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함정수사, 부추긴 것과 기회만 준 것은 다르게 본다 — 대법원 2005도1247

입력 2026.10.05. 오전 10:08

결론부터: “범의를 유발했느냐”가 갈림길이다

마약 사건에서 “함정수사 아니냐”는 다툼이 자주 나온다. 그런데 함정수사라고 다 같은 취급을 받는 건 아니다.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1247 판결은 이 지점을 명확히 나눈다.

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것에 불과한 수사방법이 경우에 따라 허용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함을 면할 수 없고, 이러한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

이 문장을 나눠 읽으면 두 가지 유형이 보인다.

  • 범의가 이미 있던 사람에게 기회를 제공하거나 범행을 쉽게 해준 경우 — 판결은 “경우에 따라 허용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라고만 했다. 즉 이 유형까지 위법하다고 단정한 문장은 아니다.
  • 본래 범의가 없던 사람을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으로 범의 자체를 만들어낸 경우 — 이건 “위법함을 면할 수 없다”고 분명히 못박았다.

주의할 점이 있다. 판결문 자체는 이 두 유형을 “범의유발형”·“기회제공형”이라는 용어로 명명하지 않았다. 흔히 실무나 학계에서 이렇게 부르지만, 판결의 인용문 안에 이 단어가 들어있는 건 아니라는 점을 짚어둔다. 또한 “범의를 가진 자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수사방법이 허용될 수 있다”는 것도 판결이 확정적으로 선언한 게 아니라 “경우에 따라 허용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라는 유보 표현이다. 이 판례를 근거로 “기회제공형은 항상 적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 사건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나

이 판결은 메스암페타민(필로폰) 관련 두 개의 공소사실을 다루고 있다.

수수·수입 공소사실: 원심은 수사기관 측 진술(“이미 범의를 가지고 있던 피고인들의 범행 정보를 알아내어 검거했을 뿐”)보다, 피고인 측 진술(“원래 중국까지 가서 메스암페타민을 구해 올 생각이 없었는데 수사기관 관계자의 이른바 ‘작업’에 의해 비로소 범의를 일으켰다”)이 더 신빙성 있다고 판단했다. 이 부분은 범의가 없던 사람에게 범의를 유발시킨 경우로 보아 원심이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했고, 대법원도 이 판단이 정당하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투약 공소사실: 같은 피고인의 이 부분은 결론이 달랐다. 대법원은 직권으로 살펴봐도 “위법한 함정수사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고, 원심의 유죄 인정을 그대로 유지했다.

즉 같은 피고인, 같은 사건 안에서도 공소사실별로 결론이 나뉘었다. “함정수사가 인정되면 사건 전체가 공소기각된다”는 식으로 이해하면 틀린다. 공소기각은 위법한 함정수사에 기한 그 공소사실에 대해서만 이루어진다.

또 한 가지 정리할 부분: 이 판결의 결론은 유죄냐 아니냐가 아니라 공소제기 절차 자체가 무효라서 재판을 하지 않고 절차를 끝내는 것(공소기각)이다. 무죄 판단(범죄 사실이 없다거나 증명이 안 됐다는 판단)과는 다른 차원의 결론이다.

근거 조문 — 시점에 따라 다르게 읽어야 한다

여기서 꼭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이 판결이 공소기각의 근거로 든 조문은 선고 당시(2005년)의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였고, 그 문언은 다음과 같았다.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

그런데 형사소송법 제327조는 2026. 8. 4. 개정(법률 제21857호)을 거쳐 2026. 10. 2.부터 시행되는 현행 조문에서 호의 내용과 순서가 달라졌다. 현행 제327조는 다음과 같이 8개 호로 되어 있다.

  1. 피고인에 대하여 재판권이 없을 때
  2. 중대한 위법수사에 기하여 공소가 제기되었을 때
  3.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하여 공소가 제기되었을 때
  4.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대하여 다시 공소가 제기되었을 때
  5. 제329조를 위반하여 공소가 제기되었을 때
  6.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사건에서 고소가 취소되었을 때
  7.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사건에서 처벌을 원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를 하거나 처벌을 원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하였을 때
  8. 그 밖에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일 때

보다시피 판결이 인용한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라는 문언은 현행 제2호에 있는 게 아니라 현행 제8호에 있다. 현행 제2호는 전혀 다른 문언(“중대한 위법수사에 기하여 공소가 제기되었을 때”)으로 바뀌어 있다.

이 판결은 2026년 개정 전에 선고된 것이므로, 현행 제2호(중대한 위법수사)나 제3호(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의 문언을 판단한 판례가 아니다. “함정수사는 현행 제2호에 해당한다”거나 “현행 제3호에 해당한다”는 식으로 이 판례를 근거 삼아 단정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이 판례가 실제로 근거를 둔 문언은 현행 제8호에 해당하는 표현이다.

참고로 형사소송법 제327조 본문은 “판결로써 공소기각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고 하여 법원의 재량이 아니라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개정 부칙(법률 제21857호 부칙)을 살펴봐도 제327조에 관한 별도의 적용례나 경과조치는 두지 않았고, 시행일을 늦춘 조문 목록에도 제327조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2026. 10. 2. 이전에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개정 전후 어느 문언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이 자료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한편 제327조는 앞으로 한 번 더 바뀔 예정이다. 법률 제21241호에 따라 2027. 12. 31.부터 시행되는 문언은 현재의 8개 호를 6개 호로 재편하는데, 이 개정으로 조문 순서가 다시 바뀌면서 ‘공소제기의 절차가 … 무효일 때’가 그 시행예정본에서는 제2호에 놓이게 된다. 다만 이 시행예정 법률(제21241호)이 실제로 고치는 조문은 제59조의3과 제215조의2로 기재되어 있어, 이 변경과 제327조 호 순서 변경의 관계는 이 자료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이 자료만으로 “2027년에 현행 제2호·제3호가 삭제된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으며, 2026-10-05 현재 이 시행예정본은 아직 시행 전이라는 점도 함께 밝혀둔다.

정리

  • 판례가 위법하다고 명확히 판단한 것은 범의가 없던 사람에게 사술·계략으로 범의를 만들어낸 경우다.
  • 이미 범의가 있던 사람에게 단순히 기회를 제공하거나 범행을 쉽게 해준 경우는 “경우에 따라 허용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라는 유보적 표현만 있을 뿐, 이 판례가 적법성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
  • 공소기각은 위법한 함정수사에 기한 해당 공소사실에만 적용되며, 같은 사건의 다른 공소사실이 함께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 공소기각은 무죄 판단이 아니라 절차상 재판을 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 이 판례가 근거로 든 조문 문언은 현행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8호 계열의 문언이며, 2026. 10. 2.부터 시행된 현행 제2호(중대한 위법수사)·제3호(소추재량권 일탈)를 이 판례가 직접 판단한 것은 아니다.

참고 법령

  • 형사소송법 제327조(공소기각의 판결) 본문, 제1호~제8호 — 시행 2026-10-02, 법률 제21857호
  • 형사소송법 제327조 — 시행예정 2027-12-31, 법률 제21241호(단계 시행)
  • 형법 제13조 (판결 참조조문)
  • 형사소송법 제397조 (판결 참조조문)

참고 판례

  •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1247 판결
  • 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도8651 판결 (2005도1247이 참조)

관련 법령: 형사소송법 제327조

관련 판례

대법원 2005도1247 —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1247 판결

[1] 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것에 불과한 수사방법이 경우에 따라 허용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함을 면할 수 없고, 이러한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 [2] 상고심에서 상고이유의 주장이 이유 없다고 판단되어 배척된 부분은 그 판결 선고와 동시에 확정력이 발생하여 이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인은

판결문 원문 (2005-10-28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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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한 1차 출처

최종 확인일: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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