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준 통장에 들어온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빼 쓰면, 사기범 돈을 가로챈 횡령일까
요약 및 결론: 접근매체를 넘긴(양도한) 계좌에 들어온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계좌명의인이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대법원 다수의견은 사기범이 아니라 **송금한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형법 제355조 제1항,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가 성립한다고 본다(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판결). 사기범(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횡령죄가 되지 않는다. 계좌명의인이 사기의 공범이라면 그 인출은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일 뿐이어서 사기죄 외에 별도의 횡령죄가 되지 않는다.
통장·체크카드 같은 접근매체를 넘겼는데 그 계좌에 모르는 큰돈이 들어오는 사건 유형이 있다. 명의인은 "어차피 범죄자 돈"이라며 일부를 꺼내 쓰기도 한다. 이때 누구의 돈을 가로챈 것인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원심은 횡령을 전부 무죄로 봤다. 대법원은 피해자에 대한 횡령 부분을 다시 보라며 파기환송했다. 2026년 10월 2일 시행된 현행 형법(법률 제22007호)에서도 제355조 문언은 1995년 개정(법률 제5057호) 그대로여서, 이 판결의 법리는 지금도 같은 조문 위에서 읽힌다.
사건은 어떤 유형이었나?
계좌명의인이 자기 명의 계좌의 예금통장·체크카드·OTP카드를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넘긴 사건이다. 조직원은 검사를 사칭해 피해자를 속였고, 피해자는 이 계좌로 613만 원을 송금했다. 명의인 측은 따로 만들어 갖고 있던 같은 계좌의 체크카드로 그중 300만 원을 인출했다.
검사는 명의인 측을 두 갈래로 기소했다. 하나는 접근매체 양도로 사기를 도왔다는 사기방조다. 다른 하나는 300만 원 인출에 대한 횡령이다. 횡령은 주위적으로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재물”을, 예비적으로 “사기피해자의 재물”을 가로챘다는 구성이었다.
피해금을 꺼내 쓰면 누구에 대한 횡령인가?
대법원 다수의견은 송금한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이라고 판단했다. 송금·이체가 이루어지면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있든 없든 계좌명의인은 은행에 대해 그 금액만큼의 예금채권을 취득한다. 그런데 피해자와 명의인 사이에는 아무런 법률관계가 없으므로, 명의인은 그 돈을 피해자에게 반환해야 한다.
다수의견은 이 반환 의무를 근거로 계좌명의인이 “피해자를 위하여 사기피해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명의인이 그 돈을 그대로 보관하지 않고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 이 논리는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 없이 송금·이체된 돈을 계좌명의인이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횡령이 된다는 법리를 보이스피싱 피해금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한 것이다.
사기범 돈을 가로챈 것으로는 왜 보지 않나?
대법원 다수의견은 계좌명의인의 인출이 사기범(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횡령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돈이 사기범에게 귀속되지 않는다. 명의인이 접근매체를 넘겼어도 은행에 대해서는 여전히 예금계약 당사자로서 예금반환청구권을 가진다. 접근매체를 받은 사람은 그 청구권을 사실상 행사할 수 있게 됐을 뿐 예금 자체를 취득한 것이 아니다. 판례는 피해금이 사기이용계좌로 송금되면 편취가 기수에 이른다고 본다. 다수의견은 이것도 사기범이 그 돈을 인출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는 뜻일 뿐, 돈을 취득했다는 뜻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둘째, 계좌명의인과 사기범 사이의 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위탁관계가 아니다. 사기범이 제3자 명의 계좌로 돈을 보내게 하고 그 계좌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범죄의 실행행위다. 이 관계를 횡령죄로 보호하면 범행으로 들어온 돈을 사기범에게 귀속시키는 결과가 된다. 그래서 원심이 조직원을 피해자로 삼은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본 것은 정당하다고 했다.
‘위탁관계’는 조문에 있는 말인가?
형법 제355조 제1항의 문언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일 뿐이고, ‘위탁관계’라는 단어는 조문에 없다. 아래 내용은 모두 판례의 해석이다.
- ‘보관’은 위탁관계에 의해 재물을 점유하는 것이다.
- 위탁관계는 사실상의 관계로 충분하고, 민사상 계약의 당사자일 필요가 없다.
- 위탁관계는 계약뿐 아니라 사무관리 같은 법률의 규정, 관습, 조리, 신의성실의 원칙으로도 생길 수 있다.
- 다만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위탁관계로 한정되고, 그 여부는 규범적으로 판단한다.
이 판결은 이 해석을 적용해 위탁관계의 상대방을 사기범이 아니라 피해자로 정했다.
명의인이 사기의 공범이면 어떻게 되나?
계좌명의인이 사기의 공범이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는 따로 성립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공범인 명의인이 자신이 가담한 범행의 결과로 피해금을 보관하게 된 것일 뿐이어서 피해자와 위탁관계가 없다고 보았다. 그 인출은 자신이 저지른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지나지 않아 새로운 법익 침해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는 ‘한정적으로’ 성립한다. 요건은 명의인이 사기의 공범이 아닐 것, 그리고 영득할 의사로 인출했을 것이다. 이 사건의 결론도 “피고인들에게 사기방조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상”을 전제로 했다. 사기방조 부분은 계좌가 보이스피싱에 이용될 것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심에서 무죄가 됐다. 대법원은 이 부분 상고이유가 사실인정을 탓하는 취지에 불과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행위별로 정리하면?
| 어떤 행위 | 적용 조문 | 법정형·판례 판단 |
|---|---|---|
| 사기 공범이 아닌 계좌명의인이 들어온 피해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 | 형법 제355조 제1항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 |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다수의견은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 성립으로 봄 |
| 같은 인출을 사기범(접근매체 양수인)의 재물 횡령으로 보는 경우 | 형법 제355조 제1항 | 횡령죄 불성립(주위적 공소사실 무죄 정당) |
| 사기의 공범인 계좌명의인이 피해금을 인출 | 형법 제347조, 제355조 제1항 | 사기죄 외에 별도 횡령죄 불성립. 인출은 사기범행의 실행행위 |
| 계좌 접근매체를 넘겨 사기를 도왔다는 혐의(사기방조) | 형법 제32조, 제347조 | 이 사건에서는 범행 이용 인식의 증거가 없어 무죄 유지(상고기각) |
이 판결로 유죄가 확정된 것인가?
아니다. 이 판결의 결론은 유죄 확정이 아니라 파기환송이다. 원심은 횡령의 주위적 공소사실(피해자: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예비적 공소사실(피해자: 사기피해자, 인출액 300만 원)을 모두 무죄로 봤다. 대법원은 주위적 공소사실 무죄는 정당하다고 봤지만, 예비적 공소사실까지 무죄로 본 것은 위탁관계에 관한 법리오해라고 판단했다.
예비적 공소사실과 동일체 관계에 있는 주위적 공소사실도 함께 파기됐다. 그래서 원심판결 중 횡령 부분 전체가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환송됐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사기방조 부분)는 기각됐다.
대법관들 의견은 일치했나?
일치하지 않았다. 다수의견 외에 별개의견과 반대의견이 있었다. 두 소수의견은 판례 법리가 아니다.
- 별개의견(대법관 4인): 계좌명의인과 사기피해자 사이에는 위탁관계가 없다고 보았다. 계좌명의인이 범행을 알지 못했다면 접근매체 양수인과의 약정이 무효라고 볼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횡령죄는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해 성립하고 송금인에 대해서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원심 파기라는 결론만 다수의견과 같고 이유는 다르다.
- 반대의견(대법관 1인): 송금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어느 쪽에 대해서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양수인과의 위탁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가치가 없고, 송금인과는 위탁관계 자체가 없다는 이유다.
실제로는 어느 정도 처벌되나?
법정형은 형법 제355조 제1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이 유형에서 실제로 선고되는 형량에 관한 공식 통계나 양형 수치는 공표 자료 없음이다. 이 판결 자체도 파기환송으로 끝나 대법원 단계에서 선고형이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의 최종 형량은 확인되지 않는다.
관련 법령
제355조(횡령, 배임) ①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관련 판례
[1]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여기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위탁관계는 사실상의 관계에 있으면 충분하고 피고인이 반드시 민사상 계약의 당사자일 필요는 없다. 위탁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임치 등의 계약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에 한하지 않고 사무관리와 같은 법률의 규정, 관습이나 조리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
자주 묻는 질문
통장 빌려줬는데 들어온 돈 꺼내 쓰면 횡령인가요?
대법원 2017도17494 판결의 다수의견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보낸 돈을 계좌명의인이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그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 명의인은 법률관계 없이 들어온 그 돈을 피해자에게 반환해야 해서 피해자를 위해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명의인이 사기의 공범이라면 별도의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대포통장 명의자가 돈을 빼면 보이스피싱 조직 돈을 횡령한 건가요?
대법원 다수의견은 계좌명의인의 인출이 사기범(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접근매체를 넘겨도 명의인이 여전히 은행에 대한 예금반환청구권을 가지므로 돈이 사기범에게 귀속되지 않는다. 또 명의인과 사기범의 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위탁관계가 아니라고 보았다.
보이스피싱 공범인 통장 명의인은 사기죄에 횡령죄까지 추가되나요?
대법원은 사기의 공범인 계좌명의인이 피해금을 인출해도 사기죄 외에 별도의 횡령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공범은 자기가 가담한 범행의 결과로 돈을 보관하게 된 것이어서 피해자와 위탁관계가 없다. 그 인출은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지나지 않아 새로운 법익 침해가 없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