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받은 행정처분, 문서로 달라고 하면 꼭 줘야 할까?
결론부터: 요청하면 반드시 줘야 한다
행정청이 말이나 전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처분을 했더라도, 당사자가 문서를 요청하면 행정청은 지체 없이 그 처분에 관한 문서를 주어야 한다. 이는 「행정절차법」 제24조 제2항 후단에 명시된 의무 규정이다.
“이 경우 당사자가 요청하면 지체 없이 처분에 관한 문서를 주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의무가 당사자의 요청이 있을 때 생긴다는 점이다. 요청이 없는데 행정청이 알아서 문서를 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요청이 있었는데도 문서를 주지 않거나 늦게 준다면, 그 자체가 법 위반이 된다.
왜 이런 규정이 있는가 — 처분은 원래 문서가 원칙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은 처분의 원칙적인 방식을 정한다.
“①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에는 다른 법령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서로 하여야 하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전자문서로 할 수 있다.
- 당사자등의 동의가 있는 경우
- 당사자가 전자문서로 처분을 신청한 경우”
즉 처분은 문서로 하는 것이 의무이고, 예외는 “다른 법령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뿐이다. 전자문서로 할 수 있는 것도 당사자등의 동의가 있거나 당사자가 전자문서로 신청한 경우로 한정된다. “전자문서로 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이지만, 그 전제가 되는 “문서로 하여야 하며” 자체는 의무 규정이라는 점을 혼동하면 안 된다.
말·문자·팩스로 처분할 수 있는 경우는 따로 있다
제1항의 원칙에 대한 예외가 제2항이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하여 긴급히 처분을 할 필요가 있거나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는 말, 전화, 휴대전화를 이용한 문자 전송, 팩스 또는 전자우편 등 문서가 아닌 방법으로 처분을 할 수 있다.”
문서 아닌 방법이 허용되는 요건은 두 가지 중 하나다.
-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하여 긴급히 처분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 사안이 경미한 경우
이 요건을 충족할 때 행정청은 말, 전화, 휴대전화 문자 전송, 팩스, 전자우편 등의 방법으로 처분을 할 수 있다. 다만 조문은 이 방법들을 나열한 뒤 “등”을 붙여 두었으므로, 이 목록이 문서 아닌 방법의 전부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바로 이 항의 후단에, 앞서 본 문서 교부 의무가 이어진다. 즉 긴급하거나 경미하다는 이유로 말·문자 등으로 처분한 경우라도, 당사자가 요청하면 지체 없이 문서를 주어야 하는 것이다.
문서에는 무엇이 적혀 있어야 하나
행정절차법 제24조 제3항은 처분 문서의 기재사항을 정한다.
“③ 처분을 하는 문서에는 그 처분 행정청과 담당자의 소속ㆍ성명 및 연락처(전화번호, 팩스번호, 전자우편주소 등을 말한다)를 적어야 한다.”
처분 문서에는 처분 행정청과 담당자의 소속·성명·연락처를 적어야 한다. 괄호 안의 “전화번호, 팩스번호, 전자우편주소 등”은 여기서 말하는 ‘연락처’가 무엇을 뜻하는지 풀이한 것이다. 요청해서 받은 문서에도 이 기재사항은 마찬가지로 적혀 있어야 한다.
문서로 안 준 처분, 효력은 어떻게 되나 — 대법원 판례
이 조문이 왜 중요한지는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11109 판결에서 잘 드러난다. 이 판결은 2022년 개정 전 문언(“신속을 요하거나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는 구술 기타 방법으로 할 수 있다”)을 전제로 하지만, 문서주의 위반의 효과에 관한 판시는 지금도 참고할 만하다.
사안은 이렇다. 관할 소방서장이 소방시설 불량사항에 관한 시정보완명령서를 작성했으나, 처분 상대방인 구분건물 소유자에게는 이 명령서를 송부하지 않고, 담당 소방공무원이 직접 찾아가 말로만 명령 내용을 고지했다. 이후 상대방이 이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행정형벌(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되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
“행정절차법 제24조는 (중략) 행정의 공정성·투명성 및 신뢰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위 규정에 위반하여 행하여진 행정청의 처분은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원칙적으로 무효이다.”
이 사건에서는 담당 공무원이 명령을 구술로 고지한 것이 행정절차법 제24조 위반이고,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여 명령은 당연 무효라고 보았다. 무효인 명령에 따른 의무위반은 애초에 성립하지 않으므로, 이 명령 위반을 이유로 행정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원심은 이 명령이 유효함을 전제로 유죄를 인정했는데, 대법원은 이를 법리오해로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다.
여기서 두 가지는 짚어둘 필요가 있다.
첫째,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했다. 문서주의 위반이 항상, 예외 없이 무효라는 뜻으로 읽을 것은 아니다.
둘째, 이 판결이 다룬 것은 문서 없이 이루어진 처분 자체의 효력 문제다. 개정으로 신설된 제2항 후단, 즉 “요청하면 지체 없이 문서를 주어야 한다”는 의무를 행정청이 이행하지 않았을 때의 효과에 대해서는 이 판결이 직접 판단한 바가 없다.
시행일 참고
제24조를 포함한 현행 문언은 법률 제18748호(2022. 1. 11. 공포, 일부개정)로 만들어졌다. 이 개정 부칙 제1조는 “이 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정하면서, 제20조 제2항부터 제4항까지의 개정규정에 한해서만 2023년 3월 24일부터 시행한다는 단서를 두었다. 즉 제24조는 이 단서의 대상이 아니라 원칙대로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 조문이다.
정리
- 처분은 원칙적으로 문서로 해야 한다.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을 때만 예외가 인정된다.
- 전자문서로 처분하려면 당사자등의 동의가 있거나 당사자가 전자문서로 신청한 경우여야 한다.
- 공공의 안전·복리를 위해 긴급히 처분할 필요가 있거나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 한해, 말·전화·문자·팩스·전자우편 등 문서 아닌 방법으로 처분할 수 있다.
- 이렇게 문서 아닌 방법으로 처분받은 당사자가 문서를 요청하면, 행정청은 지체 없이 처분에 관한 문서를 주어야 한다.
- 처분 문서에는 처분 행정청과 담당자의 소속·성명·연락처를 적어야 한다.
- 문서주의를 위반한 처분은 대법원 판례상 하자가 중대·명백하여 원칙적으로 무효로 취급된다.
참고 법령·판례
- 「행정절차법」 제24조(처분의 방식) 제1항, 제2항, 제3항
- 「행정절차법」 법률 제18748호(2022. 1. 11. 일부개정) 부칙 제1조(시행일)
-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11109 판결
관련 판례
[1]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9조에 의한 소방시설 등의 설치 또는 유지·관리에 대한 명령을 정당한 사유 없이 위반한 자는 같은 법 제48조의2 제1호에 의하여 행정형벌에 처해지는데, 위 명령이 행정처분으로서 하자가 있어 무효인 경우에는 명령에 따른 의무위반이 생기지 아니하므로 행정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 [2] 행정절차법 제24조는, 행정청이 처분을 하는 때에는 다른 법령 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서로 하여야 하고 전자문서로 하는 경우에는 당사자 등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다만 신속을 요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