에 착수했으나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미수 단계는, 성폭력처벌법 제3조~제9조, 제14조, 제14조의2, 제14조의3에 해당하는 죄라면 처벌 대상이다(제15조).
- 실행 착수 전 예비·음모 단계는, 제3조~제7조에 해당하는 죄에 대해서만 3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되며(제15조의2), 그 범위를 벗어난 죄에는 예비·음모를 처벌하는 별도 규정이 없다.
- 미수범의 형은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일 뿐, 반드시 감경되는 것은 아니다(형법 제25조제2항).
- 어떤 단계가 “실행의 착수”에 해당하는지는 형법 제25조제1항이 정하는 일반 요건(“실행에 착수하여 행위를 종료하지 못하였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한 때”)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며, 이 글에서 구체적 사례의 결론을 단정하지 않는다.
참고 법령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5조(미수범)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5조의2(예비, 음모)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부칙 <제21065호, 2025. 10. 1.> 제1조, 제7조
- 형법 제25조(미수범)
- 형법 제29조(미수범의 처벌)
- 형법 부칙 <제21450호, 2026. 3.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