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으로 "보증 서 줄게"라고 했으면 대신 갚아야 하나요?
지인이 돈을 빌릴 때 “내가 보증 서 줄게”라는 말을 카카오톡으로 받아본 적이 있다면, 혹은 반대로 누군가에게 그렇게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다면 궁금할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메시지로 약속했으니 법적으로 보증 책임이 생기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민법 제428조의2는 이 질문에 명확한 기준을 두고 있다.
결론: 카톡 메시지만으로는 보증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민법 제428조의2 제1항은 보증의 방식을 다음과 같이 정한다.
“보증은 그 의사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되어야 효력이 발생한다. 다만, 보증의 의사가 전자적 형태로 표시된 경우에는 효력이 없다.”
이 조문을 나눠보면 두 가지 요소가 있다.
본문: 보증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되어야 효력이 발생한다. 즉 보증인 본인이 이름을 적고 도장을 찍거나(기명날인), 또는 서명을 한 종이 형태의 문서가 있어야 보증이 효력을 갖는다는 뜻이다. 기명날인과 서명이 둘 다 필요한 것이 아니라, 둘 중 하나만 있으면 요건이 충족된다.
단서: 그런데 보증의 의사가 “전자적 형태”로 표시된 경우에는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아 놓았다. 카카오톡 메시지, 문자, 이메일처럼 전자적인 수단으로 “보증해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조문은 전자적 형태를 서면의 한 종류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효력이 없다고 분리해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카카오톡으로 “내가 보증 설게”, “걱정 마, 내가 책임질게” 같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고 해도, 그 자체로는 법적인 보증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보증이 효력을 가지려면 보증인의 기명날인이나 서명이 있는 서면(종이 문서 등)이 따로 필요하다.
왜 이런 규정이 있을까
이 조문은 법률 제13125호(2015. 2. 3. 공포)로 신설된 조문이다. 보증은 보증인이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혹은 지인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에서 가볍게 응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메신저로 즉흥적으로 던진 말 한마디가 법적 채무로 이어진다면 보증인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보증인이 신중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의사를 명확한 서면 형태로 남기도록 강제하는 것이 이 조문의 취지로 이해된다. 전자적 형태를 배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가볍게 보내는 메시지와 신중한 서면 작성을 구분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보증 책임이 아예 생기지 않는 건가
여기서 주의할 부분이 있다. 조문은 “전자적 형태면 어떤 경우에도 무효”라고 단정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같은 조 제3항을 함께 봐야 한다.
“보증인이 보증채무를 이행한 경우에는 그 한도에서 제1항과 제2항에 따른 방식의 하자를 이유로 보증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
즉, 카톡으로만 보증 의사를 표시해서 서면 요건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보증인이 실제로 그 채무를 이행(일부라도 갚은 경우)했다면, 이미 이행한 범위 안에서는 “서면이 없었으니 보증이 무효”라고 주장할 수 없다. 다만 이것은 이미 갚은 부분에 한정된 이야기이고, 아직 이행하지 않은 부분까지 무효 주장이 막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카톡 보증 약속을 믿고 돈을 빌려줬는데 보증인이 한 번도 갚지 않았다면, 보증인은 서면 요건 미비를 이유로 보증 자체의 효력을 다툴 수 있다.
보증 내용을 바꿀 때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처음 보증계약을 맺을 때만 서면이 필요한 게 아니다. 제428조의2 제2항은 “보증채무를 보증인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도 제1항과 같다”고 규정한다. 예를 들어 보증 한도를 늘리거나, 보증 기간을 연장하는 등 보증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내용을 바꾸는 경우에도, 다시 보증인의 기명날인이나 서명이 있는 서면이 필요하고, 이 역시 전자적 형태로는 효력이 없다. 단, 보증인에게 유리하게 바뀌는 경우까지 이 요건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조문의 표현(“불리하게”)에서 분명히 확인된다.
한도를 정하지 않은 보증(근보증)은 어떻게 다른가
지금 갚아야 할 돈이 정해져 있지 않은, 계속 발생할 수 있는 채무에 대해 보증을 서는 경우를 근보증이라고 한다. 민법 제428조의3이 이를 규정한다.
“① 보증은 불확정한 다수의 채무에 대해서도 할 수 있다. 이 경우 보증하는 채무의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하여야 한다. ② 제1항의 경우 채무의 최고액을 제428조의2제1항에 따른 서면으로 특정하지 아니한 보증계약은 효력이 없다.”
불확정한 다수의 채무에 대한 보증 자체는 할 수 있지만(이는 재량 규정), 그 보증하는 채무의 최고액은 반드시 서면으로 특정해야 한다(이는 의무 규정). 그리고 그 최고액을 제428조의2 제1항이 요구하는 서면(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 전자적 형태 제외)으로 특정하지 않으면, 그 보증계약 자체가 효력이 없다. 역시 카톡으로 “한도 1000만원까지 내가 보증할게”라고 보낸 메시지만으로는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실무적으로 기억해둘 점
- 보증은 말이나 메시지로 가볍게 성립하지 않는다. 보증인이 직접 기명날인하거나 서명한 서면이 있어야 효력이 생긴다.
- 카카오톡, 문자, 이메일 등 전자적 형태의 의사표시는 그 자체로 보증 효력을 갖지 못한다. 전자적 형태에 대해 별도의 정의 규정은 두지 않고 있다.
- 다만 이미 보증채무를 이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서면 요건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 이행하지 않은 부분은 별개다.
- 보증 내용을 보증인에게 불리하게 바꿀 때도 같은 서면 요건이 적용된다.
- 한도가 정해지지 않은 근보증은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해야 하며, 이를 갖추지 못하면 보증계약 자체가 효력이 없다.
보증은 가족이나 친한 사이에서 부탁받기 쉬운 만큼, 가볍게 메시지로 응답했다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법은 이런 상황에서 보증인을 보호하기 위해 서면이라는 형식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 법령
- 민법 제428조의2(보증의 방식) 제1항, 제2항, 제3항
- 민법 제428조의3(근보증) 제1항, 제2항