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과다투약으로 숨져도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나요? — 상법 제659조와 제732조의2
결론부터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는, 사고가 보험계약자·피보험자·보험수익자의 중대한 과실로 발생했더라도 보험자는 원칙적으로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하지 못합니다(상법 제732조의2제1항). 다만 이 예외는 ‘중대한 과실’에만 적용되고 ‘고의’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사고가 고의로 생긴 것이라면 상법 제659조제1항의 면책 원칙이 그대로 작동합니다.
마약을 과다투약해 사망한 사고가 법적으로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는지, ‘고의’에 해당하는지, 혹은 그 어느 쪽도 아닌지는 상법 조문이 직접 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는 개별 사실관계와 보험약관, 법원의 판단에 달린 문제입니다. 아래에서는 상법이 정한 원칙과 예외 구조를 조문 그대로 정리합니다.
1. 원칙: 고의·중대한 과실로 생긴 보험사고는 면책된다
상법 제659조제1항은 다음과 같이 정합니다.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
보험이라는 제도 자체가 ‘우연한 사고’를 전제로 하므로, 계약자나 피보험자·수익자가 고의로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까지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하면 보험의 기본 원리와 맞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참고로 제659조에는 본래 제2항도 있었지만 1991년 12월 31일 삭제되어, 현행 상법에는 제1항만 남아 있습니다.
2. 예외: 사망보험에서는 중대한 과실이 면책 사유가 되지 못한다
그런데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대해서는 특칙이 있습니다. 상법 제732조의2제1항입니다.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에서는 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도 보험자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즉 생명보험 등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에서는, 사고 원인이 설령 보험계약자·피보험자·보험수익자의 “중대한 과실”에 있었다 해도 보험자가 그것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습니다. 제659조제1항이 정한 면책 원칙에 대해 사망보험만큼은 ‘중과실’을 면책 사유에서 빼놓은 셈입니다.
3. 핵심 구분: 예외는 ‘중과실’에만 있고 ‘고의’에는 없다
여기서 가장 많이 혼동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제732조의2제1항이 면책을 막아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중대한 과실로 발생한 사고에 한정됩니다. 조문 어디에도 ‘고의’를 예외로 적은 부분은 없습니다. 따라서 사고가 고의로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면, 사망보험이라 하더라도 제659조제1항의 면책 원칙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정리하면,
- 사망보험 + 중대한 과실로 생긴 사고 → 제732조의2제1항에 따라 보험자는 면책되지 못함
- 사망보험 + 고의로 생긴 사고 → 제732조의2제1항의 예외 대상이 아니므로 제659조제1항의 면책 원칙이 적용됨
4. 마약 과다투약 사망은 조문상 어디에 속하나
상법 제659조와 제732조의2 어디에도 ‘마약’, ‘약물’, ‘투약’, ‘과다투약’이라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과다투약으로 인한 사망이 법적으로 ‘고의’에 해당하는지,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둘 중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는 통상의 보험사고인지를 상법 조문 자체가 가르고 있지 않습니다. 이 구분은 사고 경위, 투약 당시의 인식과 의사, 보험약관의 구체적 면책 조항 등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될 문제입니다. 조문만으로 특정한 결론이 도출된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5. 상해보험에도 이 예외가 적용되나
상법 제739조는 상해보험에 관해 “제732조를 제외하고 생명보험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제외 대상으로 명시된 조문은 제732조뿐이고, 제732조의2는 제외 목록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조문 구조상 제732조의2는 상해보험에도 준용 대상이 됩니다.
6. 특약으로 이 보호를 없앨 수 있나 — 불이익변경금지
상법 제663조는 보험계약자 측에게 불리한 특약을 원칙적으로 금지합니다.
“이 편의 규정은 당사자간의 특약으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불이익으로 변경하지 못한다. 그러나 재보험 및 해상보험 기타 이와 유사한 보험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본문은 보험계약자·피보험자·보험수익자에게 불리하게 바꾸는 특약을 금지하는 원칙이고, 단서는 재보험·해상보험과 이와 유사한 보험에 대해서는 이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예외입니다. 즉 일반적인 생명보험·상해보험 계약에서는 보험회사가 약관으로 제732조의2제1항이 주는 보호보다 계약자에게 불리하게 바꾸기 어렵습니다.
7. 보험수익자가 여럿인데 그중 한 명이 고의로 사망하게 한 경우
상법 제732조의2제2항은 별도로 정합니다.
“둘 이상의 보험수익자 중 일부가 고의로 피보험자를 사망하게 한 경우 보험자는 다른 보험수익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이 조항이 보험자의 지급 책임을 면하지 못하게 하는 대상은 “다른 보험수익자”로 한정됩니다. 고의로 피보험자를 사망하게 한 당사자 본인의 몫까지 지급된다는 취지는 아닙니다.
8. 조문 연혁 메모
현행 상법(법률 제21044호, 2025. 9. 9. 일부개정, 2026. 9. 10. 시행)의 부칙은 시행일, 집중투표 관련 적용례(제542조의7제3항), 다른 법률 개정만을 정하고 있으며, 이 개정으로 함께 고쳐진 조문은 제542조의7·제382조의2·제3조입니다. 보험 관련 조문은 이 개정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제659조와 제739조는 현재 확인 가능한 연혁 표기가 없어 이 문언을 만든 개정 시점은 단정할 수 없습니다. 제663조는 1991년 12월 31일 공포된 법률 제4470호가, 제732조의2는 2014년 3월 11일 공포된 법률 제12397호(전문개정)가 현재의 문언을 만들었습니다. 두 조문 모두 현행 상법의 공포번호(법률 제21044호)와는 다른 개정으로 만들어진 문언입니다.
2027년 1월 1일 시행 예정인 두 건의 개정법(법률 제21448호, 법률 제20991호)은 제659조·제663조·제732조의2·제739조를 고치는 대상에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해당 개정이 시행된 이후에도 위 네 조문의 문언은 지금과 같습니다.
이 주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사건을 다룬 판례는 이 글에서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참고 법령
- 상법 제659조(보험자의 면책사유) 제1항
- 상법 제663조(보험계약자 등의 불이익변경금지)
- 상법 제732조의2(중과실로 인한 보험사고 등) 제1항, 제2항
- 상법 제739조(준용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